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이 거슬리시나요? 이게 고급 재료인데 호불호가 좀 갈려요.
# 냄새를 맡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디저트를 주문해 뒀습니다. 식사 끝나셨다면 갖다 달라고 할까요?”
“기대되네요. 그건 또 어떤 맛일지. 그리고 과연 그 재료의 정체에 대해서도 제가 알아낼 수 있을지 궁금하고요.”
디저트를 기다리며 그의 정체에 대한 합리적 의심 또는 추리를 시작했다. 보이는 것 하나 없이 다른 감각들로 밝혀내야 하는 그의 정체. 그런데 아직도 풀리지 않는 두 가지가 있다. 그가 음식을 먹거나 물, 와인을 마실 때마다 들리는 ‘투룹’이란 소리. 그리고 내 손을 스친, 더듬이로 추정되는 감각 기관은 그의 것인지 아니면 그가 먹는 음식의 것인지. 그러나 결국 그것들이 모두 가리키는 실체와 맞닥뜨렸을 때 난 과연 그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두려워졌다. 그저 남자인가, 여자인가 혹은 나이가 많은가, 적은가 이런 질문을 떠나 그는 사람인가, 다른 존재인가를 물어야 하는 비정상적인 질문 말이다. 다시 불안이 무늬를 그리며 퍼져 나갔다.
“운이 좋으십니다. 오늘은 헤드 쉐프께서 직접 디저트를 만드셨거든요. 신선한 재료로 만들었으니 맛 또한 기대 이상일 겁니다.”
웨이터가 설명을 마치고 디저트 접시를 내려놓는 순간, 밍밍한 비린내가 방 안에 퍼져가기 시작했다.
“이건 무슨…”
“향이 거슬리시나요? 이게 고급 재료인데 호불호가 좀 갈려요. 하지만 맛은 최고일 겁니다. 한번 드셔보세요.”
이젠 아주 자연스럽게 작은 디저트 접시 위로 내 손이 흐른다. 그건 안 될 것을 건드리려는 손길처럼 매우 진중하다. 익숙한 냄새인데 눈으로 보질 못하니 확신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른 그 어떤 것도 디저트 재료로 쓸만한 것들은 아니었다. 잠시 후 손끝에 무언가가 크림처럼 묻었다. 하지만 그 냄새가 주는 공포 때문에 선뜻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지 못했다.
“사람 냄새가 나네. 그렇지?”
“뭐라고요?”
그건 분명 내게 한 말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혹시 이 공간에 다른 이가 더 있는 건가? 그리고 사람 냄새가 난다는 건 대체 무슨 의미인지. 오늘 계속 느끼는 불안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었나. 밍밍한 비린내가 점점 더 방 안을 깊게 파고들었다.
“기자님한테서 사람 냄새가 난다고요. 요즘 진짜 그런 사람 찾기 힘든데.”
그의 웃음소리가 두 개로 들렸다. 아니, 세 개인 것도 같았다. 방향은 오른쪽, 아니 왼쪽. 역겨운 그 냄새 탓인지 멀미가 났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휘청거렸다. 쓰러지지 않으려 양손을 뻗어 테이블 모서리를 꽉 움켜잡았다. 그런데 갑자기 손가락에 묻은 크림을 당장 닦아내야 한단 생각이 번쩍 들었다. 지금 닦아내지 않는다면 영원히 그 밍밍한 비린내가 내 몸에 배어버릴 것만 같았다. 테이블보에 손가락을 문질러 닦았다. 냄새 때문에 숨쉬긴 더 힘들어지고, 목으론 신맛이 나는 액체가 솟구쳐 올랐다. 그 뒤로 ‘투룹’거리는 소리가 점점 더 빠르게 내 귀를 후벼 팠다.
“괜찮으십니까?”
웨이터의 목소리였다. 난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얼른 몸을 돌려 그의 팔을 움켜잡았다.
“토할 것 같아. 도와줘요.”
그의 손이 팔을 붙들고 있던 내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내 귀 가까이에 갖다 댔다.
“A는 잘 만나셨나요, 기자님?”
“당신, 누구야?”
“웨이터입니다. 기자님.”
“그래, 처음부터 이상했어. 당신은 그 많은 사람 속에서 내가 A를 만나러 온 기자란 걸 어떻게 안 거지?”
그의 몸에서 좀 전엔 느끼지 못했던 역겨운 비린내가 올라왔다. 그건 디저트에서 나던 그 밍밍한 비린내와 같은 것이었다. 내 속에 있는 것들이 드디어 배를 충동질해 목구멍으로 올라오려 했다. 난 얼른 한 손으로 입과 코를 함께 틀어막았다.
“당신에게는 사람 냄새가 나니까.”
그가 나지막이 내 귀에 속삭였다. 그의 팔을 붙잡고 있던 내 손 위로 가느다랗고 기다란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목소리가 다시 솟구쳐 올라오던 것들과 함께 목 안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난 정신을 잃은 것 같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