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자폐가 아니라고 했잖아요
3년 만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우리 꼬달이가 4살 때 자폐스펙트럼(ASD) 검사를 실시했던 곳이다. 그 당시 병원 검사 결과는 ASD 아님으로 나왔고. 난 의심과 확신을 반복하면서도 최근 검사 결과를 받기까지 꼬달이가 ASD가 아니라고 믿고 살았다.
오늘 이 병원 진료를 오게 된 것은 새로 수업을 시작하는 발달센터와 연계된 병원이라 진료 기록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난 의사의 얼굴이 낯이 익었지만 의사는 우리가 처음 온 사람이라 생각했는지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냐고 방문 이유를 태연하게 물었다.
나는 의사에게 오늘 진료를 온 이유와 최근에 심리검사 결과를 받았고 치료 방향도 여쭤 보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의사는 최근 검사 결과를 물었고, 나는 의사에게 검사결과지를 내밀었다. 의사에게 따지러 온 목적은 없었지만 지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3년 전에 이 병원에서 검사할 당시 ASD가 아니라고 결과를 들었고 발달지연이 있으니 놀이 치료를 하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제야 진료 기록을 보며 의사도 생각이 나는 모양이었다.
“여기 병원에서 검사할 때는 ASD가 아니라고 해서 믿었는데 최근 검사에서는 ASD가 맞다고 하니 ASD기 늦게 발현될 수도 있는 건가요?”
의사는 한참 결과지를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내가 내민 검사 결과지를 신뢰할 수 없다는 듯 변명 같은 자신의 의견을 늘어놓았다.
언어발달이 48개월 이하 수준에서는 정확한 검사를 할 수가 없다. 아이가 산만해서 ASD라고 의심받을 수 있다. 표현 언어 수준 26개월 정도에는 원래 핑퐁 대화가 되지 않는다. 등등
대학병원에서 받아 온 검사 결과지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듯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한 달 후에 보자고 했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을 나왔다. 의사의 의심이 싫지 않았다.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우리 꼬달이가 ASD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숨어 있다. 7살이 된 지금 단순 발달 지연이 아니라는 걸 현실로 느끼고 있으면서 정확한 진단명이 ASD가 아니길 말이다.
나는 왜 그렇게 ASD는 아니었음 하고 바라는 것일까?
ASD가 아니라 한들 지적장애나 ADHD나 뭐가 다른 것일까?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마음. 그 속에는 두려움이 숨어 있다.
ASD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 엄마인 나 또한 그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한 걸 부인할 수 없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한참 인기를 끌었다. 느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서는 논쟁이 꽤 컸던 드라마다.
이 드라마가 사회적 편견이란 바위에 던져진 달걀이냐 돌멩이냐 의견이 갈렸다. 드라마는 성공했지만 우리 아이들이 커서 세상에 나왔을 때도 그렇게 따뜻한 미래를 만날 수 없을 거라는 걸 엄마들은 모두 같은 마음으로 짐작하고 있다.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일 뿐이고, 세상이 그렇게 따뜻할 일 없고, 우리 아이는 우영우가 아니니까.
ASD든 ADHD든 우리 꼬달이는 우리 집 귀염둥이 똥강아지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