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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aollet 리아올렛 Sep 10. 2023

수영17. 못 하겠어요

I can't do anything

수영도 운동이다 보니, 얼마나 할 수 있는지는 말 그대로 컨디션에 따라 달랐습니다. 몸이 좀 무거운 날은 한 바퀴 도는 것도 조차 힘들게 느껴졌어요. 숨이 어찌나 찼는지, 전엔 어떻게 돌았던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얼마 전 힘차게 발차기를 하던 수영회원 분이 멀찍이 떨어져 있는 걸 보았습니다. 평소보다 속도가 느렸고, 혼자 레일에서 천천히 수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허리가 아파 예전처럼 할 수 없었어요. 열정이 넘쳤지만 어쩔 수 없었죠. 이럴 땐 몸상태에 따라 수영 방법을 바꾸곤 해요. 천천히 팔을 젓거나 발을 찹니다. 항상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는 없으니까요. 레인의 맨 끝자리를 따라 뒤쳐진 숨을 간간히 쉬어가며 수영하곤 했어요.


마음과 몸이 맞지 않으면 생각이 지나치기 마련입니다. 수영에 집중하기 어려워지죠. 무거운 몸이 더 무거워진다는 느낌이 들어요. 레인 끝까지 수영을 해내야만 될 것 같은 의무감과 때론 알 수 없는 패배감도 듭니다. 해야만 하는 상황들 속에서 쫓기는 느낌이 들죠. 그럴 땐 뒷사람을 먼저보내버리곤 했어요. 나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했으니까요.


뒤쫓아 올 것 같은 일들은 지금을 덮쳐요. 무엇 때문에 이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지경까지 왔을 때, 그때는 이미늦었고 돌아갈 수 없거든요. 그런데 그걸 보내버리면 어차피 또다시 다른 순간들을 맞이하곤 했어요. 못하겠다면 그 일들을 앞으로 보내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습니다.


좌절감은 물에서는 잘 녹곤 해요. 지금은 언제고 남발하고 싶네요.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아예 그만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근데 관두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숨 쉬는 것도 자주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쉬고 있으니. 어떻게든 물에 몸을 담그면 그다음은 수영을 계속하게 되더라고요.


I can't do anyting _ Liaol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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