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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담 Nov 17. 2023

인생에서 한 번은 뉴욕마라톤을 뛰자 -1

대회 2일 전 엑스포 & 오프닝 세리머니

세계에서 가장 큰 축제
뉴욕에서 가장 큰 블록 파티



11월 5일에 열린 2023년 뉴욕시티 마라톤은 51,000명이 완주하면서 올해 세계에서 가장 큰 마라톤 대회라는 기록을 갖게 되었다. 참가자 5만 명 이상, 뉴욕을 구성하는 5개의 구를 모두 통과하는 42.195km의 여정, 백만 명 이상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누구에게나 열렬한 응원을 보내는 뉴욕시티 마라톤. 

러너와 비 러너를 막론하고 모두가 기다리는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가장 큰 블록파티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인생에서 한 번은 뛰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마라톤. 

그리고 이것은 나의 "인생에서 한번"의 마라톤이 아닌 "첫 번째" 마라톤으로 기록되어 앞으로도 많은 마라톤을 뛰게 할 힘이 될 것임을 느끼는 42.195km였다. 일주일 이상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그날을 떠올리면 울컥할 정도로, 내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던 그날의 기록을 남겨본다.




뉴욕시티 마라톤 D-2
엑스포




대회 전 3일간 뉴욕에서 가장 큰 콘퍼런스홀인 자비츠센터에서 엑스포가 열리고 여기서 자기의 배번과 기념티셔츠를 수령해야 한다. 규모가 큰 만큼 사전 예약으로 수령시간을 정해 너무 많은 인파가 한 번에 몰리지 않도록 조정하고 있다. 



엑스포는 번호표 수령뿐 아니라 코치들의 코스전략 강의, 피니셔 재킷을 포함한 기념품 판매, 각종 스포츠 메이커들이 출점해 마지막으로 필요한 장비들을 구매할 수도 있다.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많았는데 어디나 줄이 길어서 많이 찍지는 못했다. 뉴욕마라톤의 출발지점인 베라자노 브리지 항공사진 옆에서 배번을 들고 한 장 남겼다. '저기를 저렇게 뛴다는 거지...?' 하는 생각에 두려움 반 설렘 반...



대회가 코앞이라 너무 오래 서있지 말라는 당부를 많이 들어서 엑스포는 많이 구경하지 않고 나왔다. 사고 싶은 물건도 좀 있긴 했는데 피니셔 재킷 같은 것은 대회가 끝난 후에도 뉴발란스 매장에서 계속 팔기 때문에 나중에 사도 된다는 생각으로 (일단 계산 줄이 말도 못 하게 길었다) 서둘러 나왔다. 




중요한 다음 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뉴욕시티 마라톤 오프닝 세리머니
국기 입장


감사하게도 이번 마라톤에서 정말 의미 깊은 행사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는데 바로 오프닝 세리머니였다. 대회 이틀 전 금요일 저녁에 센트럴파크에서 열리고 ABC에서 생중계하는 참가국 퍼레이드에서 국기를 들고 입장하는 영예로운 기회를 받았다. 



이 참가국 퍼레이드는 사전에 주최 측에서 오는 이메일에 참가신청을 하기만 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그 해의 마라톤 참가자"여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참가 신청 때 여러 가지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데 예를 들면 뉴욕시티 마라톤이 나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나의 국가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등 나름 심오한(?) 질문인데 외국인 이민자인 나에겐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나는 그리운 친정 같은 곳이기 때문에 그런 내용을 적어 보냈더니 선발되었다. 그리고 국기를 들고 입장할 때 국가명과 함께 내 이름, 그리고 사연을 아나운서가 낭독해 버리는 당혹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올해 마라톤 주자가 112명으로 원래 국가 규모가 작은 데다 이메일을 못 보고 지나친 경우도 많고, 대회를 앞두고 오래 서있어야 하는 오프닝 퍼레이드 특성상 참가신청자가 적어서 나를 포함해 3명이 입장했다. 



퍼레이드는 뉴욕시티 마라톤 피니쉬라인 밖에서 알파벳 순으로 대기하다가 역으로 센트럴파크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작년까지는 우리나라가 South Korea로 분류되어 S 순서에 입장했지만 올해는 Korea라는 이름으로 입장했다. 대기시간이 한 시간 정도였는데 뒤에 있던 멕시코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서 다 같이 흥에 겨워 춤추고 놀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아직 달리기는 시작도 안 했는데 러너스 하이가 온 기분이었다. 원래 미국 문화가 눈 마주치면 "헬로" 하고 인사를 주고받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이날은 특히 모든 참가자가 기분이 한층 업되어있어서 위아 더월드가 따로 없었다.  




나는 이날을 위해 한복에 두루마기까지 빌려 입고 갔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었지만 막상 가보니 멕시코 아저씨의 깃털모자부터 시작해서 별별 민속의상이 다 총출동한 상태라서 오히려 나는 수수 한 편인가 싶었다. 

민속의상을 입고 있으면 다른 나라 사람들이 같이 사진 찍자는 요청을 많이 하는데 이날만큼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카메라 앞에 나서기로. 바로 앞에 있던 케냐 기수에게는 혹시 조금이라도 "기운"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내가 먼저 사진을 요청했다 ㅋㅋ




입장 후 기수는 행사요원의 안내를 받아 양쪽으로 서서 마지막 국기(미국)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 다 같이 다시 피니쉬라인 안으로 들어간다. 센트럴파크에서 성대하게 불꽃놀이가 진행되고 너나 할 것 없이 국기를 흔들며 환호한다. 




불꽃놀이는 언제나 사람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는 특별한 힘이 있는 것 같다. 이날의 불꽃은 더더욱 그러했다. 이틀 후에 통과할 피니쉬라인 바로 그 자리에서 내 나라의 국기를 들고 바라보는 불꽃. 열심히 달려온 지난여름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조금 눈물도 났다. 아무나 붙들고 어깨동무를 하고 행사장에 흘러나오는 노래를 떼창 하고, 피니쉬라인에서 다시 만나!! 를 외치던 그 밤. 




오랫동안 준비하고 기다려왔던 뉴욕시티 마라톤,

드디어 스타트라인 앞으로 간다.




2편에 마라톤 대회날 후기가 이어집니다



평생 운동치 몸치로 살아온 여자의

인생 첫 마라톤 도전기 [인생에서 한 번은 뉴욕마라톤을 뛰자] 매거진에서 만나보세요 :)

https://brunch.co.kr/magazine/ny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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