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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데이 소셜 스터디 Oct 21. 2020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여행하는 법

느린 여행

나는 옛날부터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패키지 여행을 싫어했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고 바삐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계속 움직이는 여행 말이다. 버스에서 이동하는 기억이 대부분을 차지해버리는 그런 여행. 투어가 끝나고 숙소에 돌아오면 좋았던 순간을 되새기기도 전에 힘들어 잠에 들곤 했다.


그런 기억들 때문인지 가족과의 여행이 줄고 친구들과의 여행이 많아지면서 천천히 한 곳에 오래 머물고 즐기는 여행을 선호하게 되었다. 어찌보면 나는 예전부터 느림을 추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코로나가 우리 삶을 삼키기 전, 나는 운좋게도 LA로 한 달간 여행을 갈 수 있었다.

지금도 그때 걸어 다니던 베니스 해변이 생생히 기억나고, 언덕 위 석양의 따뜻함도 느껴진다.


가방에는 물과 담요하나를 챙긴 후, 무작정 걸어다니며 도시를 구경했다. 그러다 좀 더 머물고 싶은 곳을 발견하면 챙겨온 담요를 깔고 누워 그곳을 기억에 꾹꾹 눌러 담았다.


여행을 다닌 대부분의 날들을 이렇게 보냈던 것 같다. 해가 지고 뜨는 것을 하루도 빠짐없이 챙겨보았다. 하늘과 석양이 잘 보이는 장소들을 찾아다녔다. 좋았던 장소들은 2번이던 3번이던 다시 돌아갔고, 천사들의 도시 곳곳에 나만의 추억들을 만들어갔다.


숙소로 돌아오면 시장에서 장을 본 재료들로 해보고 싶었던 음식들을 요리했다.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들었던 

현지 재료들을 이용하니 현지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매일 새로운 요리를 하며 끼니를 해결했다.


LA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을 통해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었다. 그들이 추천해주는 장소를 함께 돌아다니면서 나는 점점 LA라는 도시와 가까워졌다. 천사들의 도시를 떠날 시점이 다가오자 마치 이 곳이 서울만큼 익숙하게 느껴졌다.


제2의 고향이랄까.


서울로 돌아와 느림의 미학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내 여행 방식이 슬로우 여행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슬로우 여행은 말그대로 느리게 여행하는 것이다.


빠르게 지나치는 것이 아닌 느리고 천천히 여행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많은 양의 경험을 하는 것이 아닌 자기자신에게 초점을 맞춘 높은 질의 경험을 하는 것이다.

단순히 유명한 관광지라는 이유,

꼭 가봐야하는 음식점이라는 이유,

남들이 하니까라는 이유.

이런 이유들을 모두 떨쳐내고, 내가 그 장소에서 정말 희망하는 것들을 직접 찾아나서는 여행이다.


천천히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이전 여행들과는 다른 점들을 느낀다. 모든 곳을 봐야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무언가를 배우고 경험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보면 여행이 끝나고도 난 지치지 않았다.


비싼 호텔에 묶는 것보다 현지인의 삶을 느낄 수 있는 집에서 지내는 것이다. 그리고 직접 장을 보고 요리를 하면서 여행 비용을 아끼기도 했다. 또,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어 다른 문화와 다른 시각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이는 개인적으로 여행을 하면서 가장 기대하고 바라는 부분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만의 새로운 관점이 생기는 과정이 너무 매력적이다.


본의 아니게 느린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다음 여행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여행을 다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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