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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집의 한선생 Sep 18. 2020

효율적인 큰 울타리 우리집 part2.

집을 닮아가는 나

이 집은 정말 효율적인 집이다.


평소 혼자서 두 아이의 육아를 해야 했던 나에게

(남편의 야간자율학습 감독으로 인하여 나는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실망없이 편하다.)


내 직장과 어린이집, 유치원과의 동선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시간은 나에게 체력이었고 노력이었다.

효율성을 따지면 이 집은 더 좋을 수가 없다.


사생활 보호 때문에 학교와 집을 멀리 잡는 선생님들이야기는

나에게는 먼나라이야기다.

사생활이고 뭐고, 사람이 살고 봐야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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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이 끝나고 역시 예상대로였다.

분단위로 계산해서 살아가는 삶이 시작되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세탁기 돌려놓고 청소하고

어린이집에서 아이 찾아오면 첫째가 돌아오고

만화 볼 동안 밥차리고

밥 먹이고 공부시키고

샤워시키고 책읽고 재우면


9시 20분이 된다.


그로기 상태가 된 나는

핸드폰 좀비가 되거나,

맥주를 마시며 뭔 소리인지 잘 기억도 안나는 영화를 보거나,

연구회 준비를 했다.

(사실 이쯤되면 연구회 다니는 것도 사치라, 일이 아닌 취미 카테고리로 간다.)


그리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한다.


1시 취침.


1년, 2년.... 3년


나이는 먹고

생기는 잃고

학창시절에 쌓아놓은 무언가는 하나씩 빠져나간다.

자기 발전을 해서 쌓아놓은 자존감은 쌓이는 속도보다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랐다.


그동안

고맙게도 세종시는 발전을 했고

부동산도 올랐지만,


우리 첫집이 그 좁았던 집이 가끔씩 그리워 졌다.

우리 첫집은 창밖을 열면 사계절이 있었다.

그 밖을 보면 좀 숨을 쉴 수가 있었었는데,


도시에서 도시의 삶을 살고 있는 나는

콘크리트에 물을 뿌린 것처럼

점점 증발해 갔다.


효율적인 집.

효율적인 나.

나와 집은 점점 닮아갔다.


더 이상 나는 점점 없어져갔다.

그저 효율적으로 사는 엄마만 남아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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