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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렌시아 Aug 26. 2023

《명상 살인》을 읽고

독서 기록

제목이 참 인상적이다.

살인과 명상의 조합? 이게 뭘까? 


제목에 대한 끌림으로 책날개를 펼쳐 보게 되었다.  


2명의 독서 후기가 실려 있었다. 


1. 장강명 소설가

올해 읽은 소설 중 가장 재미있었다. 읽으면서 "진짜 재밌다"라는 말을 여러 번 해서 아내가 책을 무척 궁금해하고 있다...


2. 표창원 프로파일러

이 책을 추천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범행 방식이 새롭다. 많이 봤던 전형적인 범죄 동기나 수단, 도구가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었을까'라고 거듭 생각했다. 책장을 펴자마자 그 기발함에 매료되어 밥 먹는 시간과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였다.


일단, 난 이 두 명의 소개를 읽고 책을 바로 살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가 '진짜 재밌다'라고 말하는 책은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살인 얘기이긴 한데 얼마나 참신한 얘기이면 표창원 프로파일러가 새로움에 매료되어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깝다고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래간만에 재미있는 소설책을 읽게 되는 건가? 하는 기대를 품고 책을 사 왔다. 

최근 몇 개월, 매료되는 책을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가장 최근에 매료되었던 책이 작년에 읽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였으니 말이다.


'그래, 그래, 이 책 재미있음 좋겠다'


이런 마음으로 밤 11시,  가족 독서 시간에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다. 초반부는 특유의 유머러스함으로 몇 번 나를 키득키득 웃게 만들어 주었다. 옆에서 책을 읽던 딸이

"뭐야? 그렇게 재미있어?"

하고 물었다. 


이제 이 책을 다 읽은 전체 소감을 얘기하겠다.


아쉽게도, 책을 다 읽은 지금 난 

'에구, 별로네. 내 취향이 아니야. 이게 그렇게 재미났다고? 소설가에겐 이 책이 재미있나?'

이것이다. 


순전히 개인적인 소감이다. 


줄거리는

주인공인 어떤 변호사가, 명상의 도움으로 마음의 평정을 얻고, 아무렇지도 않게, 당황하지 않고 살인을 해내는 이야기이다. 


책 초반의 웃음 코드는 신선하고 웃겨서 좋았는데, 작품 중반부터는 안 웃겼다. 명상을 배운 뒤부터,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과 일에 대응하며, 일어난 감정의 동요를 침착하게 진정시키는 주인공이, 그 좋은 기술로 살인을 쓱쓱 싹싹 해내는 이야기인데, 난 그것이 불편했다. 


명상과 살인을 연결 지은 그 아이디어 자체는 매우 참신했으나, 내 마음에서는 거부 반응이 일어났다.

명상은 나와 남을 살리는 일인데, 이 책 주인공은 철저히 자기 자신을 살리는 데에만 명상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어떠한 죄책감도 없고, 어떠한 불편함도 없이 쿨하게 말하고 대응하는 것이

무슨 '전문 살인자'의 멘탈을 가진 이로 보였다. 처음 살인을 시작한 이의 멘탈로는 보이지 않아서 있을 법한 이야기로 수용되지 않았다. 소설 맥락 속에서도 말이다. 


스트레스에 찌들어 살던 변호사가 명상을 통해 배운 내용으로 일상생활에서 자기를 피곤하게 하는 대상을 처리하는 이야기. 이 내용 자체에 대한 나의 거부 반응. 결국 책도 성격대로, 가치관대로 읽히는 건가? 


"그냥 웃자고 한 얘기야"하고 어떤 얘기를 가볍게 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처럼. 나에게 이 책은 그랬다.


살인 장면 하나하나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


자기 아이, 자기 평온을 위해 누군가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얘기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영화도 그런 영화는 보기 싫어하니 이 책도 같은 맥락에서 별로였을 것이다. 


책을 읽고 든 생각

하나. 책날개는 정말 중요하다. 그걸로 사람을 붙잡아 그 책을 사게 만들 수 있다.

둘. 명상은 나와 남을 모두 살리는 일이다. 

셋. 명상은 실습이지 글로써만 배울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책엔 주인공이 명상 실습을 길게 하는 건 안 나온다. 명상 지도사를 몇 주간 만나서 카운셀링 받고 그가 준 명상 글귀를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이야기 구조였는데, '이게 된다고? 생각만으로? 읽은 것만으로?'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명상은 글로써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실제 몸으로 매일매일 해서 익히는 것이다. 가슴 떨리는 위기의 순간에, 이 책 주인공처럼 명상 글귀를 떠올리며 절대 고수나 할 수 있을 법한 마음의 평정을 이룬다는 건,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불가능. 


누구는 그럴 것이다. 책을 그렇게 딱딱한 시각으로 읽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난 '노우'라고 말할 것이다. 책은 내가 읽는 것이다. 어떤 책은 나에게 마냥 부드러운 시각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 책이 날 딱딱한 사람으로 만들었다면, 그건 그것대로 수용하면 된다. 


결론, 나는 이 책에 대해 까다로운 독서가였다. 

명상을 이런 데 적용하는 것, 마음에 안 들었다. 


자, 내가 읽을 다음 책은 뭘까? 재미있는 책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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