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3 작성
2021년에 '10년 뒤 미래에 대한 상상'이란 글을 적었었다. 그 예상으로 "1. 인구 감소에 따라 우리나라는 저성장의 늪에 빠질 확률이 높다. 2. 중간재가 아닌 소비재 시장으로 넘어가, 1인당 국민소득 5만~6만 달러까지 성장하길 바란다."라고 적었다. 4년 정도 흐른 지금 중간 점검해 보면 저성장에 늪에 빠져가는 것 같아 보이기는 하는데, 소비재 시장으로 넘어가는 모습이나 1인당 국민소득이 성장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예측이다.
지금에 와서 되돌아보니 그 당시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들은 잊혀졌다. 그저 남겨진 기록을 보니 도대체 무슨 근거로 저렇게 '소비재 시장으로 넘어가면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라고 자신 있게 적어놨는지 신기하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1. 우리나라가 소비재 시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가정과 2. 인구 감소와 경제 성장의 상관관계에 대한 가정이 이상하다.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중간재 시장에 남더라도 2021년의 우리나라 GDP를 현상유지 할 수만 있다면,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면 1인당 GDP는 두 배인 6만 달러는 충분히 될 텐데 말이다.
다만, 기억에 남는 것은 그 당시에 미래에 대한 예상을 적은 이유로 그 예측을 잊지 않고 시간이 지나 맞았는지 틀렸는지 알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이번에는 저런 무의미한 희망을 담은 가정을 빼버리고, 현재 생각하는 예상들과 그 근거들을 짧게 기록으로 남겨 놓겠다. 인공지능에서 시작해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예측으로 마무리한다.
예상 1. 인공지능 혁신이 꽃을 피우려면 앞으로 5~10년은 더 지나야 한다.
근거 1-1. 현재 인공지능 발전 수준을 과거 정보통신 발전에 비유하면, 전국적으로 초고속 인터넷 망을 까는 기반 산업 단계와 유사해 보인다. 스마트폰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처럼, 인공지능 산업에 최적화된 새로운 디바이스나 서비스들이 나오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최적화된 디바이스의 예시는 스마트 안경 같은 새로운 플랫폼을 떠올리면 금방 감을 잡을 것 같다. 하지만, '서비스는 지금도 다양한 AI 기반 서비스들이 있는데, 무슨 소리냐?'라는 반문을 할 것 같다. 이를 근거 1-2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
근거 1-2. 인공지능 발전을 위해서는 생명공학, 특히 뇌과학 발전이 중요하다. 쉽게 말해, 지금 AI는 예전 야후 정도 수준인데 앞으로 구글처럼 용도에 맞게 특화된 AI가 나오리라 예상한다. 왜냐하면 지금 AI들은 인간이 학습하는 방법을 모방하여 구현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뇌과학이 점점 더 발달하여 분야 별 전문가의 뇌 특징을 이해하면 이에 특화된 AI를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런던 택시 운전사의 뇌는 일반인에 비해 공간 지각을 담당하는 해마 부분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를 이용해 공간 지각력을 강화한 길 찾기 특화 AI가 나타나리라 예상한다.
예상 2. 특화된 AI 혁신은 중국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근거 2-1. 전문가의 뇌를 연구하려면 윤리적인 문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은데 "유전자 편집 아기" 사례처럼 중국은 그런 점에서 좀 더 자유롭기 때문이다. "국가 발전"이란 대의를 위해 "인권"을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다면, 특화된 인공지능 개발에 필요한 뇌과학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근거 2-2. (전쟁과 같은 심각한 위협이 없다면) 중국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들은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논의하느라 인간 뇌 연구 진행이 더딜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이러한 제약은 흥미로운 다음 예측으로 이어진다.
예상 3. AI 혁신에 따른 경제 효과는 중국권/미국권 등으로 나뉜 국가별 진영으로 분리된다.
근거 3-1. 마치 지금 중국에서 구글이나 넷플릭스에 접근할 수 없는 것처럼, 반대로 미국 진영에서는 중국의 특화된 AI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는 대신 미국 버전의 특화 AI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중국 AI 서비스에 비용을 내지 않고 무단으로 이용하게 될 수 있다.
근거 3-2. 이미 익숙할 단어, 미중 디커플링은 더욱 심화되는 중이다. 현재 시끄러운 트럼프 발 여러 국제논쟁들은 이 진영 분리 과정에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더 많은 국가들이 자신이 어떤 진영에 속할지 선택하고, 그에 따른 결과도 감당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중국 경제에 대한 예상으로 이어진다.
예상 4. 미중 무역 전쟁은 중국의 저성장에 영향을 준다.
근거 4-1. 트럼프 정부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거란 예측과 달리, 하나하나 따져보면 디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정책들이다. 관세로 물건 값이 비싸지면 단기적으로는 인플레가 일어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가 줄어 경기 침체가 나타난다. 해외에서 값싸게 생산하던 물건들을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게 되면 단가가 상승한다. 불법 이민자 추방도 인건비 증가를 통해 비슷한 효과를 불러온다. 이는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중국의 과잉 생산 전략에 큰 타격이다.
근거 4-2. 미국의 정책은 중국 경제 성장 전략의 모방이다. 지난 수십여 년 간 중국은 외국 기업의 자국 시장진출은 제한하면서 외국 시장에는 자유롭게 수출하여 막대한 무역흑자를 거뒀다. 이제는 반대로, 미국이 중국의 자국 수출을 제한하며 타국에 수출을 늘리는 전략을 시도 중이다.
예상 5. 한국, 유럽, 인도 등 다른 국가들의 선택이 최종적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승자를 결정한다.
근거 5-1. 가장 가능성이 높은 예상으로 미국 승리를 예측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국의 경제 정책은 고립주의와는 다르다. 무역적자를 해소하여 무역수지의 균형을 이루자는 주장이다. 이를 한국이나 유럽 등의 국가들이 모방하여 중국과의 무역 축소를 통해 대중무역 적자를 해소하려고 정책을 변화할 경우에 가능한 결과다.
근거 5-2. 반대로 다른 국가들이 미국과의 무역을 줄여나갈 경우 중국이 승리할 수도 있다. 미국과의 무역 흑자를 포기하는 대신 저렴한 중국산 물품을 지속 수입하거나 혁신적인 중국발 AI 서비스 등을 이용할 경우 가능한 결과다. 이 경우 미국의 비싼 제품과 뒤쳐진 AI 서비스는 미국 내에서만 쓰이게 되어 미국은 저성장 하고 중국 중심의 무역망으로 급속히 재편된다.
근거 5-3. (가능성은 가장 낮지만 혹시나 만약, 그럼에도 일어나면 안 되지만) 미중 전쟁 발발 시에는 다른 국가들의 선택이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2025년에 적은 이 다섯 가지 예측을 2030년과 2035년에 되돌아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지 정말 궁금하다. 목표는 40% 성공률인 2개 맞추기다. 시간을 두고 지켜볼 또 하나의 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