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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데이 소셜 스터디 Oct 19. 2020

천재들의 비밀, 산책

누구나 산책을 하다가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적이 있을 것이다. 걷다 보면 주변 소리, 건물 생김새, 지나가는 행인들의 표정 등이 갑자기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오며 영감을 주는 때가 있다.



걷다 보면 특별한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어느 날, 나는 약속 시간에 한 시간 정도 앞서 도착한 적이 있다. 가만히 앉아 있기도 싫고 그렇다고 커피를 마시고 싶은 기분도 아니었다. 시간이 남기도 하고 마냥 걷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두 배는 느리게 걸으면서 주변 행인들, 가게의 디테일, 보도블록의 재질, 길거리에 누워 있는 취객 등 하나하나 눈에 담아보았다.


그렇게 걷다 보니 문득 내 머리 속을 하나의 생각이 지나쳤다. 사람들이 게임 속 NPC 같은 존재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복잡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 모두가 당연히 아는 사실이지만, 그 순간의 난 이를 피부로 직접 느꼈고 순간 모든 이들이 신기하고 대단해 보였다. 모든 삶에는 각자의 의미가 있고, 남이 쉽게 판단해서도 안된다는 것이 뼛속부터 느껴지는 신묘한 경험이었다.


내가 그 시간 동안 거리를 배회할 때, 누군가는 걸음을 재촉하여 집으로 향했거나 약속시간에 맞추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도 이와 같은 경험을 하기 전에는 그저 목적지만 생각했을 뿐, 주변을 돌아볼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돌아보며 걷다보니 평상시 눈에 들어오지 않던 삶의 작은 디테일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운 경험과 생각들이 나를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처럼 걷는 행위 자체로 특별한 경험을 한 사람들은 굉장히 많다.


독일의 철학가이자 시인인 프레드리히 니체는 “진정 위대한 생각은 걷기로부터 비롯된다(All truly great thoughts are conceived by walking.)”고 말했다. 비단 니체뿐만 아니라, 괴테, 베토벤 등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사색가와 예술가들도 산책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버릇이 있었다.


건강 관련 뉴스를 보면 걷기의 효능은 정말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적절한 유산소 운동은 신체와 정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일반적인 산책이 동반하는 신체적 부하는 통상적인 ‘유산소 운동'과 거리가 멀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스탠포드 대학의 매릴리 오페조(Marily Oppezzo) 박사와 다니엘 슈왈츠(Daniel L. Schwartz) 교수는 운동수준이 아닌 일반적인 걷기(mild walking)가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실험을 진행했다.


오페조 박사와 슈왈츠 교수는 피실험자들을 네 분류로 나눈 뒤, 실내에 앉아 있는 행위, 러닝 머신을 통해 실내에서 걷는 행위, 실외에서 앉아 있는 행위, 실외에서 걷는 행위 등을 각각 실행한 후 창의적인 은유적 문장을 만들 것을 요구했다.

독자들이 쉽게 예상할 수 있었겠지만 밖에서 걷는 행위를 한 피실험자 100%가 모두 한 개 이상의 창의적인 은유적 문장을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실내에서 앉아 있던 피실험자들은 50%만이 성공했다.

실내에서 걸은 피실험자들은 그냥 앉아 있던 이들보다는 높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실외에서 걸은 이들보다는 수행력이 떨어졌다.


해당 연구진은 이와 같은 데이터를 확보했지만 아쉽게도 이에 대한 원인을 직접 분석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들이 타 논문을 인용해 세운 가설은 물리적 활동이 기분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창의성을 증진시킨다는 것과 걷는 행위가 인지력에 영향을 강하게 끼친다는 것이었다.

난관에 봉착하여 고도의 창의성이 요구될 때 산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산책은 우리 뇌에 자극을 주어 성장에도 도움이 되고, 물리적으로도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이러한 혜택 중 특히 강조하고 싶은 바는 해가 조금이라도 걸려있을 때 산책을 하면 우울증의 발병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 중 많은 인구가 낮에 사무실과 같은 밀폐 공간에서 근무하기에 햇빛에 노출될 일이 적다. 햇빛 노출이 적어지면 비타민D, 세로토닌 등의 물질이 분비되는 양이 적어진다. 이는 인간의 행복감과 정신 건강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산책을 통해 햇빛을 적당히 받으면 평소 만성적으로 느끼던 멜랑꼴리한 기분을 상쾌하게 전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외에도 산책은 비만, 당뇨, 만성피로 같은 현대인의 고질적인 질병에도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특히 만성피로).


오늘날 우리는 배달 음식, 인터넷 쇼핑, 유튜브 등 실내에서도 심심치 않게 시간을 보내고 생존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이 환경이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가? 먼저 내 몸을 소중히 보살피는 것이야말로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것 아닐까?


마음을 비우고 한 번 걸어보자.


그렇게 조금씩 걷다보면 어렵게만 느껴지던 삶도 지혜롭게 헤쳐나갈 힘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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