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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렌시아 Aug 18. 2023

《주홍글자》(호손)를 읽고

독서 기록

《주홍글자》란다.

일단 이 제목이 참 어색하다. 왜냐? 나 어렸을 땐 모두 《주홍글씨》라고 했기 때문이다.

글자와 글씨의 차이를 따져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느낌으로 어색하다는 것. 감상은 내 느낌 위주니까 말이다. 책에 인쇄된 도서명을 이 글 제목으로 쓰긴 했으나, 어쨌든 나에겐 《주홍글씨》인 책을 어제 다 읽었다.


일단, 표지 그림 얘기부터 해야지.

그림 속 여자가 너무 무섭다. 표정이 너무 어둡고 찡그리고 있다. 온순한 표정이 아니다. 그림은 프랑스 화가의 작품이고 작품 《주홍글자》란다. 호손이 《주홍글자》를 발표한 게 1850년, 이 그림 제작연도는 1861년이라고 하니, 호손의 작품 《주홍글자》속 여 주인공을 그린 게 맞는 것 같다.


근데, 너무 못생겼고 무섭다. 내가 상상한 여 주인공 헤스터 프린은 이런 무서운 느낌은 아니다. 강한 여성이나 아름다움이 있는 무채색 느낌의 여인. 실제는 격정적이나 겉으로는 자기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여인. 그러니까 내 머릿속에선 여 주인공이 좀 강하면서 예쁘장한 얼굴의 이미지였는데...

이 책 표지는 볼 때마다 좀 무섭고 섬뜩했다.


주홍색으로 간음(adultery)의 첫 글자 A를 가슴에 새긴 여인 헤스터 프린.

그 여인과 간음한 남자인 잘나가는 목사 아서 딤즈데일.

그들의 생기발랄한 딸 펄.

헤스터 프린의 남편이나 신분을 감추고 아서 딤즈데일의 주치의를 하며 그와 한 집에 사는 노인 로저 칠링워스.


이 책을 읽고 떠오르는 단어들

간음, 죄악, 원한, 증오, 마귀, 기독교 정신, 죄책감,

니체, 원한, 르상티망, 노예의 정신

이다.


니체부터는 니체 책을 계속 읽고 있는 나의 연상작용일 뿐이다. 이 책에 니체 얘기가 나오지는 않는다.


간단한 나의 의문


1. 간음이 그토록, 그토록... 죄악일까?

   : 종교적으로 당연히 그런 것으로 보이나... 십계명도 있으니... 그저 내 속에서 저절로 나온 의문이다. 간음했다고 딤즈데일이 너무너무너무 괴로워하며 죄책감을 갖는 게... 간음이 그 정도인가? 진짜 그 정도의 잘못인가? 죄악이라는 말을 쓸 정도로?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종교적으로 기독교 교리가 세상 전체를 지배하던 그 시대엔 그랬나 본데...


두 남녀의 불륜으로 상처받은 그들의 배우자 때문에 미안하고 괴로워서 죄책감을 갖는 거라면 납득이 됐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저 '성경'이 제시한 계율을 어겼기에 미치도록 괴로워하다 생명력을 잃어 죽는 딤즈데일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 주인공 헤스터 프린의 남편에게 딤즈데일이 미안해 하는 건 작품 속에 전혀 없다. 정말 1도 없다. 자신의 잘못으로 큰 상처를 입었을 인간에 대한 죄책감은 전혀 없고, 오로지 신을 향한 종교적 죄책감만 있던데... 이게 그 시대의 정서라면... 니체가 충분히 딴지를 걸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대의 시대정신인 기독교정신에 대해서 말이다.


2. 헤스터 프린의 남편 로저 칠링워스, 그가 진짜 그렇게 못된 '악인'일까?

   : 마지막 순간, 죽어가는 딤즈데일 목사는 헤스터의 남편이었던 칠링워스를 '사악하고 비열한 늙은이, 악마의 힘까지 동원하는 유혹자'로 부르고 있다. 이 작품 속에서 로저 칠링워스는 처음부터 계속 '악인'의 표상으로 그려진다.


근데, 왜 그가 악인이라는 걸까? 자신을 배반하고 남의 아이까지 낳아서 자신에게 상처와 망신을 안겨 준 아내. 그 아내와 바람난 남자. 이 둘에게 원한의 감정, 미움의 감정, 복수의 감정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인간적 감정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한다거나, 인간적으로 충분히 그럴 수 있는데 그래도 성서를 기준으로 보는 게 맞으므로 그가 잘못됐다는 식의 언급. 이런 서술 전혀 없이, 로저 칠링워스는 바로 '악인'으로 그려진다. 복수의 감정을 갖고 악한 의도로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목사랑 같은 집에 살았다는 그 이유로 말이다. 로저 칠링워스가 눈에 보이는 악행으로 딤즈데일 목사에게 해를 끼친 일은 전혀 없다. 단지 눈에 보이는 않는 그 무언가의 악의로 딤즈데일 목사의 생명력 약화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헤스터 프린의 짐작만 본문만 나온다. 이런 이유로 헤스터 프린의 남편인 로저 칠링워스는 악인인 것이다.  


이게 난 납득되지 않는다. 어쩜 이렇게 인간적이지 않을까? 오로지 '기독교 성서' 중심의 사고로 한 인물을 악인으로 만든 것 같다. 인간 사회의 기준으로 볼 때 오히려 피해자인 사람을 말이다. 원한과 복수심이 기독교 정신에서 볼 때 그토록 큰 죄악인가? 딤즈데일이 한 아래의 말이 로저 칠링워스가 '악인'으로 취급된 이유일 것이다.


"그 노인네의 복수는 나의 죄보다 훨씬 더 흉측하오. 그 작자는 냉혹하게도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신성을 깨뜨렸소. 헤스터, 당신과 나는 결코 그런 죄는 범하지 않았소!"

---

그녀가 속삭였다.

"우리가 한 일은 그래도 신성한 데가 있었지요..." (260쪽)


참 이해할 수 없다. 노인의 복수가 자신들의 죄보다 더 흉측하다? 원한의 마음, 미움의 마음이 올라오는 것, 복수의 마음이 올라오는 것을 '신성을 범한 일'로 본다. 그것이 자신들의 '간음'보다 더 흉측한 죄라고 말한다. 내 기준에서 보면 참 뻔뻔한 말이다. 자신들이 그에게 준 상처는 생각 안 하고, 복수심을 상대방이 가졌기에 그는 신성을 깨뜨린 악인이라니.... 너무 궤변 아닌가? 이런 사고방식이 가능한 것도 그 시대를 지배하던 '기독교정신'때문이라 난 생각한다.


이 작품 속 인물에 대한 생각, 작가의 문체에 대한 생각, 세관이 직업인 이 작품의 서술자는 작가 목소리의 대변자일까? 아니면 작가 호손은 서술자와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고 서술자의 생각을 비판하는 입장이었을까? 다양한 생각이 올라오나, 그걸 다 적자면 너무 길어지니 이만 줄이자.


간단 의문이었는데, 쓰고 나니 또 길다.

줄이고 줄이고 줄이고 싶건만... 뭔 말이 매번 이리 많은지...


짧게 부담 없이 쓰고 싶다.

마음은 항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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