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으로 마음의 공간 만들기
‘여유'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무엇이 떠오르는가?
괌 같은 휴양지 해변에서 따스한 햇빛을 쬐는 모습?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모습?
현대인들에게 ‘여유'란 사치와 같은 말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열심히 그리고 빡빡하게 산다해서 일이 더 잘 되는지는 모르겠다. 어떤 일들은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그렇게 기다린 결과가 결국은 좋지 않아 실망감에 모두 포기하기도 한다.
우리는 종종 불가항력적인 결과에 너무 매달리면서 여유가 없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바쁜 삶 속에서도 우리는 충분한 여유를 가질 수 있고, 평온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마음가짐도 가질 수도 있다.
그 방법은 바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인드풀니스(마음챙김) 명상법이다. 모두가 마음의 여유가 없음을 느끼게 되면서 종교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명상이 더 보편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자.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는 수많은 명상 방법 중 하나이며 한글로 풀면 ‘마음챙김'이다. 마음을 챙긴다는 개념이 너무 추상적이라서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이는 불교에서 유래된 명상법으로 ‘매 순간의 알아차림’을 의미한다. 즉, 온전히 현재에 집중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명상이다.
마음챙김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의도나 그 결과는 모두 제각각이지만 나는 마음챙김의 덕을 톡톡히 본 케이스에 속한다. 유학 중 정체성 위기가 심하게 찾아왔을 때 명상을 통해 내 중심을 잡을 수 있을 수 있었고, 장교로 군복무를 하는 중 엄청난 양의 업무처리를 하면서도 여유와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나도 사실 마음챙김을 갑자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처음 이를 알게된 계기는 팀 페리스(Tim Ferris)의 유명 저서인 <타이탄의 도구들>이었고, 에크하르트 톨레(Eckhart Tolle)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와 <고요함의 지혜>, 토니 로빈스(Tony Robbins)의 <흔들리지 않는 돈의 법칙> 등의 책을 읽다보니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마음을 잘 챙긴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위 서적들은 아무런 판단 없이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의 중요성에 대해서 역설한다. 구글 등 선도적인 기업들 역시 마음 챙김을 직원 복지 프로그램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고 있다.
도대체 마음챙김이라는 행위가 우리에게 어떻게 작용하길래?
마음챙김 명상의 가장 잘 알려진 효과로는 집중력 향상, 생산성 향상, 긍정적인 마음가짐 및 평정심 유지, 스트레스 및 불안 증세 완화, 숙면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모든 효과의 기저에는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정말 이것만으로 이 모든 혜택을 다 누릴 수 있는 것이 가능할까?
그 답은 ‘yes’다.
먼저 집중력 저하, 스트레스, 불안, 그리고 불면증의 원인은 사실 간단하다.
바로 ‘생각'이다. 구체적으로는 ‘overthinking’이지만 말이다.
책을 읽다가 어느 순간 상상의 나라를 펼치고 있거나, 무슨 일을 앞두고 그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한 적이 있지 않은가? 나는 굉장히 많다.
내가 하는 무수히 많은 행동들 중 실수가 있었다던가,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나를 배신했다고 생각이 든다던가, 5년 전 저지른 과오가 자기 직전에 떠올라 이불킥을 한다던가 말이다. 물론, 이런 생각이 항상 틀린 것은 아니나 대부분 나의 ‘생각' 속에서만 존재할 뿐, 나에게 어떠한 물리적인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 결국, ‘걱정'과 ‘불안'으로 오랜 시간을 비참하게 보내면서 나의 에너지를 의미없이 소비하는 악순환의 반복이 일어날 수 있다.
현대인들의 삶은 인간관계든, 앞으로 살아나가야 하는 방향이든, 생각할 것도 많고 복잡하다. 하지만 그 복잡함 속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그 굴레를 벗어나야한다.
그 굴레를 벗어나는 방법이 바로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현재에 집중했을 때 우리는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한다. 이때 나는 나의 생각을 ‘나 자신'과 분리시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내 생각이 나의 정체성과 분리된다면, 나는 내 머리속에서 떠오르는 생각들 하나하나 다 감정적으로 소모시킬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즉, 평정심이 돋아나 감정적으로 실수할 일도 줄어들고, 스트레스를 확대하지 않고도 충분히 효율적으로 업무 처리를 할 수 있게 된다.
마음챙김 명상은 우리가 현재에 집중하기 위한 하나의 테크닉이라고 볼 수 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명상을 종교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명상의 기원이 종교에 있다보니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 이상하지는 않다. 하지만, 미국에서 마인드풀니스 운동이 시작되면서 수많은 과학적 실험이 진행되었고, 명상이 실제로 인간의 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09년 UCLA 의과대학의 에일린 루더스(Eileen Luders) 조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명상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하루에 10~90분씩 꾸준히 10년 이상을 명상을 해온 사람들의 뇌와 일반인의 뇌를 비교하여 명상을 한 이들의 뇌구조에서 확실한 차이를 발견한 것이다. 명상을 한 피실험자의 우측 해마 회백질의 밀도가 증가하고, 안와전두피질의 크기가 커짐이 관찰되었다.
용어가 어려울 수 있는 나같은 문송한 이들을 위해 설명을 덧붙이자면...
해마(hippocampus)는 장기적인 기억과 공간개념, 감정적인 행동 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회백질이 증가한다는 것은 이러한 기능들이 더 활성화가 됨을 의미한다.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은 감정적 의사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공격성, 공포, 감정적 공감 등에 관여하는 기관이다. 이 또한 크기가 커지면 그 기능이 한층 더 개선된다.
이후 명상과 관련된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위스콘신 대학의 리처드 데이비슨(Richard Davidson) 박사 연구팀도 오랜 기간 동안 명상 수행을 해온 티베트 승려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고, 뇌구조의 차이를 밝혀냈다.
이 연구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명상이 뇌구조에 확실한 변화를 준다는 것이고, 명상을 하는 사람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감정 조절 능력과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의 연구는 비단 ‘마음챙김 명상’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고, 명상의 종류 혹은 방법에 상관없이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음챙김이 모든 문제의 만병통치약이라고 할 순 없다.
문제가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재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해야만 발전가능한 부분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크게 싸우고 감정적으로 불편했는데, 명상을 통해 나 혼자 해소했다면서 세상만사 태평하다면? 우리는 타인을 고려하지 않는 세상에서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소 사이코패스...)
100세 시대를 사는 우리가 진정으로 롱런하기 위해서는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 순간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면 나는 내 삶의 의미를 과거 혹은 미래에서 찾아야만 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놓쳐버린 순간들이 너무나 안타깝다.
현대인들의 지친 마음에 여유를 돌려주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의미를 일깨워주어야 하고, 이를 위해 마음챙김 명상이 좋은 방법이라고 믿는다.
마음챙김은 그 순간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온전히 알아차리는 것이다. 몸과 마음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나지만 이를 항상 인지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24시간 중 10분만 할애해서 이를 연습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방법의 출처는 내가 자주 사용하는 “Headspace”라는 명상 앱이다.
중요한 2가지 요소는 ‘현재를 인지하는 것’과 이를 온전히 ‘수용하는 것'이다. 현재를 인지함은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에 대한 나의 판단과 평가를 잠시 내려놓는 것이다. 그리고 수용함은 이러한 생각에 저항하지 않고 그저 떠있는 구름처럼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아래 방법으로 연습해보자.
1. 먼저 의자 혹은 바닥에 정자세로 앉는다. 허리는 곧게 펴고 어깨에는 힘을 빼는데, 누가 내 머리를 위에서 잡아당기고 있다는 이미지를 연상하면 좀 더 쉽게 자세를 잡을 수 있다.
2. 눈을 감기 전에 크게 심호흡을 세네번 정도 반복한다. 숨은 코로 들이 쉬고 입으로 내뱉는다. 이때 눈은 가볍게 뜨고 정면을 부드럽게 주시한다.
3. 마지막 심호흡에서 호흡을 정상적인 리듬으로 돌리면서 눈을 지그시 감는다. 이때 코로 숨을 들이쉬고 내뱉으면서 그 감각을 잘 느껴본다.
4. 눈을 감은 상태에서 몸의 감각을 가장 높은 곳부터 가장 낮은 곳까지 천천히 순서대로 느껴본다. 예를 들어, 스캐너가 나의 머리 꼭대기에서 발 끝으로 스캐닝 하듯 말이다. 이를 ‘바디 스캔(body scan)’이라고 부른다. 이때 중요한 점은 무언가 이질적인 감각이 들 때 그저 '아! 이런 느낌이 드는구나'라고 수용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5. 이후 내 몸이 다른 물체와 닿아 있는 느낌을 느껴본다. 예를 들어, 내 몸이 닿아 있는 옷의 촉감, 의자의 촉감, 내 신발의 바닥 등이 있을 수 있다. 몸에서 내 의식을 잠시 떼어 놓고,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해본다. 누군가의 말 소리일 수도 있고, 자동차 소리일 수도 있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일 수도 있다. 아무런 판단 없이 그저 듣고 수용해보아라.
6. 그리고 다시 내 의식을 몸으로 가져와서 몸의 감각에 집중해본다. 천천히 눈을 뜨고, 5초 정도는 부드러운 시선을 유지한다.
아마 마음챙김을 처음 접한 많은 이들은 이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중간중간 너무 많은 생각이 덮쳐오면 대게 우리는 그 생각에 휩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생각이 들 때 '아 역시 난 안돼!'라고 생각에 저항하면 오히려 그 생각을 붙잡고 있는 꼴이 된다.(마치 분홍 코끼리마냥) 따라서 생각이 들면 “아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와 같이 생각을 스쳐보낼 수 있는 태도를 보여야 성공적으로 명상할 수 있다.
마음챙김 명상을 꾸준히 하면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고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잡념이 너무 많아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은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주변 사람 혹은 환경에 너무 얽매인다고 생각이 드는 이들은 평정심을 가지고 다른 이들을 대할 수 있을 것이다(특히 상사와 사이가 안좋은 이들은 맞짱뜰 것이 아니라면 honey tip... 편집자 광성이형 보고있지?).
건강한 정신을 가질 수 있다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한층 더 지혜롭게 대처하고, 높은 능률을 통해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 하루에 10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다고 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