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말 십년을 건강하게 산다고 가정하면 약 삼만 일을 사는 셈인데, 우리 직관이 다루기엔 제법 큰 수입니다. 혹시 그중 며칠을 기억하고 있는지 세어 본적 있으신가요? 쉼 없이 들이쉬고 내쉬는 우리가 오랫동안 참고 있을 날들은 삼만의 아주 일부입니다. 먼 옛날의 나와 지금 여기의 나와, 먼 훗날의 나라는 세명의 완벽히 낯선 사람들을 이런 날들이 엄성하게 이어 주고 있습니다.
이제 본력적으로 어른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 편안하고 안전한 길을 거부하라. 타협하지 말고 자신의 진짜 꿈을 좇아라. 모두 좋은 조언이고 사회의 입장에서는 특히나 유용한 말입니다만, 개인의 입장은 다를 수 있음을 여러분은 이미 고민해 봤습니다. 여러 변덕스러운 우연이, 지쳐버린 타인이,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줄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갈들지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길 바랍니다.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시길, 그리고 그 친절을 먼 미래의 우리에게 잘 전달해 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