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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데이 소셜 스터디 Oct 12. 2020

문득 향기가 나를 스칠 때

향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

향기가 기억과 감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다.

향기는 감정이나 향수(鄕愁: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와 깊이 연결되어 있고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과거 기억은 물론 당시 감정도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어느날 우연히 코코넛 향을 맡다가

한국에 오기 전 마지막으로 떠났던 디즈니 월드 여행이 문득 떠올랐다.


엄마가 수시로 발라준 선크림이 코코넛 향이었다


작은 콘도 방안,

티비 앞에서 떼를 쓰며 바르기 싫다고 땡깡을 부리는 내가 기억났다.


방 밖에는 작은 수영장이 있었고, 디즈니 티켓 때문에 콘도 직원과 싸우는 아빠,

엄마에게 속아서 타게 된 후룸라이드와 그때의 공포,

너무 신난 나머지 놀이동산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던 기분도 생각났다.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약 20년 전 기억이 생생하게 돌아오는 것이 신기했다.

이제는 코코넛 향만 맡으면 그때 생각이 나서 혼자 과거여행에 빠진다.

우연히 어떤 향을 맡고 기묘한 행복감을 느낀 이들이 분명 있을거다.


생생하게 기억이 날 수도 있고

기억은 안 나지만 당시 감정이 무의식적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향기가 후각을 자극하여 그 신호가 뇌를 자극하고 과거 기억을 깨운 것이다.


어째서 코로 맡는 냄새가 기억과 연결이 되는걸까?


눈이나 귀로 감지된 정보는 뇌의 분석을 담당하는 곳으로 전달이 되는 반면, 코는 우리의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한 부분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이 때문에 시각과 연계된 기억을 넘어 후각은 감정에 대한 기억까지 떠오르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된 나는 앞으로도 향과 관련된 기억들을 더 만들고 싶어졌다.


첫 유럽 여행을 떠나던 나는 기대와 설렘에 가득차

어떻게 하면 이번 여행을 두고두고 떠올릴 수 있는 코코넛 선크림 같은 장치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파리에서 아버지 선물로 드릴 향수를 구매하면서

내가 쓸 향수도 하나 구매했다.

그리고 여행내내 그 향수만 뿌리고 돌아다녔다.

여행이 끝나고도 그 향을 맡으면 유럽이 기억날 것만 같았다.


그 향을 맡으면 유럽이 기억날 것만 같았다


여행을 다녀온지 3년이 지난 지금도

이따금씩 그 향수를 뿌리면

숙소에서 와인을 마시며 수다를 떨던 나와 친구들

그리고 아무 걱정없이 한없이 걸어다니던 파리의 골목과 거리가 생각난다.


향은 우리가 보고 듣는 것만큼이나 우리 삶의 질을 좌우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숲 속에서 맡는 풀 내음이 나를 편안하게 해주고

비 온 뒤 흙에서 올라오는 냄새는 행복해진다.


이처럼 향기를 통해 나의 기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이 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다.


잠이 들거나 편안하게 쉬고 싶을 때라벤더 향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잠이 쉽게 오지 않는 날이면 자기 전에 라벤더 향초를 킨다. 실제로 라벤더는 진정 효과를 가지고 있어서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고, 심장을 진정시켜 준다. 불면증을 앓는 이들에게는 마치 수면 유도제처럼 안정 효과를 주고 숙면을 취하게 도와준다.


레몬, 오렌지, 자몽 등 시트러스 향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켜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 호로몬을 낮춰주기도 하며, 그 중 레몬 향은 정신적 피로를 회복시키는 작용을 한다. 지나친 자극 없이 정신이 맑아지도록 도와준다. 흔히 접할 수 있는 과일이니 아침에 오렌지나 레몬을 짜서 음료를 만들어 먹으면 하루를 시작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잠에서 깨기 위해 아침에 커피를 마시듯

나의 필요에 따라 향을 이용하고

가끔은 과거에 좋았던 기억을 다시 꺼낼 수 있는 향을 맡으며

삶을 한층 더 풍부하게 살아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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