육아휴직 후 가사를 전담한 지 60일째가 되었다. 전에 쓴 글처럼 가장 힘든 건 가족들 삼시 세 끼를 차려내는 거지만, 그 밖에도 끝없이 이어지는 집안일들이 있다. 설거지, 빨래, 청소, 그리고 주택이다 보니 풀 뽑기 같은 마당일까지. 전업주부 생활 60일밖에 되지 않은 주제에 집안일에 대해 말하는 게 웃기기도 하지만, 40년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많은 걸 느끼고 있는 날들의 연속이다.
집안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건 '모든 일엔 장비빨'이 필요하다는 거다. 주부가 집안일에 필요한 무언갈 사는 건 절대 낭비가 아니다. 작은 조리도구부터 큰 가전제품까지 좋은 물품이 많이 있을수록 일이 편해진다는 걸 느꼈다. 조리도구야 아직 요리 같은 요리를 할 수 있는 실력이 못 되기에 크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가전제품에 대해서는 정말 큰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우리 집엔 나의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전제품은 사총사가 있다. 바로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이다. 이 아이들이 없었다면 육아휴직과 동시에 복직을 선택했을 것 같다. 세탁기를 사용한지는 수십 년 전부터 이지만 건조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를 사용한 건 1~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 장비들이 없었을 때, 와이프는 직장일을 하면서 어떻게 집안일까지 완벽(?)하게 처리했을까 싶다. 나는 도저히 자신이 없다.
집이 주택이다 보니 사람들은 빨래를 하면 밖에 널면 쉽게 말릴 수 있는 거 아니냐?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이는 주택에 살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말이다. 송화가루와 미세먼지로 빨래를 밖에 널어놓는 순간 세탁기에 들어가기 전보다 더 더러워진다. 여름 장마철이나 겨울철에도 빨래 말리는 게 쉽진 않다. 그래서 반드시 필요한 게 건조기이다. 90분 정도의 시간에 세탁기에서 축축하게 나온 빨래를 뽀송뽀송하게 만들어 준다. 빨래를 집안 어딘가에 널어놓을 필요가 없기에 집안 정리에도 큰 도움이 된다.
식기세척기는 하루 세 번 나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삼시 세 끼를 차려낸다는 거에는 요리를 하기 위한 장보기부터 식구들이 밥을 먹고 남은 모든 잔해들을 깨끗이 정리(설거지, 반찬 정리, 싱크대 청소 등)하는 것 까지가 포함된다. 그중 가장 하기 싫고 귀찮은 설거지를 식기세척기 해준다. 작년에 구입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와이프가 굉장히 좋아했었다. 어느 정도 편해졌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렇게 까지 좋아할 일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경험해보니 식기세척기가 없었으면 피곤함이 지금보다 2배는 더 컸을 것 같다.
위 3가지 전자제품도 훌륭한 아이들이지만 집안일 사총사 중 나의 원픽은 바로 로봇청소기이다. 우리 집에 들어온 지 이제 150일 정도 된 신생아이다. 하지만 존재감만큼은 그 어떤 물품들에 비견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 아이는 매일매일 우리 집구석구석 모든 방을 열심히 돌아다닌다. 이 아이가 없었으면 육아휴직 동안 나만의 자유 시간이 없었을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리고 뭘 해주지 않아도 된다. 밥(충전)만 잘 주면 될 뿐이다. 밥(충전)을 먹으러 가는 장소도 자기 혼자 찾아가서 먹는 정말 똑똑한 아이이다.
집안일을 하면서 사총사에게 가장 만족하는 시간은 바로 아침을 먹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온 이후이다. 아침 식사 후 나온 설거지 할 것들은 식기세척기가 씻어내주고, 옷들은 세탁기와 건조기가 열심히 돌면서 깨끗하고 뽀송하게 만들어 주고, 내가 커피 한잔 하며 식탁에 앉아 있는 동안 내 눈 앞으로 또는 등 뒤로 로봇청소기가 열심히 돌아다니며 집을 깨끗하게 해주고 있다. 이 사총사가 일하는 모습을 보며 차 한잔 마시는 그 순간 역시 모든 일을 장비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며, 장비를 갖춘 내가 승자라는 생각이 들며 흐뭇해진다.
아직도 더 필요한 장비는 더 있다. 바로 스타일러이다. 아이들 옷들을 매일 빨 수가 없기에, 스타일러가 있다면 집안일이 더욱 편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이다.
집안일에 필요한 장비는 많이 갖출수록, 그 장비는 신상일 수록 삶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 옆집 아저씨에게 -
아끼고 소박하게 과소비하지 않는 미니멀 라이프의 삶도 중요하지만, 가사일을 주로하는 분이 원하는 장비가 있을 때에는 어떻게든 갖춰 놓은 것도 중요한 겁니다. 그러니 아내가 원하는 물건들이 있을 때에는 반론을 제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동의와 구매 의사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