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프라방

by 삶은여행

베트남에서 라오스 비엔티안을 거쳐 루앙프라방까지 32시간 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다.


비엔티안행 버스엔, 누군가 해산물을 챙겨가는 건지 버스 안은 비린내로 가득했고,

긴 이동의 지루함을 막고자 기사님이 볼륨을 빵빵하게 튼 베트남 전통가요가 이어폰 안을 뚫고 들어와서 버스 안의 이동시간은, 내게 고행길과도 같았다.


라오스 국경을 넘어, 버스는 저녁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잠깐 식당 앞에서 쉬다가기로 했고, 나는 아직 라오스 돈을 환전을 하지 않아 식사를 하기엔 현지 화폐가 충분하지 않았는데 운이 좋게도, 함께 버스에 탄 한국인 여성 선교사님 2분이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저녁식사의 은혜를 베풀어주셨다.


버스는 긴 이동을 끝내고 비엔티안에 도착하였고 선교사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한 뒤

뚝뚝을 타고, 근처 atm에 가서 돈을 인출 한 뒤 루앙프라방이 출발하는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운이 좋게 바로 출발하는 루앙프라방행 버스를 탑승하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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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의 풍경은 멋있었지만,

산길을 따라, 버스를 타고 이동한 지 30시간이 지났을 땐,

내 영혼의 육체를 떠나는 느낌을 받았다.


32시간의 긴 이동 끝에 한 밤중에, 비로소 루앙프라방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툭툭을 타고 시내에 도착한 후 미리 호텔을 예약하지 않아,

돌아다니면서 공실이 있는 숙소를 찾는데, 연말이라 대부분의 숙소가 방이 없었다.


배낭의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졌다. 40분 즈음 헤매다 보니 그냥 아무 곳이나 좋으니 짐을 풀고 눕고 싶었다.

그나마 저렴한 숙소를 찾아 짐을 풀고, 와이파이를 연결하려는데 와이파이가 안 된다는 거다.

그래도 1박에 3만 원이나 주는데,, 그래서 여기가 방이 있나 보다.라는 생각을 했다.

하루 즈음 인터넷 안 하면 아무렴 어떠냐. 짐 풀고 누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조금 쉬다가, 허기진 배를 채우고자 밖을 나가 괜찮아 보이는 식당에서 주문을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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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모양이 하트다. 단순한 건지 귀여워서 기분이 좋아진다.

밥을 먹고, 기운이 나서 야시장을 구경하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30분을 기다려 간식을 사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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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먹어보니, 맛있었지만 30분 기다릴 맛은 아니다.

그래도 날씨가 많이 추웠는데, 따뜻한 걸 먹으니 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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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은, 아침 시장을 둘러본 다음

저렴하고 좋은 숙소를 찾기에 돌입했다.

다만 연말에 미리 예약하지 않고 저렴하고 좋은 숙소를 당일에 구하는 건 무리였다.

그래도 이 전날 머물렀던 곳보다는 조금 더 저렴하고 와이파이가 되는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를 옮긴 뒤 발길을 따라,

루앙프라방을 둘러보았다.

루앙프라방은 많이 추운 날씨였지만 어딜 가나 흐드러지게 핀 꽃을 볼 수 있었다.

참 예쁜 도시였다.

아침마다 열리는 장도 좋았고, 스님들의 탁발 공양도, 밤이면 열리는 야시장도 좋았다.

맛있는 빵집이 있었고, 꽝시 폭포가 아름다웠다.

아이들은 착했고, 라오스 전통음식도 맛있었으며, 라오스 사람들도 좋았다.


크게 할 일은 없었지만, 여유로운 이 곳이 좋았다.

산책을 하다가 동네의 꼬마들을 만났다.


아이들이 고개를 숙여서,

내 치마 속을 보려고 하며 날 당황스럽게 만든다.

당황한 내가, 가던 길을 다시 가려고 하니..

쪼르르 날 쫒아 따라온다.


잘 웃는 순수한 아이들이 참 예뻤다.


하루는 루앙프라방의 한 카페에서 한 친구를 만났다.

일기를 쓰던 친구는 "내게 한국인이냐고" 먼저 말을 걸어주었고, 동갑내기인 우리는 금세 친해졌다.


친구는 내게 꿈이 뭐냐고 물었지만,

난 너무 어려운 질문이라며, 대답할 수 없었다.

우린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며

친구가 자전거를 반납 한 뒤 왕궁 앞에서 만나 함께 새해를 맞이하기로 했다.


하지만 장소를 왕궁이라고 정한 건 크나큰 실수였다.

저녁에 왕궁은, 야시장이 서서 사람이 너무 많다는 거다.

친구를 기다리다, 혹시 친구가 헤매고 있는 건 아닌지, 야시장을 2바퀴를 돌았다.

야시장에도 보이지 않고, 다시 왕궁 문 앞에서 기다려도 만날 수 없어, 다시 야시장을 둘러보다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친구도 왕궁이란 말에 한참을 헤매면서 서로를 기다리다, 못 만나는구나..라고 생각했을 때 만난 우리

친구와 같이 야시장을 둘러보고, 만 킵에 마음껏 담아 먹을 수 있는 식당에서 함께 음식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새해를 맞이했다.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맞아 소원을 적은 풍등을 날렸고,

광장에 모여 노래를 크게 틀고 모두 함께 춤췄다.

모두의 얼굴에는 새해를 맞이하는 설레임과 행복함으로 미소만이 가득하였다.


루앙프라방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나는 새해를 맞아 탁발공양과 푸시산에 올라갔다.

그리고 발길이 가는 대로 골목을 걸었다.

루앙프라방에서 매일 가 던 샌드위치집에서 마지막으로 샌드위치 하나를 포장했다.

샌드위치를 포장해주시며 아주머니가 내일봐-라는 인사가 익숙해질 무렵 이 도시를 떠나는 게 아쉬웠다.

사람들은 너무 좋았고,

음식은 대부분 다 맛있었고,

말이 잘 통하는 친구를 만났고,

새해를 맞이한 루앙프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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