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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집의 한선생 Sep 23. 2020

두 명의 부동산 사장님 part 1. 현타형

feat. 다른 듯 같은.

"여기다."

20여 분을 달려서 A부동산에 도착했다.


시골의 작고 허름한 A부동산은 아이러니하게도 비싸고 좋은 차로 둘러 쌓여 있었다.

부동산 안은 매우 북적여서 직원 3명이 상담을 하는데도 기다려야 했다.


사장님은 한참을 전화하시다가 드디어 우리를 보고 말씀하셨다.

"얼마 생각하시는데?"

 "7000만 원에서 12000만 원 정도 생각하고 있어요."


"몇 번 보고 오셨는데?"

    "***번과 ***번을 보고 왔습니다."


"저희는 300평 안쪽으로 보고 있고요. 농막이나 농가주택에서 주말마다 살았으면 해요. 집이 **동인데 30분 안이여야 하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았으면 좋겠어요. 하천 있으면 좋고요."


남편은 번호만 멀뚱멀뚱하게 불러주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말하곤 한다.


"그래? 그럼 *** 땅이 요 근처고 ***번도 요 근처니까 그런 땅으로 3개 정도 봅시다. 내차에 타요. 빨리빨리 돌아야지 다음 손님도 예약이 있어."


시골길을 달리는 동안 사장님은 끊임없이 말씀하셨다.

나는 멀미가 나는데 맞장구치는 남편이 신기했다.

이 집도 내가 계약해 줬고, 저 집도 내가 계약해줬고. 그러면서 한참을 깊은 산골로 와서 차가 멈췄다.

"자~ 이 땅이에요. (정보 설명)"


실망스러웠다.

별로 안 예쁜 땅, 경사도 지고.


이어지는 땅들도 계속 실망스러웠다.

얘는 1억 쟤는 1억 3000천... 땅들은 번호와 금액이 이름이었다.


"옛날에는 땅 하나를 보려면 오전에 와 보고 오후에 와보고 저녁에도 와보고, 4계절 전부 들려 보라고 했잖아요? 그거 다 뭘 모르는 소리지. 그동안 다 팔려. 여기 땅 어떻게 사는 줄 알아요? 서울에서 돈 들고 공주 여행 왔다가 오후에 도장 찍고 가. 그렇게 사도 3년 뒤에는 세종시 때문에 오르거든. 가격 맞고 돈 있으면 그냥 사는 거야. 사람들도 바보가 아니거든? 그 가격이 괜히 부르는 것도 아니고. 예쁜 놈은 비싸고 못생긴 놈은 싸지. 1억으로 사고 싶다는 사람한테는 1억짜리 보여줘야지. 2,3억짜리 보여줘서 뭐할라고."


"그럼 뭘 보고 땅을 사는 거예요?"

"나를 믿고 사지. 한 해 두 해 부동산 하나. 어차피 오르니까."


남편은 조수석

나는 아이들과 뒷자리에 앉았는데

남편과 나는 생각으로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

'이건 아니야.'


사장님은 계속 전화를 받았다.

"6억짜리? 그런 걸 어떻게 바로 구해요. 할튼 내일 들리셔."

사장님의 끝없는 전화는 학창 시절 윤리 선생님의 수업처럼 귓등에서만 맴돌았다. (죄송해요 선생님.)

보이지 않는 벽이 사장님과 우리 가족 사이에 둘러쳐졌다.


엄청나게 빨리 달리는 차

아이들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소리 죽여서 멀미를 했다.


나는 강아지를 좋아한다.

A 부동산 사장님은 펫숍 주인과 같았다.

나는 내 가족을 찾고 있었지만 

팻숍에 들어온 이상

품종과 가격이 전부다.


어딘가에 내 삶의 터전은 번호와 돈으로 매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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