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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h Aug 28. 2017

술 먹고 한 얘기 4

맥주와 연애에 얽힌 음모론을 제기하던 그녀와

"내가 너 얼마 못갈 줄은 알았는데..."


"...친구야... 외로워."


"하루 이틀이냐...?"


"그렇게 쿨하게 얘기하면 집안 살림이 나아지냐??"


"오늘은 그만 마시지?

먹는건 좋지만 맛있게 먹어야지.

지금은 너 맥주한테 웬수져서

죄다 마셔서 없애려는 사람 같다구 꼭."


"몰라! 이 잔소리꾼!"


(그녀가 갑자기 일어난다)


"왜, 왜이래."


"화-장-실."


(그녀가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간다.

남겨진 나는 혀를 차며 위태로운 뒷모습을 보다

잠시 휴대폰을 확인한다.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쳇.

그녀가 돌아온다.)


"야. 여기 화장실에 뭐가 써있는줄 알아?"


"흠. 금연입니다...? 과태료 10만원??..."


"(내 말 따위 안듣고) 하, 생각할 수록 기막히네.

뭐라고 써있냐면, 맥주의 존재가,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는 증거라는거야.

하나님이 우리가 행복하길 바란다는 증거래."


"아하! 그러니까 맥주 만세!

다같이 마시고 취합시다 여러분! 이런거군.

좋네."


"야! 그게 그렇게 단순 한게 아니야.

만약에 내가, 건강 때문에,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로

술을 끊어야 하게 된 사람이면 어떡해?

너무너무 술을 좋아했는데 끊어야 돼, 그래야 산대.

그럼 그 때도 맥주가 하나님이 우릴 사랑한다는 증거야??"


"...흠."


"차라리 맥주가 없었으면, 그 맛을 모르면 또 몰라.

줬다 뺏는거, 그게 진짜 나쁜거거든..."


"그래도 그 맛을 평생 모르는 것 보단 낫지 않냐?...

니가 맨날 얘기하는게 그런거였잖아 왜..."


"(역시 내 말은 계속 안듣고) 그러니까, 젠장,

이, 연애라는걸 인간한테 준것도

하나님이 우릴 사랑하는 척 하면서

엿먹어봐라 하는 증거아니냐 이거야."


"...나왔구만."


"아니,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인데,

에덴동산에 그 모든 좋은 걸 다 갖춰놓고

먹으면 안되는 선악과 하나를 굳이 왜 만들어 놔??

그게 무슨 악취미니?

그냥 좀 계속 행복하게 해주면 안되냐고!!"


"야, 작게 좀 얘기해 내가 창피하거든..."


"젠장, 차라리, 몰랐으면... 옛날에 했던 말 다 취소야

모르는게 나을 뻔 했어 진짜야..."


"...그 정도야?"


"(끄덕이며, 운다)"


"(내 맥주의 반을 그녀의 빈잔에 따라주며)

야, 그만 마시란 말 취소할게.

병걸리기 전에 맥주나 실컷 마시자...

지금만큼은, 일단 하나님의 사랑을 느껴보자구."


"젠장... 배배 꼬인 양반 같으니..."


"짠짠-"


(그리고 그녀와 나는, 가볍게 건배한 뒤 원샷했다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맑은 눈물로 범벅이 되었고

내 목 뒤로 넘어가는 맥주는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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