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가장 위험하고도 재미있는 실수를 하러 떠납니다. 늘 모습을 숨기는 걸 즐기던 제가, 브런치에 저의 글을 올립니다. 팔로워수가 1000명이 넘도록 숨겨왔던 인스타그램을 주변 지인들에게도 공개합니다. 이 선택이, 저를 어디로 이끌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오늘은 실수하고 싶네요.
제 글과 사진에는 당신들이 들어있어요. 당신의 평상시 모습, 당신의 신기한 모습, 당신의 곤란한 모습, 당신의 이상한 모습. 뭘 해도 멋있는 당신의 모습. 당신들이 가득 들어있어요.
제가 저의 SNS를 숨겨왔던 것은, 당신을 향한 제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 따름이에요. 당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따라한 흔적이 있고, 당신이 좋아한다고 말했던 음식 사진이 들어있어요. 당신과 함께 놀러 갔던 날 가장 행복해하던 제 모습이 녹아있고, 당신이 연락이 되지 않던 날 한없이 가라앉은 제가 보여요.
실수하고 싶은 밤입니다.
오늘은 커피를 연거푸 3잔 마셨어요. 한 번 심하게 아프고 난 이후로는, 제 몸이 변한 것만 같아요. 병원에 입원해있던 그 시간 동안 마치 하늘의 어떤 신이 제 몸안의 호르몬들을 맘껏 망쳐놓기라도 한 듯, 입원 전과 후에 저는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커피를 두 잔만 마셔도 잠에 들지 못해서, 커피 한 잔을 아끼고 아껴 마셔요.
그런데, 오늘은 조금 취하고 싶었어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세 잔이나 시키고 말았어요. 가게 사장님의 어깨가 당신을 닮았기 때문이었을까요.
커피도 마시니까 취하네요. 이런 느낌은 처음이에요. 저는 술만 취하는 줄 알았는데, 카페인에 약한 사람이 커피를 연거푸 마시면 이런 느낌이 드는군요. 이 정도 어질어질함과 기분 좋은 구역감은, 마치 소주 두 병을 바짝 마셨을 때와 같아요. 술에 취했을 때는, 이상하게 말을 하고 싶어 지잖아요. 평상시에 부끄러워 차마 내뱉지 못했던 말들을 내뱉고 싶어져요. 아, 오해하지 마세요. 당신을 해칠 나쁜 말은 아니에요. 그냥 당신에게 말을 걸고 싶을 따름이에요.
있잖아요, 저는 당신이 좋아요. 하늘을 봤는데 파란색을 좋아하는 당신이 생각났어요. 운전을 하는데 당신의 옆모습이 생각이 났어요. 점심을 먹는데 당신의 오물거리는 입모양이 떠올랐어요. 일을 하다가는 키보드의 타닥 타닥 소리가 귀에 꽂혔어요. 당신이 글을 쓸 때 새로운 타자기가 필요하다고 했었거든요.
이상하게 당신과 관련한 것들은 잊히지가 않아요. 저는 딱히 당신을 관찰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혹시나 저를 부담스럽게 느낄까 두려워서, 말 많은 저는 말을 아꼈어요. 그런데 당신의 눈이 자꾸 마음속에 떠올라요. 모임에서 당신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았을 때, 왜 그러냐고 누구보다 먼저 묻고 싶었는데- 차마 그러지 못했어요. 집에 왔더니, 그 눈동자가 침대 위 천장에서 반짝였어요. 저는 그날 밤도 잠 못 이루고 그 눈동자와 음성이 없는 대화를 했어요.
당신이 어떤 여자가 그립다고 했을 때는, 마음속에서 뜨거운 것이 움직였어요. 쓰라리고 뭉클하고 뜨거운 물체가 심장 근처에서 흔들흔들 종종거렸어요. 눈 앞의 커피를 원샷하지 않을 수 없었죠. 커피가 고량주로 보였던 탓은 마음에 알코올이 끼였기 때문이었을까요? 마음의 온도가 너무 높아졌기 때문일까요? 그대의 한 마디에 왜 내 마음의 도수가, 이렇게도 바뀌는 걸까요.
실수하고 싶은 밤이에요.
당신에게 전화를 해서 함부로 말해버릴 것만 같아요. 제가 파란 당신을 품고 싶다고요.
간절히, 당신을 가지고 싶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