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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세영 Jan 21. 2021

동기부여의 핵심은 내면 동기를 이끄는 것


다른 사람의 변화를 도우려면 내면 동기를 이끌어야 한다.


부모로서, 교사로서, 관리자로서 혹은 어떤 모임의 리더로서 누군가를 이끌어야 할 때 우리는 때때로 자신의 한계나 벽에 부딪치곤 합니다.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욕도 없고, 책임감도 없어 보이고, 앞에서는 하겠다고 하고 뒤에서는 다른 행동을 하거나 자꾸 미루는 상대방을 볼 때 고민이 될 것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뭐라도 이야기를 해보지만 꼰대력만 발휘한 것 같고 당최 말이 먹히지 않아 좌절감을 느꼈던 순간도 있을 겁니다.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내 마음 같지 않고,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 상대방을 어떻게 동기부여할 수 있을까?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어떻게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움직일 수 있을까? 이런 마음이 드셨다면 오늘 제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람은 누군가에 의해 동기 부여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상황이나 사람 등 외부 조건에 의해 자극을 받을 수는 있지만 진정한 동기는 내면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동기 즉, 내적 동기가 생겨야 진정한 변화를 이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변화를 돕기 위해서는 상대방 내면의 동기를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내면(내적) 동기의 핵심은 자율성이다.


우리는 누구나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을 싫어합니다. 신혼 때 남편이 이런 말을 하곤 했습니다. 제가 청소를 도와달라고 하면, "지금 청소하려고 했는 데에~" 쓰레기 좀 버려달라고 부탁하면 "지금 쓰레기 버리려고 했는 데에~" 이 말의 의미가 뭔지 아시죠? 기분 나쁘다는 겁니다. (정말 그러려고 했는지 따지는 건 그리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중요한 건)


남편이 청개구리 심뽀라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는 누구나 그런 마음이 있습니다. (뭔가를 하려고 했더라도) 누가 시켜서 해야 하면 왠지 하기 싫어지는 마음 말입니다. 내가 할 일은 내가 정하고 싶은 마음, 나의 행동을 타율이  아닌 나의 자유의지에 의해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하기 싫은 일이더라도 스스로 해야겠다고 마음 먹을 때 자발적으로 기꺼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행동은 내가 알아서 하고 싶어.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자율성입니다. 자기 결정성 이론에 따르면 자율성은 보편적인 인간의 욕구입니다. 충분히 충족되지 못하면 삶에 대한 만족감이나 삶의 의욕 등이 떨어지고 다양한 부적응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에드워드 데시의 자기 결정성 이론

자기 결정이론에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삶의 생리적 욕구와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해 필요한 심리적 욕구를 기지고 있다고 말한다. 자기 결정이론에 따르면, 기본적이고 보련적인 심리적 욕구 세 가지는 자율성(autonomy), 유능성(competence), 관계성(social relatedness)이다.


그런데 이런 자율성이 바로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내적 동기의 핵심이 됩니다. 우리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지 말라고 해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것을 할 때 내면에 기쁨이 샘솟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내면의 동기가 우리를 이끌 때는 행동 자체가 행위의 목적이 됩니다. 그 자체가 즐거워서 만족감을 느끼고 행동하게 됩니다.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이 억압될 때 우리 내면의 동기는 훼손됩니다. 동기는 밖에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동기 부여한다는 것은 상대방 내면에 동기가 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즉,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은 내적 동기를 이끄는 것입니다.




무엇이 내면 동기를 떨어뜨리는가?


어떻게 내면 동기를 이끌 것인가에 대해 논하기 전에 무엇이 내면 동기를 떨어뜨리는가에 대해서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는 보상 전략. 보상은 내면 동기를 약화시킨다.


우리는 자녀에게 또는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 다양한 보상 전략을 사용하곤 합니다. 받아쓰기 100점을 맞으면 장난감을 사주겠다고 공약하거나 학습지를 다 풀면 얼마를 주겠다는 식으로 동기를 부여합니다. 다양한 인센티브와 보상제도를 만들어 구성원들의 동기를 촉진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런 외적 보상은 단기적으로는 동기를 유발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비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면 동기는 외적인 보상에 의해 더 커지는 게 아니라 줄어듭니다. 보상이 어떻게 내면 동기를 훼손하게 되는가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에드워드 데시와 빅터 브룸 교수는 보상이 내면 동기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대학생들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그들은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정해진 시간 동안 '소마 퍼즐'(다양한 블록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드는 퍼즐)을 풀게 했습니다. A그룹에는 하나의 퍼즐을 완성할 때마다 얼마의 돈을 주겠다고 했고, B그룹은 그런 이야기 없이 퍼즐을 풀게 했습니다.


퍼즐 풀기 시간이 끝나고 기록을 출력하기 위해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지라고 했을 때, A그룹과 B그룹의 행동에는 의미 있는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실험의 목적은 자유시간을 보내는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었음) 실험실에 혼자 남겨진 참가자는 계속해서 퍼즐을 풀 수도 있었고, 잡지나 책을 읽는 등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주목할 만한 건, B그룹 참가자들에 비해 A그룹 참가자들은 쉬는 시간을 이용해 더 이상 퍼즐을 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보상을 중단하자마자 퍼즐놀이를 그만두었습니다. 돈을 받고 퍼즐을 풀었던 A그룹 학생들은 즉각적으로 보상에 길들여졌고, 돈을 받기 위해서만 퍼즐에 참여한 것입니다.


돈은 우리에게 엄청난 동기를 제공해 주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의 내면 동기를 약화시킵니다. 일단 돈을 받고 무언가를 했다면,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순간 그 일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돈은 강력한 동기부여 수단이지만 보상이 주어지는 동안만 행동을 지속시킵니다.


동물원의 물개들도 관객들에게 물개 박수를 치고, 갖가지 재롱을 부리지만 생선 통에 생선이 바닥나고 쇼가 끝나는 순간 재롱도 끝이 난다고 합니다.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습니다. 보상은 놀라운 위력을 발휘하는 게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행위 자체의 즐거움이라는 내면의  동기를 잃어버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통제전략. 통제는 내면 동기를 파괴한다.


우리는 상대방에게 심리적인 고통을 주어서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전략을 사용하곤 합니다. 부정적인 평가나 비난, 훈계와 질책, 감시, 비교, 경쟁 등으로 압박을 가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더 열심히 움직이도록 촉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통제전략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저항을 일으키고 막대한 부작용을 초래하게 됩니다.


자녀를 이런 방식으로 훈육하고 가르칠 때, 아이들은 저항(반발)하거나 어쩔 수 없이 순응하거나 회피하는 전략을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조직의 리더가 주로 통제방식으로 직원들을 관리한다면 구성원들의 자발성은 소멸되고, 시키는 일만 억지로 하게 만들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조직의 창의성과 성과는 떨어질 것입니다.


통제는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서 무언가를 하려는 자율성을 파괴합니다. 에드워드 데시 교수는 통제가 내면동기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대학생들 대상으로 실험했습니다. 그는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퍼즐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하면 벌을 주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퍼즐을 완성했지만, 부정적인 경험으로 기억했습니다. 실험 참여로 인해 퍼즐 자체가 재미있어서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변화시키기 위해 통제전략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통제에 저항하게 되고, 통제한 행동에 대해 흥미와 열정을 잃어버리게 만듭니다. 이 방식은 상대방의 내면 동기를 사라지게 만들 뿐 아니라 내가 원했던 결과를 이끌지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통제를 통해 누군가를 진정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어느 누구도(나와 상대방 모두를) 제대로 돕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외적 보상이 필요 없다는 것인가?


이미 내면 동기가 있거나 내면 동기가 필요한 일에 지나친 보상은 오히려 독이 될 것입니다. 이를테면, 스스로가 재밌어서 그림 그리기를 하는 친구에게 그림을 잘 그릴 때마다 지나친 보상을 해준다면, 내적 만족감보다 외부의 보상에 집착하게 될 수 있습니다. 공부에 동기부여를 해주기 위해 학습지를 풀거나 시험을 잘 볼 때마다 용돈으로 보상을 해주는 경우도 그렇습니다. 돈을 받지 않고는 자발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으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외적 보상은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월급과 기대하지 않았던 특별 보너스가 행복감과 사기를 높여주듯이 적절한 보상은 우리의 의욕을 높여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__라면 __을 주겠다'는 방식의 조건적 보상은 동기유발과 함께 통제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성장과 촉진을 위해(통제 목적이 없이 격려를 북돋기 위해) 제공하는 보상은 더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외부로부터 오는 보상은 분명 우리를 기쁘게 하고, 더 노력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합니다. 아무리 내적 동기로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외부로부터 보상(찬과 인정 포함)이 전혀 없다면 그 일에 대한 열정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보상은 누군가를 통제하고 뜻대로 움직이는 수단으로 제공될 때 내면의 동기를 훼손시키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을 돕고, 팀 전체의 성과를 촉진하기 위해 신중하게 고려된 보상은 우리 삶의 활력을 촉진하고 일에 대한 즐거움과 의욕도 높여줄 것입니다. 보상은 신중하고 적절하게 사용하면 동기를 유발하는 멋진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통제는 필요 없다는 인가?


개인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통제는 내면의 동기를 파괴합니다. 누군가를 바꾸기 위해 사용하는 통제전략(지시, 비난, 훈계 등)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저항을 일으키고, 무기력성과의 저하 등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통제도 상황에 따라 필요할 수 있습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창의적인 업무를 수행할 때는 통제가 수행 성과를 떨어뜨리지만, 단순 업무일 때는 오히려 수행 성과를 높인다고 합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통제'방식이 아주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이었습니다.


동기부여의 측면에도 자율적인 선택권과 함께 적절한 한계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통제 없이 무한대의 자유를 제공한다는 것은 방임(방치)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제한된 한계(규칙) 내에서의 자유가 내면의 동기를 촉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방식으로 적절히 통제하고, 압박을 덜 느끼도록 의사소통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다음 편에는 좀더 구체적으로 내면의 동기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참고서적>

에드워드 L. 데시, 리처드 플래스트의 <마음의 작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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