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단 기술의 혁명으로 시대에 뒤처진 구식이 된 양단 이불과 요. 몇 해 전 겨울부터 엄마 혼숫감으로 할머니가 지어주셨다는 비단 이불을 덮고 잔다. 오늘은 이곳 남쪽도 체감온도 영하 9도. 최근 들어 가장 추웠던 하루이다. 목화솜 넣고 비단천으로 이불과 요를 이쁘게 마감한 무거운 옛날 이불이 요긴한 날이 된다. 잠자다 뒤척일 때도 목화솜 무게 때문에 떡메를 치듯 힘겨울 때도 있지만 겨울에는 이 이불을 포기할 수 없다. 나의 어머니는 할머니가 되셨고, 흰머리 염색해도 젊어지지 않는 허리와 무릎에 시름이 깊어가는 엄마의 황혼을 지켜보며 살고 있다. 할머니와 엄마와 나까지 삼대를 이어주고 있는 양단 한복감을 잘라 만든 이불을 쳐다보다가, 엄마에게 들었던 할머니의 콩밭 이야기가 떠올라서 몇 글자 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