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owa Feb 06. 2023

소셜 클럽의 시작

양쌤의 another story 32

복자 클럽이 발단이었다.


 복자 클럽은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너무 다른 세 명의 여자와 한 고등학생이 복수를 위해 결성한 공동체의 이름이다. J와 W와 나, 우리 셋은 드라마를 재밌게 보다가 의기투합했다.

 “우리도 하나 만들지 뭐.”

 빛의 속도로 클럽 이름도 만들었다. 우리가 만난 동네 이름을 따서 BD 소셜 클럽.

 

 재벌가의 딸 이요원 대신 평범한 중산층의 딸, 남편에게 잡혀 사는 명세빈 대신 남편보다 목소리 큰 아내, 낙천적인 라미란보다 더 낙천의 꼭대기 층에 오른(아니고 오르고 싶은) 엄마가 우리의 정체성이다.

 복수 따위는 하지 않는다. 뮤지컬, 콘서트, 전시회, 음악회, 카페탐방, 그림 그리기, 글쓰기, 필사, 작가 초청 강연, 여행… 구미가 당기는 것은 뭐든지 한다. 누가 뭘 하고 싶다 그러면 ‘하자~’ 하고, 어디 가고 싶다 그러면 ‘가자~’ 하고, 먹고 싶다 그러면 ‘먹자~’ 한다. 날 잡기가 바쁘다.

 BD 클럽은 알 사람은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비밀 클럽이다. SNS에 웬만하면 인물 사진은 올리지 않는다. 뒤통수만 나온 사진을 올리거나 얼굴에 스티커를 딱 붙여서 올린다.

 셋이서 돌아다니다가 어리바리할 때도 있는데 희한하게 한 명은 곧 정신을 차려서 아주 당황스러울 일은 없었다. 셋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나날이 새로운 일을 탐색했다.

 한번은 김영하 작가 초청 강연에 가면서 미술을 전공한 J가 김영하 작가의 인물화를 그려 선물하려고 들고 갔다. 따로 사인회도 하지 않아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했지만 셋이서 못할 건 없었다. 주최 측 직원에게 읍소하여 주차장에서부터 강연장까지의 동선을 파악한 후 조용히 대기했다. 작가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J는 그림을 들고 달려가고 W는 작가를 부르고 나는 순식간에 인증샷을 찍었다. 아쉽게 J만 사진을 찍었지만 우리는 질척대지 않았다. 감사하단 말을 남기고 우리가 먼저 강연장으로 사라졌다.     

 

 <부암동 복수자들>이 2017년에 방영됐으니 BD 클럽도 벌써 6년째다. 멤버도 늘었다. 2년 전에 합류한 B는 우리 셋을 업고도 다닐 것같이 씩씩하고 재미있고 똘똘한 친구다. 넷이 되니 더 좋다. 유비, 관우, 장비처럼 의형제를 맺은 건 아니지만, 내가 사고를 치면 수습해 주고 억울한 일을 당하면 나서서 싸워줄 것처럼 든든하다. 요즘 아쉬운 거라면 각자의 일이 좀 바빠지고 한 명이 멀리 이사를 가서 번개는 어렵다는 거다.


 언젠가 넷의 MBTI를 맞춰보다 참 인연은 인연인가 보다 싶었다. 둘은 ENFP, 둘은 ENFP 같은 INFP. 넷 다 NFP(직관, 감정, 인식)라니!

 계획성 없는 사람들만 모여 죽도 밥도 안 될 거라고, 삘 받으면 의식의 흐름대로 날아다니는 사람들만 모여서 배가 산으로 가면 어떡하냐고 걱정하지 마시길. 우리는 계획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계획은 세우되 계획대로 안 돼도 타격감이 거의 0에 가깝고, 배가 산으로 가면 신난다고 손뼉 칠 사람들이니까.

 게다가 따로 또 같이 삶을 누리며 서로에게 페이스 메이커가, 상처에 바르는 연고 같은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BD 클럽의 다가올 날들이, 또 각각의 미래가  무진장 기다려진다. 시작은 미비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BD 클럽 흥해라~!

이전 07화 오늘의 커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