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잠언시
나무의 말
우리 유칼립투스는
전 세계에 걸쳐서 무려
수백 종류나 있고
키도 수십 미터에서
백 미터가 넘는 것까지
아주 다양하답니다.
우리는 대지에 깊이
뿌리를 박고 서서, 그만큼
하늘을 향해 높이 자란답니다.
(하늘과 땅을 하나로 연결하는
데칼코마니가 우리의 특기죠)
회녹색을 띤 길쭉한 잎은
거칠고 수수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코알라들이 즐겨 먹는 밥이고
매끄럽고 청회색을 띤
하얀 줄기는 땅과 하늘을 연결하는
멋진 통신망인데
땅은 늘 하늘을 그리워하고
하늘은 늘 땅을 그리워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궁금해 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은 대로 자세하게 위 아래로
부지런히 전해주지요.
(코알라들은 잠속에서 이런 얘기를
엿들으며 무척이나 재미있어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