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minic Cho Jun 26. 2024

스웨덴 이민 1년 10개월의 기록 - 사회: Part2

"본인만 모르는 사회성 없어보이는 행동"을 중심으로

<사회: Part1에서 이어집니다.>


스웨덴과 한국 사회의 각자 다른 메커니즘은 "사회적 계층 구조"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적인 측면에서도 차이가 드러납니다. 몇 달 전, "주둥이방송"이란 유튜버의 "본인만 모르는 사회성 없어보이는 행동"이란 동영상을 습니다. 영상을 요약하면, 편의점 알바를 하며 조금 늦었단 이유로 째려보는 손님을 똑같이 째려봤다는 사연자에게 진상이 "싸가지 없어"라며 욕했다는 일화를 다룹니다.

"주둥이방송" 캡쳐


그러자 유튜버는 사연자의 잘못인 것 같다며, 사회생활을 하려면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된다는 답변을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사연자에게 공감하시나요? 혹은 유튜버의 말에 동의하시나요? 저도 예전 한국에 살 때였다면 유튜버의 편을 들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유튜버의 "지금은 어려서"라는 말에 담겨있습니다.

"주둥이방송" 캡쳐


"SNL" 캡쳐

캡처 속 "SNL" 에피소드처럼, 요즘은 알바자리를 구하기보다는 알바를 구하기가 더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는 이런 우스갯소리는 상상하지도 못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알바가 상전"이란 말이 나오네요. 마찬가지로, 사연자가 "지금은 어려서" 저렇게 행동할 수 있을 겁니다. 꼬우면 그만두고 다른 알바 하면 되니까요. 그렇다고 유튜버가 틀렸다는 말은 아닙니다. 제 학창 시절 "나 때는" 안 그랬으니까요.


시간이 더 흐르면, 저 사연자도 "나 때는"이라고 말할 날이 올 겁니다. 지금 이곳 스웨덴에서는 스톡홀름 중심지에서조차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이 드무니까요. 한국에서도 10~20년이 더 지나면, "나 때는 새벽 2~3시에 밖에 나가도 편의점들은 항상 문 열려 있었어"라고 투덜거릴 날이 멀지 않았음을 오늘의 합계출산율이 암시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 Part1"에서 적었던 서민들도 "적당히 편하루를 보낼 수 있"는 "사회적 계층 구조"도, 아마 이런 노동력 부족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을 겁니다. 흑사병으로 인구가 줄어들자, 농부들이 권리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처럼, 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피지배층의 권리가 향상되기도 합니다. 유사한 맥락에서 다른 예시도 짧게 덧붙여봅니다.


어느 날 스웨덴 친구들과 얘기하며, 이곳의 전화 상담 서비스는 형편없다는 불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예전 한 번은 상담원이 응대하기까지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일을 놓고 "스웨덴에선 이래도 되냐? 매번 이런 식이라면 안 그래도 짜증 난 고객욕할지도 모른다"라고 하소연했더니, 친구가 "그러면 상담원이 그냥 전화를 끊어버릴 "라며 웃더라고요. 듣는 순간 어이가 털리더군요.


상담 전화로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는 것에 비하면, 혹은 편의점이 문을 안 연 것에 비하면, 고작 몇 분 정도 알바가 손님을 기다리게 하는 것쯤은 짜증 낼 일도 아닐 겁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가끔은 '이거 인종차별인가?' 헷갈릴 정도로 까칠한 서비스를 받아도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넘어가네요. (다른 손님에게도 그렇게 불친절한 모습을 보니 납득되더군요.)


그런 사회에 적응하다 보니 소소한 팁도 생겼습니다. 알바 표정이 썩어있으면 제가 먼저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으며 "Jag ska betala"라고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번역하면 "저 계산이요" 정도의 뜻입니다.)  또, 전화 상담은 영어 응대가 아닌 스웨덴어를 되도록 고릅니다. 경험 상, 스웨덴어 응대에 걸리는 시간이 영어 응대보다 훨씬 더 짧더라고요.


스웨덴어를 잘 못하더라도 일단 고른 다음에 상담원에게 "Can I speak English?"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영어로 답해줍니다. 물론, 이따금은 그쪽도 영어를 잘 못해서 안 되는 스웨덴어로 더듬더듬 말할 때면 답답해서 미칠 것 같기도 합니다.




몇 가지 일화들로 소개한 거시적인 사회 담론은 이 정도로 마치겠습니다. 마지막 "사회: Part3"에서는 조금 개인적인 푸념을 늘어놓겠습니다.


<사회: Part3로 이어집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