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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혁 Sep 26. 2023

코알라 예찬 - 라면

느리게 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잠언시

라면                




라면이 한국인들의

소울 푸드가 된 데는

다 이유가 있지요.     


남녀노소 누구나

출출할 때 간단히 끓여서

먹을 수가 있고     


값도 싼 데다

구수하고 얼큰해서

입맛에 딱 맞기 때문이지요.     


막 끓여서 먹으려고 보면

꼬불꼬불한 면발들은 꼭 사연 많고

굴곡진 우리네 삶처럼 느껴지고     


(우리 은하계의 블랙홀을 찍은 사진도

꼭 시장에서 파는 싸구려 도넛처럼 보이죠)


강렬한 유혹의 힘을 지닌

부박한 국물을 한 모금 마시노라면

잠시나마 따뜻한 위로가 찾아오고     


뜨겁고 매끄러운 면발을

후후 불면서 입 안 가득 넣고 씹다

마침내 목구멍으로 넘기면      


가슴에서 무언가 서러움 같고

그리움 같은 것이 울컥 올라오면서

눈시울도 조금은 뜨거워지나니---.       


(오, 유칼립투스 잎만 먹는 코알라들은

지랄맞게 정겨운 맛을 절대 모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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