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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혁 Sep 26. 2023

코알라 예찬 - 나무의 말

느리게 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잠언시 

나무의 말               




우리 유칼립투스는 

전 세계에 걸쳐서 무려

수백 종류나 있고     


키도 수십 미터에서 

백 미터가 넘는 것까지 

아주 다양하답니다.     


우리는 대지에 깊이

뿌리를 박고 서서, 그만큼

하늘을 향해 높이 자란답니다.     


(하늘과 땅을 하나로 연결하는

데칼코마니가 우리의 특기죠)      


회녹색을 띤 길쭉한 잎은 

거칠고 수수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코알라들이 즐겨 먹는 밥이고     


매끄럽고 청회색을 띤 

하얀 줄기는 땅과 하늘을 연결하는 

멋진 통신망인데     


땅은 늘 하늘을 그리워하고

하늘은 늘 땅을 그리워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궁금해 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은 대로 자세하게 위 아래로 

부지런히 전해주지요.     


(코알라들은 잠속에서 이런 얘기를 

엿들으며 무척이나 재미있어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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