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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번째 筆寫

by 이양고


내게 네가 없을

네게 내가 없을

박꽃처럼 창백할 세월의

깊은 우물물 미리 내려다보며

두레박 내리고 올릴 기운

세수하고 밥은 먹어야 할 기운

조금씩 미리 마련해두자고

네게 눈짓하면서

내게 다짐하면서

남은 햇살을 서로 끼얹어주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알록달록 늦가을 무늬 바르면서

나무를 품에 들어왔다 나왔다 하면서.


<저기, 두 사람> 한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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