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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 강물처럼 Nov 07. 2022

2022년 11월 6일에

2022년  10월 30일 월요일부터

2022년 미국종교학회American Academy of Reigion 모임에서 발표할 논문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박사학위 졸업논문을 쓰면서 한 가지 확실한 게 배운 건 글쓰기란 의식의 흐름과 비슷하기 때문에 처음에 정해 놓은 기승전결을 따라 글을 쓸 수 없다는 심리학적 진실이다. 하루하루의 경험은 내 감정을 변화시키고 새롭게 형성된 감정은 새롭게 내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경험으로 인해 발생한 새로운 경험이 내 의식에 쌓이면 옳다고 생각한 걸 어느 순간 옳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의심하게 되고 의심은 새로운 질문으로, 새로운 질문은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진다. 발표 논문 제안서를 다시 읽어보니 여러 부분이 미심쩍다. 이런 제안서를 채택해준 심사위원이 고맙게 여겨졌다. 아마도 작년에 발표한 논문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이번에 다시 기회를 준 게 아닐까? 어쨌거나 월요일부터 열심히 정리해 놓은 논문을 짜깁기하고 뒤섞어 새롭다기보다는 보다 정교하게 정제된 생각으로 정리하고 요약하여 내 주장을 뒷받침 하는 재료로 사용했다. 첫 번째 장을 마쳤고, 두 번째 장 갈무리에서 잠시 멈춰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다. 


지누의 사설 축구단 훈련이 시작했고, 미누는 가을 사설 축구단 활동은 마지막 주였는데 공교롭게도 풋살 활동이 시작하는 주였다. 지누는 포티지 고등학교 축구부에서 축구를 할 때보다는 훨씬 더 재미있게 축구를 하는 거 같다. 무엇보다 축구를 좋아해야 하고 축구하는 게 즐거워야 한다는 내 말을 조금 마음에 새겼을까? 연습 후 집에 와서 저녁을 먹을 때면 축구 연습이 재밌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처는 잘됐다며 웃음으로 받았지만, 난 말없이 지누와 처가 주고받는 말을 듣기만 했다. 묻기 전에는 말하지 않는 게 지누와의 말다툼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란 생각을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 


미누가 소속되어 있는 사설 축구단 SC Wave 2011 Elite는 11월 5일 마지막 경기에서 4-0으로 패하여 종합 2위로 이번 회기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밀워키Miluakee에 있는 축구단 아이들이 개개인의 능력도 뛰어났고 공을 주고받는 능력 또한 앞서 있었다고 미누를 데리고 밀워키를 다녀온 처가 말했다. 미누는 돌아오는 봄에는 한 단계 더 높은 아이들과 축구를 하길 원했었다. 나 또한 아쉬웠지만 이 또한 배움의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게끔 돕는 게 아빠가 해야 할 일이란 생각이 들어 봄에 다시 한번 시도를 하고 그때도 여의치 않으면 여름에 U14 축구단 입단 가능 여부를 알아보는 훈련에 지원해보자고 격려했다. 


처는 다시 이빨 뿌리에 난 염증이 슬슬 신경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11월 5일 토요일 밤에는 잠을 잘 자지 못했단다. 11월 6일 새벽에 일어났더니 옆자리에 처가 없었다. 미누 방에 가서 자나 싶어 미누 방에 갔더니 미누도 침대에 없었다. 놀라서 지누 방 문을 슬쩍 열었더니 두 녀석이 침대 가장자리를 한쪽씩 차지하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 아래층 가족 오락방(텔레비전과 안락의자가 놓인 방)으로 가보니 안락의자에 누운 채 잠들어 있었다. 아내를 깨워 이층 안방으로 데려가 침대에 눕는 걸 확인하고 이불을 덮어줬다. 이빨이, 그것도 이빨 뿌리가 아픈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처가 이빨이 아프다는 말을 연거푸 들으니 이상하게 내 왼쪽 아래 어금니가 슬슬 아프기 시작한다. 아내가 더 늦기 전에 신경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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