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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둥 Feb 14. 2023

31. 북한산 겨울등산 다녀왔습니다

등산한 날이 입춘이긴 했지만 겨울 등산입니다

 지난 4일(토요일)이 입춘이었습니다. 첫 주 주말에 웨딩이 없어서 원래는 친구들과 한라산을 다녀오려고 했어요. 목요일 퇴근하고 저녁비행기로 내려가 금요일에 등산하고 토요일 점심에 복귀하는 아주 깔끔한 일정을 짜 두었는데, 한라산 등반 예약이 꽉 차있어서 28일로 미뤄뒀습니다. 2월 말 제주는 날이 따뜻해서 한라산에 눈이 없을까 걱정입니다. 눈이 녹아 길이 험할 때가 등산이 더 힘들기도 하고, 겨울 한라가 주는 아름다움을 놓칠까 아쉽기도 해요. 한라산 등반은 예약을 해야 하는데,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싶어요. 예약취소가 자유로워서 일단 걸어두시는 분도 숫자가 꽤 되긴 하더라고요. 금요일 아침에 보니 빈자리가 생겨서 아쉬웠습니다.


 한라를 갈 수 없게 되었을 때 설악을 갈지, 아니면 날짜를 미뤄 한라를 갈지 얘기해 보니 친구들이 겨울 한라를 가기를 더 바라더라고요. 너무 좋았다고 자랑을 열심히 해 둔 보람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비워둔 시간이 아까워 서울 사는 한 친구와 오랜만에 북한산을 가기로 했어요. 이 친구와는 북한산에 몇 번 갔었는데, 이번에는 아이젠도 새로 샀겠다 정산인 백운대를 거쳐 다섯 시간쯤 되는 산행 코스를 짜보기로 했습니다.


 아침 여덟 시에 북한산우이역에서 만나 택시를 타고 백운대탐방지원센터까지 올라갔습니다. 역에서 등산로 초입까지는 3km쯤 떨어져 있어요. 걸어올라 가면 50분 정도 걸려서 시간이 여유가 되면 종종 걸어가기도 하지만 이디야 앞에 기다리고 있는 택시를 타면 일인당 이천 원을 내고 10분 정도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날은 택시를 탔는데 같이 올라가시는 아주머니께서 오늘이 입춘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이분은 등산이 아니라 도선사로 가시는 길이셨어요.


 서울의 산 중에서 북한산을 제일 좋아해 종종 가지만 정산인 백운대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겨울에는 눈과 빙판이 많아 아이젠 없이는 오를 수 없고, 정산 근처에는 로프를 잡고 바위를 힘으로 올라야 하는 구간들이 있어 동행이 등산에 익숙하지 않다면 꽤나 힘들 수 있거든요. 같이 간 친구는 아이젠도 등산 경험도 있어서 백운대를 먼저 오른 뒤 능선 길들을 골라 내려가면서 한시쯤에 하산해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어요. 백운대까지 한 시간 반 정도 걸려 오른 뒤 용암문을 지나 대동문-대성문까지 능선을 타고 이동한 뒤 형제봉 들러 북악1공원지킴터로 하산했습니다. 내려온 곳이 국민대학교 정문 바로 옆이었는데 휴일이고 방학이라 정문 앞 식당가들이 많이 쉬더라고요. 버스를 타고 조금 이동해 길음역 근처에서 삼겹살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쉬는 날 아침 여덟 시부터 등산은 다섯 시간가량, 점심은 삼겹살, 날씨와 상황에 따라 목욕탕에 들러 씻고 해산하는 이 코스가 아주 적절한 것 같아서 정식코스로 만들기로 했어요. 겨울이 아니라면 등산화와 등산 경험, 기본 체력만 있다면 친구들을 데리고 와도 너무 좋아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친구들 중에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적다는 게 좀 함정이지만 북한산을 믿고 이곳저곳에 영업을 해보려고 해요. 정상은 물론 능선을 따라 이동하는 내내 보이는 멋진 모습들과 계절과 시간에 따라 바뀌는 관경들 삼겹살과 상쾌한 목욕까지 결합된 완벽한 패키지여행은 하루를 아주 알차게 만들어 줄 겁니다. 저 모든 걸 합쳐 북한산 배운대 코스라고 부를래요.




 북한산은 여러 곳에서 여러 방법으로 오를 수 있지만 저는 거의대부분 우이신설역을 타고 북한산우이역에서 출발해 백운탐방지원센터에서 등산로에 오릅니다. 백운대를 간다면 하루재를 거쳐 오른쪽으로 돌아 백운대에 오른 뒤 용암문으로 내려와 하산해야 할 시간과 당일 컨디션 등을 고려해 내려가는 길을 잡아요. 시간이 많고 능선을 따라 쭉 걷고 싶다면 독바위역까지 쭉 갑니다. 서울의 북쪽을 가로지르는 이 길은 넉넉히 7시간에서 8시간 정도 걸리는데, 능선이 이어져있어 길이 험하지 않고 서울과 산을 즐길 수 있지만, 북서쪽 끝에서 남동쪽 끝에 있는 집으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려서 자주 가지는 못합니다.


 백운대에 오르는 마지막 길이 험하니 굳이 정상을 가지 않아도 된다면 도선사에서 용암문으로 올라 대동문까지 간 뒤 하산하는 코스를 고르셔도 됩니다. 봄에 진달래능선을 타고 오르거나 내리시면 그 이름을 절절히 느끼실 수 있어요. 북한산은 국립공원이라 등산로 관리가 아주 잘 되어있고, 하산하는 길과 방법이 여러 가지라 난이도와 시간을 고려해 아주 다양하게 여정을 짤 수 있습니다. 우이역에서 택시를 타고 등산로 초입에서 시작하신다면 세 시간부터 열 시간까지 다양한 조합을 만들 수 있어요.


 등산화는 중등산화가 대부분의 경우에서 좋습니다. 조금 무겁기는 해도 발목을 잡아줘서 아주 큰 도움이 돼요. 스틱은 필수는 아니지만 사람에 따라 꼭 필요할 수 있어요. 저는 스틱보다는 장갑을 꼭 챙기는 것들 강요드립니다. 두꺼운 패딩은 몸을 둔하게 하니 얇은 패딩과 바람막이 정도면 한겨울을 제외하고는 충분할 겁니다. 겨울 등산은 아이젠도 꼭 필요하고 귀도리와 보온마스크 등도 있어야 해요. 아주 추운 겨울산행은 피하시고 저처럼 입춘을 기다리시는 게 적당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등산 후 메뉴선정은 가장 즐겁고 어려운 일인데, 이 친구와는 작년 남한산성을 걷고 난 뒤 삼겹살로 거의 고정하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날은 막국수를 먹으려다가 국수를 뽑는 기계가 바로 직전에 고장 났다는 비보를 듣고 옆에 있는 삼겹살집을 갔었는데 너무 맛있었거든요. 서울에 삼겹살을 못하는 집은 없고, 삼겹살은 언제나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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