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역시도 그렇지만 사람은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이 있다. 푸른 하늘을 향해 힘차게 솟아오르는 비행기를 보면 언제나 가슴이 뛴다. 어린아이도 아닌데 그렇게 가슴이 뛰는 건 하늘을 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동경과 꿈의 표현이다. 비행기가 하늘을 가르며 수평으로 날아가는 것보다 활주로를 박차고 솟아오르는 모습이 훨씬 더 가슴을 뛰게 한다. 그렇게 가슴이 뛰는 것 이상으로 그 광경이 신기하다. 머리로는 베르누이 정리가 어떻고 양력이 어떠니 하면서 어설프게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아직도 그 모습이 마냥 신기하다.
TV에서 패러글라이딩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그것을 볼 때마다 정말 많은 게 궁금했다. 이륙하려고 산꼭대기 활공장에서 뛰는 기분이 어떨지, 위험하지는 않은지, 패러글라이더에 몸을 맡기고 하늘을 나는 기분은 또 어떨지, 얼마나 스릴이 있는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어떻게 보일지. 궁금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 해답은 직접 하늘을 날아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3년간 모이지 못했던 대학 친구 부부들이 모처럼 단양에서 모였다. 단양은 단양팔경을 비롯해 이름난 볼거리가 많지만, 패러글라이딩 체험도 유명하다. 여행 첫날 저녁에 다음날 일정을 이야기하다가 패러글라이딩을 타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반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타는 게 꺼려지는 친구도 있어 한 집에서 한 명만 타기로 했다. 나도 타고 싶었지만, 우리 집은 아내가 타기로 했다.
다음날, 패러글라이딩할 친구들은 아침 일찍 서둘러 숙소를 나섰고, 나머지는 아침을 먹고 양방산 전망대에 가기로 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단양에서 가볼 만한 곳을 찾다가 양방산 전망대를 알게 되었다. 내가 본 인터넷 자료에는 양방산 전망대에서 패러글라이딩 체험은 물론 카페에서 커피도 마실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 친구들이 거기서 패러글라이딩을 했을 것으로 생각해 전망대에서 만나 경치 구경과 함께 커피를 마실 생각이었다.
양방산은 해발 664m이다. 전망대가 있는 산꼭대기까지 가는 길이 장난 아니다. 꼬불꼬불한 건 당연하고, 경사가 급해 차가 뒤로 밀릴 것 같다. 다행히 길은 포장되어 있지만, 폭이 좁아서 내려오는 차와 마주치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길이 험해서 그런지 오르내리는 차는 보이지 않는다.
운이 좋았던지 마주치는 차 없이 전망대에 도착했다. 산 정상에서 굽어보는 경치는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정말 장엄하고 멋지다. 끝없이 이어지는 산과 그 한쪽 품에 안겨 있는 단양의 도심, 산 사이를 유유히 휘감아 도는 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으로 부는 시원한 바람이 더위를 날려버려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전망대 건물은 인터넷에서 보았던 내용과 달리 텅 비었다.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올라오는 길을 생각하면 전망대가 비어 있는 게 이상하지 않다. 2025년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게 이루어지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단양의 대표 관광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전망대 밑으로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다. 조종사들이 활공장에서 패러글라이더를 펼치며 비행 준비를 하고 있다. 패러글라이딩을 한 친구들 말을 들어보니까 자기들은 여기서 하지 않고 다른 곳에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이 훨씬 높아 더 좋아 보인다고 한다. 전망 구경도 했겠다 패러글라이딩을 어떻게 하는지 구경이나 할 셈으로 활공장으로 내려갔다. 많은 가닥의 줄로 연결된 원색의 패러글라이더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그때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패러글라이딩을 타보라고 한다. 구미가 당겨서 할까 말까 고민하는데, 아내와 먼저 타본 친구들이 해보라고 해서 타기로 했다. 마침 패러글라이더에 여유가 있어 곧바로 탈 수 있게 되었다. 먼저 헬멧과 장갑, 무릎보호대를 착용하고 마지막으로 조종사와 연결해서 앉을 수 있는 의자 역할의 하네스를 메면 이륙 준비는 끝난다.
준비를 끝내고 잠시 대기하는데 특별히 겁나거나 떨리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무덤덤한 건 아니었다. 솔직히 마음이 좀 복잡미묘했다. 기대감에 따른 흥분과 함께 안전하게 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교차했다. 그 때문인지 아내가 찍은 사진을 보면 서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지 않고 경직되어 보인다.
하늘을 날게 해 줄 조종사의 주문은 딱 하나다. 됐다고 할 때까지 앞으로 힘차게 달리라는 것이다. 그 말을 새기자마자 뛰세요! 하는 소리가 들린다. 주문대로 있는 힘껏 달리는데, 처음에는 의지대로 발이 나간다. 그렇지만 몇 발자국 나가면 떠오른 패러글라이더의 캐노피가 맞바람을 받으면서 앞으로 나가기가 힘들다. 그래도 나가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어느 순간 몸이 둥실 뜬다. 패러글라이딩 체험에서 가장 짜릿한 기분을 맛보는 순간이 바로 이륙할 때다.
무사히 떴다는 안도감에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엉덩이를 하네스 안쪽까지 깊숙이 넣어 앉으라는 말에 자리를 고쳐 앉는다. 생전 처음 하늘에 떠 있는 기분과 느낌이 의외로 편안하다. TV 화면으로 볼 때는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 같은 스릴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정반대로 너무 평온하고 안락하다. 온몸을 편안하게 감싸는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뜻밖에 평온함과 여유로움 때문에 하늘에 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다.
마음의 여유와 함께 지상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발밑에 펼쳐진 산과 강과 도시의 모습이 전망대에서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과 즐거움을 준다. 전망대에서 볼 때는 대자연의 모습을 단순히 바라보는 즐거움이었지만, 하늘에서 보면 그것들이 마치 내 손아귀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3~4분이 지나자 심심해진다.
심심하다고 말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멋도 모르고 조종사에게 말했다. 그것이 큰 실수였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심심하다는 말을 들은 조종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묻는다. “바이킹 좋아하세요?” 놀이공원에서 바이킹 탈 일이 없어 좋아하고 말고가 없지만, 어떤 변화를 만들려면 조종사의 의도에 따라야 할 것 같았다. “좋지요!”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글라이더가 옆으로 휙 하니 꺾이더니 푹 떨어지면서 한 바퀴를 돈다.
그 순간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한 바퀴를 돌고 난 순간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워졌다. 솔직히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았다. 만약 그렇게 한 번 더 돌리면 뭔 일이 터질 것 같아 서둘러 그만하자고 사정했다.
하늘에서 편안하게 즐겼던 좋은 기분이 그 울렁거림과 어지러움 때문에 반감되고 말았다. 내가 적응력이 없어 그런 건지 착륙하고도 그 상태가 꽤 오래 지속되었다. 조종사에게 물어봤더니 이렇게 예술 비행을 하면 어떤 사람은 정말 토한다고 한다. 하늘에서 토를 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아찔하다.
패러글라이딩은 패러슈트와 글라이딩의 합성어로 낙하산과 활공기의 기능을 함께 갖춘 항공 레저 스포츠이다. 1985년부터 우리나라에 보급되기 시작한 패러글라이딩은 기체가 가볍고 조작이 쉬워서 많은 사람이 즐기는 레저 스포츠로 자리를 잡았다. 사고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크게 문제 될 정도는 아니라서 기회가 되면 한번 배워보고 싶다. 배운다고 해도 그 예술 비행인가는 하고 싶지 않다.
편안하게 하늘을 날면서 퍼뜩 생각나는 게 있었다. 언젠가 TV에서 남아메리카 고산지대에 사는 거대한 콘도르가 긴 날개를 펴고 협곡 사이를 유유히 나는 것을 보았다. 이제 보니까 패러글라이딩이 콘도르의 비행하는 모습과 닮은 것 같다.
주워 들은 풍월이 있어 착륙할 때가 되자 조심스러워진다. 걱정과 달리 조종사의 주문은 두 발을 바짝 들어 올리라는 것뿐이다. 엉덩이가 지면에 닿을 때 아프지 않을까 했는데 그것 역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약간의 충격이 있기는 하지만, 아프지 않다. 이륙할 때 조종사가 셀프 카메라를 주었다. 이륙할 때부터 착륙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이 카메라에 담겼다.
카메라에 찍힌 동영상을 보니까 하늘에서 머문 시간은 대략 8분 정도다. 하늘을 나는 건 우리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체험이다. 그렇기에 한 번쯤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이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버킷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과 온몸으로 허공을 느끼면서 하늘을 나는 느낌은 전혀 다르다.
패러글라이딩 체험은 이번 단양 여행에서 최고의 일정이자 오래도록 기억할 좋은 추억거리가 되었다. 단양의 하늘에는 형형색색의 패러글라이더가 쉴 새 없이 뜬다. 누가 탔는지는 모르겠지만, 속을 뒤집어 놓았던 그 예술 비행을 무려 서너 번이나 하면서 내려오는 패러글라이더가 있다. 누가 탔는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의 얼굴 상태가 어떤지 무척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