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하늘색 바다 위 조각
비행기

제시어 글쓰기 (이륙 / 하늘색 / 조각배 / 프라이머리 모션)

by 김가든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시끄러운 굉음을 내며 땅 위의 수백 명이 탑승한 비행기가 날아오르기 위해 활주로를 뜨겁게 마찰하며 달려간다. 이렇게까지 했으니, 이제는 날게 해 달라는 비행기의 울음소리 같다. 그렇게 울 고 나면, 땅은 알겠다는 듯 그 무거운 비행기를 하늘 위로 올려준다. 그제야 땅과의 뜨겁고 따가운 마찰을 멈추고 푸르게 빛나는 하늘을 날아오른다. 비행기가 이륙한다.


기약 없이 하늘을 날아오를 것 같던 비행기도 시간과 장소가 맞아떨어지면 어김없이 땅과 재회해야 한다. 영원히 날아오를 수 있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이 결국 아래로 떨어진다. 이럴 때는 자그마한 사과나무의 과실이나, 수백 명이 탑승한 비행기나 별 다를 게 없다. 비행기가 땅 위의 활주로에게 인사하며 고개를 내민다. 나를 올려줬던 그 힘으로 이제 그만 나를 멈춰 달라고. 이것은 하늘을 나는 것만큼 뜨겁고 따가운 과정이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비행기가 땅에 내려왔다. 비행기가 착륙했다.


“장 기장님, 이번 비행도 수고하셨습니다!”


이번 비행을 함께한 부기장 놈이다. 나와 달리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항공사 직원들이며, 승객들이며 두루두루 이 녀석을 싫어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가볍게 웃어 보이고 조용히 걷는다. 빨리 이 공항을 벗어나서 다음 비행 일정까지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은 마음뿐이다.


“장 기장님, 숙소에 짐 풀고 바로 해변으로 가실 거죠? 다른 스튜어디스들도 그렇게 한다고 하네요!ㅎㅎ”

이 녀석 다 좋은데, 아직 어떻게 하면 내가 이 녀석을 좋아할지는 모르는 것 같다. 그 입만 잠시 다물고 있으면 되는 일인데.


“아니, 나는 숙소에서 쉬겠네. 긴급한 일이 아니라면 따로 연락하지 말아 주게.”


그 후에도 이 녀석 말고도 몇 명의 스튜어디스들이 더 권유했지만, 나는 모두에게 괜찮다고 얘기하며 숙소에 들어왔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어디를 여행 가더라도 나는 모두 나간 숙소에 혼자 있는 시간이 제일 좋았다. 애초에 어릴 때는 그런 나에게 함께 놀자고 말하던 친구도 없었지만. 지금은 내가 가진 사회적 지위 때문인지 예의를 차리기 위해 한번쯤 같이 놀자며 권유하지만 지위가 변해도 나는 그대로다.


“여보, 잘 도착했어요?”


아내다. 유명 항공사의 비행사가 된 후, 집에서 마련한 맞선 자리에서 만난 그녀를 좋아하는지, 사랑하는지 확인할 틈도 없이 2달 만에 우리는 결혼을 했다. 양가 부모님들의 어차피 결혼하게 될 거 미루지 말자라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우리 부모님은 예진이를 좋아하셨는데, 조용조용하고 참한 것이 남편 말 잘 듣고 순종적일 것 같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결혼하고 7년이다.


“응, 도착했지, 막 숙소에 들어온 참이야. 현아는?”


아내의 안부를 물어보지도 않고, 올해로 6살이 된 딸아이의 안부를 묻는다.


“막 잠들었어요. 3일 뒤에 돌아오는 거죠?”


“응, 부엌에 있는 달력에 쓰인 스케줄대로 집에 도착할 거야. 나 이제 좀 쉴게.”


“밥 잘 챙겨 먹어요.”


“응 끊을게”


아내와 별다른 얘기를 안 한지 벌써 3개월이다. 서로의 스케줄만 얘기하고, 현아의 건강 상태 등 을 묻는 것이 대화의 전부다. 부부로서 관계를 맺은 것도 3개월 전이다. 그때도 사랑이 담긴 관계라고 보기에는 힘들었다. 그저 본능적인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 정도였던 것 같다. 역시 결혼은 부모님의 뜻을 따르지 말고 나 스스로 결정했어야 하나? 하는 안 하던 생각을 해본다. 이게 또 참 웃긴 것이. 그때의 나는 스스로 결정하기를 포기했고, 나는 이미 누구를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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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마치고 호텔 냉장고에 넣어둔, 스카치 블루 17년 산을 꺼낸다. 오늘 함께 비행한 그 부기장 녀석이 옆에서 계속 시끄럽게 주절거린 탓에 먹지도 못하는 술을 홧김에 하나 구입해 버렸다. 서툰 손짓으로 스카치 블루를 개봉하고 호텔 숙소에 비치된 양주 컵에 들이붓는다. 그 술들은 오롯이 다시 내 입으로 부어진다. 이렇게 먹을 거면, 컵을 안 쓰는 것 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그 술들은 이제 내 입으로 들어온다. 내 목을 타고 흘러 내 몸에 일부인 것처럼 내 몸을 가득 채운다. 내 손가락과 발가락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낯설다. 손가락, 발가락뿐이랴, 한 올 머리카락 조차 두둥실 하늘을 나는 듯하다. 이렇게 하늘을 나는 느낌은 매번 하늘을 날면서도 느껴보지 못한 다름이다. 스카치 블루가 아니라 스카이 블루 아니냐고, 혼잣말을 짓이기며 침대에 쓰러져 잠들었다.


내가 직접 무엇을 선택한 적이 있었나? 학창 시절 내내 입고 가는 교복은 정해져 있었고, 아침에 먹는 식사도 정해져 있었고. 학교에 다녀온 후에 내가 해야 하는 일들도 모두 정해져 있었다. 내가 자고 일어나야 하는 시간까지도 모두 정해져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 후 12년이다. 아니, 대학까지 16년, 군 복무 시절과, 졸업 후 취업하는 시간, 결혼까지도. 어쩌면 내가 태어나고 선택을 할 수 있을 때부터 나는 선택을 하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물어본 적도 없지만, 물어보기도 전에 부모님들은 “다 니 잘되라고 이라는 기야” 라든지, “니 나중에 성공하면 고맙다고 할 기다.” 라든지 “부모는 자식새끼 성공해서 훨훨 나는 거 보는 게 행복이다.”라는 등의 말들을 입에 달고 사셨다. 내가 반항한 적은 없지만, 부모님은 이미 아셨나 보다. 충분히 반항심을 가질 만한 행동을 나에게 하고 있다는 것을. 훨훨 나는 게 보고 싶다는 부모님의 말마따나 아이러니하게 나는 하늘을 나는 일을 하고 있다. 내가 모든 시험과 면접을 통과하고 첫 출근을 하는 날. 경상북도 군위군의 작은 마을에는 현수막이 걸렸다.


“경 군위의 자랑, 장광호의 아들 장동욱 하늘색 하늘을 날다. 축”


그날 마을에는 잔치가 열렸고, 나의 부모님은 집에서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마을회관에 가서 음식을 나누며 나의 얘기를 하며 자랑을 하셨다. 우리 부모님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저 잔치 음식을 먹으러 온 사람도 있었으며, 남의 자식 자랑을 듣는 것이 배알이 꼴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나의 부모님은 나의 취업에 정말 나보다 더 기뻐하셨다. 나는 기쁘지도 않았는데, 나보다도 기뻐하셨다 표현이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쾅 쾅 쾅”


“장 기장님 안에 계세요?!”


“장 기장님~?!!”


“쾅 쾅 쾅”


요란한 두들김에 눈이 떠졌다. 어제 비행하고 숙소에 돌아와서 스카치 블루를 먹고 잠에 든 것 같은데, 여전히 밖은 어두웠다. “어떻게 된 거지?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거야?” 휴대폰이 알려주는 시간은 술을 먹기 시작한 저녁시간이었다, 시간은 그대로, 날짜만 하루가 흘러있었다.


“쾅 쾅 쾅”


“장 기장님!!!”


꼬박 하루를 술에 빠져 잠들어 있던 동안, 부기장 녀석과 다른 스튜어디스들의 연락으로 메신저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래서 저 녀석이 이렇게 문을 두드리고 있는 건가 보다, 내가 무슨 일이라도 당한 거 아닌가 싶어서. 정말이지 오지랖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무슨 일인가?”


문을 열며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대충 옷을 거쳐 입고는 난장판이 되어버린 집안을 숨기려는 듯 태연하게, 되려 역으로 묻는다.


“장 기장님! 진짜 걱정했어요, 연락을 몇 번이고 했는데도 답이 안 와서 다들 걱정하고 있었어요!”


“별일 없었네. 휴대폰을 잘 안 보는 것 자네도 알지 않나? 일 할 때는 물론이고, 쉴 때는 더더욱.”


“그래도, 해외에 나와서까지 연락이 계속 안 되시니까요, 그전에는 메시지를 남기면 하루가 지나 기 전에는 답을 하셨으니까요.”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당장 내일 아침 비행이지 않나?”


“그러니까요 오늘이 마지막 발리의 밤이죠! 장 기장님 오늘이 가기 전에 사람들 이랑 같이 밤 산책하는 거 어떠세요?”


“아, 나는 괜찮네. 그냥 혼자 숙소에 있겠네.”


이 녀석이 또 나를 귀찮게 하는구나. 나는 이 녀석이 정말 싫다.


“아 기장님~~ 같이 산책하셔요!!”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항공사 스튜어디스들이다. 어디 숨어 있었는지, 내가 산책을 안 가겠다 고 하자 마자 나타났다. 이것도 이 녀석 아이디어 일 것이다.


“아니, 나는 괜찮다니까.”


“잠깐만 같이 걸어요~ 여기 호텔 배경으로 우리 직원들 단체사진 한번 찍어야죠!”


“그럼 사진만 찍고 다시 올라오겠네.”


“예스! 그래요! 그렇게 합시다 기장님!”


호텔에 체크인하고 하루 만에 다시 호텔 로비를 걷는다. 밖은 깜깜한 어둠이 가득 찼고, 어두워진 만큼 별들이 잘 보였다. 요전에 아내와 현아와 아파트에 밤 산책을 하며 현아가 물었다. 달은 어디 에 있는 거냐고, 달은 우주에 있다고 대답했다. 그럼 달은 왜 현아한테 안 떨어지냐고 물었다. 달이 지구를 돌고 있다고, 그래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현아가 내 주변을 돌았다.


“나도 아빠 곁을 돌고 있으니까, 아빠한테 떨어지지 않겠네?!”


네가 지금 말하고 있는 “떨어진다”는 동음이의어인데, 너는 너의 입맛대로 단어를 취사선택하고 있다고 말하려다가. 그냥 참고 “그래 맞아” 하며 웃어 보였다. 현아의 말대로라면, 현아는 달이고, 나는 지구라는 것인데. 나는 정말 지구일까? 그럼 우리 아버지는 태양인가? 그럼 우리 어머니는? 목성 정도일까? 하루의 기준이 행성마다 다르다고 한다. 각각의 행성이 가지는 자전 시간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 다. 지구의 하루가 수성에서는 176일이 되고, 목성에서는 9시간이라고 한다. 나는 지구다. 나는 지구이면서 프라이머리 모션을 이루지 못했다, 지구는 자전하는데, 나는 지금까지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로서 살아온 것만 같았다. 지구의 하루가 아니라 목성의 하루를 살았던 것 같다. 내가 내 삶의 기준이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의 삶을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찍겠습니다~ 장 기장님!! 좀 웃으세요!!”


“찰칵”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다시 비행기가 하늘을 날기 위해 땅과 마찰한다. 그 과정은 뜨겁고, 따가우며 소란스럽다. 비행 기가 날고 싶다며 울음소리를 낼 때 땅은 비행기를 밀어주며 그 눈물을 닦아준다.


“장 기장님 태평양 하늘에서 바다를 내려 보니까, 바다가 꼭 하늘색 같네요”


하늘이 하늘색으로 보이는 것과 바다가 푸른색으로 보이는 원리는 빛의 원리와 일맥상통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저 웃으며 긍정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정말이지 하늘 같은 바다였 다. 경비행기라는 말은 있지만, 경배라는 말은 없다. 조각배라는 말은 있지만, 조각 비행기라는 말은 없다. 내가 조종사 공부를 하면서 자주 했던 생각이다. 경배라는 말은 좀 이상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조각 비행기라는 말은 꽤 재밌지 않나? 파란 하늘을 닮은 바다를 둥둥 떠다니는 조각 비행기.


이 생각이 태평양 하늘에서 바다를 보며 머릿속을 가득 채운 순간, 나는 평생에 내가 직접 하는 선택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순간 이 바다 위 하늘에서 프라이머리 모션으로서 움직임을 취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구이니까. 이제 그만 착륙하고 싶다. 하늘에서 내려오고 싶다.


“장 기장님!!! 뭐하시는 거 에요!! 지금 고도가 계속 낮아지고 있어요!! 이러다 추락하겠어요!!”


“하늘색 바다 위를 날아보려고.”


“네?!! 지금 수백 명이 이 비행기에 타고 있어요, 지금 제정신이세요?”


“제정신이냐고? 지금 나는 평생 중에 가장 “제정신”이야.”


기내는 부기장 녀석과 스튜어디스들의 비상방송으로 시끌벅적 해졌고, 아기들의 울음소리, 여러 언어들의 목소리가 비행기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비행기는 크게 흔들리며 태평양 하늘에서 하늘색을 가진 바다 위로 착륙하고 있었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결국 비행기는 착륙했다. 땅에게 멈춰 달라며 부탁할 때와는 달리, 뜨겁지도 따갑지도 않았고 되려 시원했다. 비행기 비상문이 열리고 현아가 놀던 놀이터 미끄럼틀이 내려왔다. 거기로 구명조끼를 한 사람들이 쏟아져 내렸고 물 위에 둥둥 떠있었다. 부기장은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가까운 관제소에 급하게 연락을 했으며 스튜어디스들도 승객의 탈출을 모두 돕고 내렸다. 모두 내리고 있는 비행기에 홀로 남아 창문 밖으로 바라본 구명조끼 입은 사람들의 모습은 하늘색 바다를 둥둥 떠다니는 조각배 같았다. 바다 위로 착륙한 비행기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 비행기 같았다.


발리 항공사고.jpg 출처 중앙일보 기사
















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에서는 인기가 없는 소설 장르입니다. 이 글은 제시어 글쓰기라는 주제로 모인 사람들과 주제를 정하고 3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몰입해서 써 내려간 글입니다. 그리고 제가 처음으로 써본 글이 바로 이 단편 소설이었습니다. 의미가 있는 글이라 브런치의 작가님들과도 나누고 싶어 고민하다

발행해봤습니다. 추후에 이 소설의 뒷이야기를 더 써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에세이나 종종 올리는 소설들로 브런치 작가님들과 꾸준히 소통하면 즐겁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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