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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달콤한 채찍들을 향해

나무로 만든 팽이가 쇠가 될 때까지

by 둥둥 Nov 03. 2024

 내 꽃집은 사랑스런 18평, 가로로 긴 직사각형 형태이다. 크기가 엇비슷한 세 개의 사각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입구와 중심 사각형은 꽃집공간으로, 제일 안쪽의 사각형은 테이블과 의자, 빔프로젝터 등이 있는 모임 공간으로 남겨두었다. (지금은 키가 큰 식물들이나 식물들을 위한 원예용품, 흙 등이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개인적인 구분으로는 Lv3. 꽃집의 크기인 셈인데, 개인적인 욕심으로 Lv1. Lv2. 를 건너뛰고 큰 규모(큰 규모에는 큰 월세가 따른다)로 시작했으니 Lv2. 보다 50% 큰 면적에서 나오는 50%의 추가 월세를 꽃집이 아닌 다른 활동 (공간대여나 중규모 클래스)로 충당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모두의 꽃집, 이름의 전면. 왼쪽부터 두 칸은 꽃집으로, 나머지 한 칸은 모임장소로 운영하려 했다.모두의 꽃집, 이름의 전면. 왼쪽부터 두 칸은 꽃집으로, 나머지 한 칸은 모임장소로 운영하려 했다.


 6평의 추가공간을 잘 활용해 꽃집 테마와 맞는 브라이덜 샤워나 파티룸으로 열심히 홍보해서 딱 공간의 월세만큼만 메꿔야지 생각은 했지만, 오픈 후 11개월이 지나는 동안 기존고객을 제외한 공간대여 신규고객은 0명. 공간 대여 플랫폼에 등록은 해 뒀지만 게으름과 무지로 신경 쓰지 않았더니 저 아름다운 공간이 시각과 업무적으로는 여유를 주나 꽃집 운영에는 재정적 불안을 주는 곳으로 남아있었다.


 꽃집을 아끼고 사랑하는 지인들이 주말을 빌려 방문하는 편인데, 어제는 점심을 같이 먹으러 한 명 (칼국수를 먹었는데, 그 집에 가서 칼국수를 시키면 꼭 매장에 손님이 방문해 전화가 오는 징크스가 있다. 어제도 당연하게 칼국수를 시키고 매장으로 뛰어와 꽃다발을 만들고 돌아갔다. 손님이 안 오는 날이면 칼국수를 먹으러 가야지) 오후 티타임을 가지러 한 명이 꽃집을 찾았다. 오후의 지인은 전전직장 동료인데, 내가 멀어진 전업인 마케팅에 여전히 종사하며 스마트플레이스나 여러 매체들을 통한 광고에 관심이 많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네이버 광고나 공간 대여 플랫폼에 등록하고 마케팅 방향을 정할 때 많이 자문을 구하는 편인데, 어제는 스페이스클라우드에 등록한 공간대여 정보로 두 시간가량 채찍을 맞았다. 다행히 사이사이 손님이 오셔서 망정이지, 조용한 평일 오후였다면 본격적으로 곤장틀을 설치하고 한대요 두대요 소리쳐가며 때릴 기세였다.


 지금 꽃집은 스페이스클라우드에 기초적으로 등록만 되어있는 상태인데, '상세정보를 최대까지 채울 것', '시간당 요금과 초과인원 당 초과요금은 어떻게 할 것', '키워드 등록과 쿠폰은 이 방향으로 설정할 것' 등 온라인 마케팅 방향에 대해 명확하고 날카로운 채찍을 맞다 보니 인스타를 켜놓고 춤이라도 춰야 하나 했던 생각들은 단순히 푸념이었고, 게으름과 무지에 대한 변명이었다는 반성이 차오르는 것이었다. 11월, 오픈 1년을 맞이하며 든 여러 생각과 걱정들 사이로 친히 방문하는 나의 달콤한 채찍들을 향해 이 갈리는 감사의 말을 전한다.


 매장을 운영하며, 나는 예술가가 아니라 장사하는 사람이며, 결국 도달해야 하는 곳은 아티스트가 아니라 디자이너라는 말을 곱씹으면서도 '현실적인' 단어들에 거부감을 가지게 된다. 하루 매출에 일희일비해야 하면 안 되지만, 하루하루 방문 고객을 어떻게 늘릴지, 어떻게 하면 내 사랑스런 꽃집을 월세걱정 없이 운영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고, 고민만 하지 말고 공부해야 하고, 공부만 하지 말고 실행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일요일 아침 퇴근하며 '일요일에 여는 근처 꽃집이 없네요.' 하고 찾아온 손님의 생일 축하 꽃다발을 만들고, 어제 맞은 채찍자국을 쓰다듬으며 브런치에 글을 적는다. 서 있기 위해 열심히 돌고 있는 팽이가 되어, 나무로 만든 팽이가 쇠가 될 때까지 쏟아지는 박수 같은 채찍에 손키스로 답을 하며 지내봐야지. 

글을 적다 찍은 2,3번 공간. 3번 공간을 다시 비우고 재정비해 연말 특수를 노리기로 한다.글을 적다 찍은 2,3번 공간. 3번 공간을 다시 비우고 재정비해 연말 특수를 노리기로 한다.




ㆍ월요일까지 스페이스클라우드를 재정비해서 원님께 고하기로 했는데, 출근 후 열심히 청소를 하고 커피를 마시니 그새 게을러진다. 이 글을 적어 진상한 뒤 오후가 되기 전까지 1차 수정본을 보내야지. 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나의 공간을 염려해 주는 지인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ㆍ옥수동 꽃집 이름은 평일/주말 저녁 6시부터 공간대여가 가능해요. 매장 앞 주차가 가능하고 빔프로젝터, 내부 매립형 스피커, 깔끔한 화장실이 있고 1분 거리에 GS25가, 2분 거리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있습니다. 걸어서 2분 거리 안에 튀김옷이 살아있는 페리카나, 깔끔하고 맛있는 중국집이 있어 빈손으로 와서 바로 놀 수 있어요. 추가로 꽃장식도 가능하니 편하게 연말 모임 문의주세요. 혹 이 글을 보고 연락을 주신다면 파격적인 혜택으로 공간을 빌려드리겠습니다.  

https://www.spacecloud.kr/space/64938


ㆍ부지런함이 얼마나 큰 재능인지 깨닫습니다. 출근으로 바쁜 와중에도 아침저녁으로 청소기를 돌리던 엄마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일을 미루고 쌓아두지 않는 데에는 작은 수고들로 쌓은 큰 성실함이 필요하더군요. 위대한 인터스텔라의 교훈처럼 해야 할 일들은 해야 하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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