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잠언시
죽음의 춤
우리 코알라들은
춤출 줄을 몰라요.
간혹 꿈속에서
나비처럼 날아다니며
팔 다리를 마구 휘젓거나
캥거루처럼 폴짝폴짝 뛰면서
춤 못 추는 이들이 막춤을 추듯
온 몸을 흔들어대기는 하지만
평소에는 늘 나무 등걸에다
엉덩이를 바위처럼 착 붙이고
부지런히 낮잠을 자느라
춤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지요.
(간혹 달이 유난히 밝게 뜬 밤이면
이상한 흥분으로 몸을 떨기는 하죠)
하지만 지난번처럼 숲에서
엄청나게 커다란 불이 나면
느림보 코알라들도 재빨리
나무 꼭대기까지 기어 올라가
하늘에 대고 살려달라고
울고불고 몸부림을 치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춤을 추지요.
끔찍한 죽음의 춤을 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