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머리말 6, 7

모르는 자의《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강의6

by 퀘렌시아

여섯 번째 시간입니다.

군중과 차라투스트라의 대거리. 그 뒤 차라투스트라의 낙담. 그 와중에 갑작스런 일이 벌어집니다.

모두 놀라 자빠질 정도의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지요.

여태껏 기다리던 광대가 불쑥 나타나 줄타기 공연을 시작하는데, 얼마 뒤 익살꾼 같은 이가 나타나 광대가 타고 있는 줄을 뒤따라 탑니다. 광대를 바싹 추격하더니 급기야 광대를 훌쩍 뛰어넘어 앞서갑니다. 광대에게 온갖 욕설을 해대며 말이지요.

그에게 추격당한 줄타기 광대는 그 상황에 놀라 발을 헛딛고 땅으로 추락합니다.

모든 군중은 놀라 흩어지며 서로를 짓밟지요. 특히 광대가 떨어지는 지점은 아수라장이 됩니다.


광대는 딱 차라투스트라 바로 옆에 떨어집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일반 대중들처럼 경거망동하며 도망치거나 호들갑 떨지 않지요. 떨어진 광대 곁에 꿇어앉은 차라투스트라, 처참한 몰골로 목숨이 아직은 붙어 있는 줄타기 광대가 차라투스트라에게 말을 겁니다.


"... 나는 벌써 오래전부터 악마가 내 발을 걸어 넘어지게 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소. 이제 악마가 나를 지옥으로 끌고 가려하니, 그대가 막아 주지 않겠소?" (민음사 번역)


광대는 예측하고 있었군요. 오늘의 이 상황을요. 자신을 떨어뜨린 존재를 '악마'라 칭합니다. 이제 곧 자신은 '지옥'으로 끌려간다고도 하고요. 누군지도 모르는 이, 바로 차라투스트라에게 그 일을 막아 달라고 부탁을 하는군요. 죽음에 임박한 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이지요. 악마와 지옥, 그렇게 끌려가고 싶지 않은 이의 두려움과 절박함. 누군가의 구원을 바라는 마음.


하지만, 이 말에 차라투스트라는 뭐라고 말할까요?


"벗이여, 내 명예를 걸고 말하거니와.... 그대가 말하는 것 따위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악마도 지옥도 말이다. 그대의 영혼은 그대의 몸보다도 빨리 죽을 것이니, 이제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마라!" (민음사 번역)


차라투스트라의 이 말이 그냥 사탕발림은 아니겠지요? 진심으로 하는 말일 겁니다. 차라투스트라는 분명히 말합니다. 본인의 명예를 걸고, 악마도 지옥도 없다고요. 영혼이 몸보다 먼저 죽을 것이라고요. 그러니 아까와 같은 생각으로 두려워하지 말라고요. 악마와 지옥은 그 시대의 기득권, 기독교 사상의 핵심 내용이지요. 사후의 세계에 대해 사람들은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없다고 차라투스트라는 힘주어 말합니다. 두려워할 것 없다고요. 게다가 영혼, 이것도 신체가 죽으면 끝이니 신체가 죽어가고 있으니 영혼이 그전에 죽을 거라고 말합니다. 이것도 굉장히 파격적인 이야기입니다. 죽어도 영혼이 있어서 지옥 갈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지요. 천국을 가고 싶어 하는 것이고 사후의 그곳에서 영생을 하고 싶기에 사람들은 이 현생에서 기독교의 가르침을 잘 따르는 것이지요. 말 잘 듣고 천국 가서 영생하고 싶어서요. 이 생각은 니체 철학의 중요 사상이고, 그 생각을 지금 이 구절에서 차라투스트라를 통해 분명히 밝히고 있네요.


참고로 더 말씀드리자면, 니체는 신체와 정신 중 정신을 우위에 두는 심신이원론에 반대를 했습니다. 신체가 소멸함으로써 정신이 신체의 감옥에서 벗어나 내세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는 정신 우위의 심신이원론 사상. 그 사상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이가 니체입니다. 정신보다 신체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 니체의 사상입니다. 정신은 부차적 기능이고 도구일 뿐이고 더 중요한 것, 더 먼저인 것은 '신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영혼의 존재를 믿은 소크라테스부터 이데아 세계를 지향한 플라톤, 그 이후 그들의 정신을 계승한 기독교 사상에 이르기까지 서양 사상은 '정신'으로 대표되는 비물질적인 것, 즉 영혼과 같은 개념을 더 중시하였고 그것이 본질이라고 믿고 있었지요. 그걸 니체는 거부한 겁니다.


바로, 이 구절에 이러한 니체의 생각이 드러난 것입니다.


차라투스트라의 말을 들은 광대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그대의 말이 진실이라면, 나로서는 비록 생명을 잃는다 하더라도 아무것도 잃지 않을 것이오. 나야 사람들이 매질을 하고, 변변치 못한 먹이를 미끼로 줘가며 춤을 추도록 훈련시킨 짐승과 크게 다를 것이 없으니." (책세상 번역)


"그만하라. 너는 위험을 너의 천직으로 삼아왔다. 조금도 경멸할 일이 아니지. 이제 너는 너의 천직으로 인해 파멸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 너를 손수 묻어줄 생각이다." (책세상 번역)


차라투스트라의 말대로라면 자신이 잃을 게 없다고 광대는 말합니다. 차라투스트라 말이 진실이라면 안심이라는 말로 들립니다. 그럼 그가 '잃을 것'이라 말하며 두려워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영혼이 지옥으로 가는 것. 그 무서운 일을 당하면 잃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악마에 의해 지옥으로 가게 됐으니 자신이 잃은 것은, 아마도 천국에서의 행복한 삶. 그런 것 아닐까요? 생명을 잃는다 해도 악마도 없고 지옥도 없다면 잃을 천국도 영생도 없는 것이니 좋은 것이지요. 그렇게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죽음에 임박한 광대는 지옥이 없다는 말에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습니다. 사람들에게 매질을 당하며 먹이에 의해 훈련당한 짐승 같은 존재로 자기 자신을 인식하기 때문이지요. 자신의 수준에 대해 낮게 인식하며 죽음을 맞고 있는 줄타기 광대. 죽을 때 자신에 대한 인식이 이렇다면 행복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이런 광대에게 차라투스트라는 큰 위로의 말을 해 줍니다.

짐승 아니라고요. 광대의 일은 조금도 경멸 받을 일이 아니라고 말이지요. 스스로 그 일을 천직으로 삼아 파멸까지 맞은 존재이기에 자신이 손수 묻어주는 특별 대우를 해 줄 생각이라는 말까지 해 주는 차라투스트라.


차라투스트라의 이 생각을 분석해 볼까요? 차라투스트라가 보기에 광대는 우스운 대상이 아닙니다. 광대 스스로는 사람들의 조종을 받으며 한심하게 사육당한 짐승이라고 자신을 인식했지만, 차라투스트라가 보기에 광대는 추락할 용기가 있는 존재입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그 위험한 일을 스스로 선택했기에 추락하여 목숨까지 잃게 된 것입니다. 한심한 짐승 수준의 존재가 아닌 것이지요. 그러하기에 자신이 손수 광대의 시신을 묻어 줄 예우를 해 준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머리말 6은 이렇게 끝맺습니다.

자 그럼, 머리말 7로 넘어가기 전에 '광대''익살꾼'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광대에 대해서는 차라투스트라의 마지막 말을 통해 그에 대한 작가의 인식이 긍정인지 부정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는 '두 탑 사이의 줄 위를, 시장 거리와 군중의 머리 위를 지나고 있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의 머리 위를 위험을 무릅쓰고 용감히 걸어가는 존재, 위험천만한 줄 하나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발을 내딛는 존재입니다. 비록 추락할지라도 이런 이의 용기와 선택을 차라투스트라는 인정하고 격려합니다.


그럼, 익살꾼에 대한 차라투스트라의 말은 있을까요? 어떠한 말도 없습니다. 서술자를 통해 익살꾼의 말을 서술해 놓았을 뿐, 그에 대한 어떠한 직접적인 평가도 없습니다. 본문 속 익살꾼의 말과 행동을 보지요.


그는 무서운 목소리로 고함쳤다.

"앞으로! 이 절름발이 녀석! 앞으로! 이 게으름뱅이 병신아! 내 발뒤꿈치에 채이지 않도록 조심해라.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하는 거냐? 너는 저 탑 속에 처박혀 있는 것이 분수에 맞아. 너를 그대로 거두어 뒀어야 했는데. 너는 지금 너보다 뛰어난 자들의 자유로운 앞길을 막고 있어!"

... 그 순간 어릿광대는 악마처럼 소리를 지르면서 자기 앞길을 막고 있는 자를 뛰어넘었던 것이다. 그러자 서 있던 곡예사는 그가 자기를 앞지르는 것을 보고 그만 냉정을 잃고 발을 헛디뎠다. (동서문화사 번역)


이 익살꾼(어릿광대)은 독설을 퍼붓는 존재입니다. 직설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습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나 존중, 이런 거 없습니다. 이 익살꾼은 경쟁자를 추월해 넘을 능력이 있습니다. 저 외줄 상황에서 앞서 있는 사람을 점프해서 뛰어넘을 수 있는 존재가 얼마나 될까요? 그것도 앞선 이보다 늦게 출발했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니 실력자이긴 합니다. 독자인 우리가 보기엔 못되어 보이는 실력자이지만요. 추격당하고 떨어진 광대가 불쌍하고 안되어 보이긴 하는데요, 그래도 저 익살꾼은 자기 할 말, 자기 할 일 다 하고 앞으로 갑니다.


이 '익살꾼' 캐릭터, 긍정적인 존재일까요? 부정적인 존재일까요? 보통의 우리 상식으로는 부정적인 존재이겠지만, 니체의 기준에서도 저 존재가 과연 부정적 존재일까 저는 의문이 듭니다. 머리말 6의 내용만으로는 익살꾼에 대한 니체의 생각을 판단하기는 어렵네요. 다른 정보가 더 있어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추측으로는 이 책 전문에서 차라투스트라를 통해 제가 본 니체는

솔직한 이, 직설적인 이, 능력 있는 이를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겸양하고 배려하는 도덕군자들에게 굉장히 독설을 퍼부으며 공격하는 부분이 있었기에, 머리말 6에 나온 이 거침없는 '익살꾼'을 나쁘게 보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특히, 익살꾼의 말 중 이 부분 보세요.


"너는 지금 너보다 뛰어난 자들의 자유로운 앞길을 막고 있어!"


뛰어난 자의 자유로운 앞길을 막고 있기에 험한 욕을 들어도 싸다는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뛰어난 자는 뛰어나기에 부족한 이를 앞서서 추월해 가는 것이고요. 제가 파악한 니체 사상의 느낌으로는 말이지요.


저는 그래서 이 익살꾼에 대한 해석을 '긍정'의 의미로 해석합니다. 제 개인적 의견이 아니라 니체의 입장에서 해석해 보면 말이지요. 뛰어난 자는 겸양만 할 것이 아니라 남들을 다그치고 몰아세울 줄도 알아야 하니까요.


한편 '니체'는 본인의 다른 글에서 '자신'이 저 가련한 줄타기 광대를 뛰어넘은 '익살꾼'이라고 말했다고 해요. 영적 망상에서 벗어나 신체적 삶에 충실케 하기 위해, 줄타기 광대와 익살꾼을 파멸로 몰아간 이가 바로 니체 '자신'이라고 했다는군요. 이 설명을 참고해서 본다면, 악마와 지옥, 영혼의 존재를 믿고 있던 '광대'라는 존재에게 실컷 욕을 해대고 그를 뛰어넘어 앞서가는 저 존재, '익살꾼'은 긍정적인 인물이라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머리말 7은 차라투스트라의 심리와 생각에 대한 서술자의 설명입니다.

군중을 깨우쳐 거듭나도록 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송장 하나는 건졌기에 소득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고 서술되어 있습니다. 시작은 실망스러웠지만, 사람들에게 위버멘쉬를 존재의 의미로 터득시키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은 차라투스트라. 차라투스트라는 죽은 광대를 묻을 땅을 찾아 어두운 길을 걸어 나갑니다.


이제 오늘의 강의 한 줄 요약을 하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한 줄 요약>

줄타기 광대의 죽음, 용기 있는 그를 묻어주려는 차라투스트라.





저는 철학 전공자가 아닙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2년 동안 읽고도 내용을 모르겠어서, 다시 천천히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왕이면 강의 형태로 글을 써 보면 내 공부가 더 잘 될 것 같아 시작한 매거진입니다. '철학, 오독(誤讀)일지라도 내 식대로 이해해 보기'를 위한 작은 시도이니 감안하고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위버멘쉬, 초인 뜻이 궁금하신 분 : 아래 강의 보시기 바랍니다.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머리말 3

https://brunch.co.kr/@csm-93/108



* 이 강의는 세 개 출판사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번역본을 비교하며 읽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번역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고요, 이 작품이 너무 어려워서입니다. 한 책만 봐서는 이해가 잘 안 되어 세 권을 같이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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