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 Back Home

by 구찬우

발 디딜 틈 없이 공항에 자리한 사람들과 소음에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아주머니가 나를 부탁한 한국인 젊은 남자들은 대학생 같아 보였다. 형들은 나에게 딱히 관심이 없었다. 각자 자신의 핸드폰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가끔 서로 핸드폰에서 찾아본 테러 관련된 내용을 얘기할 뿐이었다. 세 남자 중 한 명은 계속 어딘가를 왔다 갔다 했었는데 갔다 올 때마다 어디서 구한 건지 빵이나 생수를 가져와 나에게도 주었다. 이곳에서 잠이 들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공항까지 오는 차에서 깊이 잠들었던 터라 도저히 잠들 수 없었다. 이어폰을 꺼내 귀를 막았다. 음악을 재생하지는 않았지만 노이즈캔슬링 만으로 모든 소음이 차단되었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있지만, 청각을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상황이 희극 같았다. 앉아 있지 않고 어딘가를 계속 왔다 갔다 하던 형이 나를 툭툭 치며 따라오라고 했다. 나는 세 남자를 따라갔더니 게이트 앞 의자 3개에 올려둔 배낭을 치우며 앉으라고 했다. 그 형의 자리는 없었지만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의자 옆 통로에 배낭을 배게 삼아 누워버렸다. 나는 목례로 감사의 표현을 했다. 나는 가방에서 아주머니가 주셨던 쿠키 한통을 꺼내어 형들에게 주었다. 핸드폰만 보고 있던 형들은 개구쟁이 아이들 마냥 쿠키를 먹어댔다. 연신 맛있다고 하는 모습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형들이 나도 먹으라며 쿠키 2개를 주었다. 괜찮다고 했지만 나에게 뻗은 팔을 거두지 않아 결국 받았다. 입안에 쿠키를 베어 물자 강한 버터 풍미가 가득했다. 아주머니는 한국으로 잘 돌아가셨을까? 생각했다. 아주머니의 비행 편이 한국행인지 아닌지 알지도 못했지만 어디든 무사히 잘 가길 바랐다. 나는 어머니에게 공항에 잘 도착해서 한국사람들과 함께 잘 있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그러다 소피카가 생각났다. 그 아이는 잘 갔을까? 하지만 나는 소피카의 연락처도 알지 못했다. 핸드폰으로 테러 상황을 검색했다. 한국의 언론에서는 이 테러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파리에서 시리아 이민자 2세대의 테러로 화재가 발생하고 있으며 외교부에서는 파리의 한국인들을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도가 전부였다. 불타는 시테섬 영상을 보고 있으니 퐁네프 다리 위에서 들었던 굉음과 뜨거운 화기가 느껴졌다. 나의 손을 놓고 뛰어가던 소피카, 불타는 곳을 보며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던 남자, 굉음과 함께 시테섬에서 뛰어나오던 사람들의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다.


밝은 공항 조명에 잠에 들지 못했다. 어느새 창 밖으로 해가 뜨고 있었다. 공항은 더 사람으로 가득 찼고 앉은 의자에서 일어날 수도 없을 정도였다. 아이러니하게 해가 뜨자 잠이 몰려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곳에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배낭을 끌어안고 잠에 들었다. 잠에서 깨고 다시 잠들고 핸드폰으로 테러를 검색하고를 반복하며 저녁 7시 드디어 인천행 비행편의 수속이 시작되었다. 비행기는 저녁 10시가 넘어서야 샤를드골 공항에서 이륙하였다. 그렇게 나의 파리여행이 끝나버렸다. 서류상의 목적이었던 루브르 박물관 방문은 결국 하지 않고 끝나버렸다. 딱히 아쉽지는 않았지만 소피카가 말했던 루브르의 계단을 보지 못한 건 아쉬웠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는 깨지 않고 잠들었다. 꿈을 꾸고 있는 건지 뇌가 기억을 정리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베트남 식당을 나와 화재를 발견하고 소피카와 헤어지고 다시 퐁네프다리로 돌아왔다가 사람들과 함께 뛰었던 모든 시간들이 필름처럼 정리되고 있었다.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표정까지 선명했다. 분명 일상의 기억과는 다른 공간에 정리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꼭 그래야 했다.


잠든 채로 나는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분주하게 비행기에서 나갈 준비를 했다. 꿈에서 깨고도 화마와 광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어딜 보아도 눈앞에서 불길이 일렁였다.


파리에서 있었던 시간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출국장을 나오니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와 아빠는 함께 나를 마중 나오셨다. 두 분은 나를 한참을 안아 주었다.


“그 사이 키가 많이 컸구나.”


엄마는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바짓단 아래로 발목이 보이고 있었다. 집을 떠난 9일 사이 갑자기 키가 크지는 않았겠지만, 매일 나는 자라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도이와의 약속을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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