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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임신이 아니어야 해... 근데 임신이라고?

진짜야? 우리... 아기 생긴 거야?

by 베이지

그날도 평소처럼 퇴근하고 집에 왔다.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아 TV를 틀었다.

별일 없는 하루.


하지만 머릿속에 자꾸 떠오르는 한 가지.


생리 예정일이 지났다.


“이번 달은 좀 늦네...”


체중은 줄고 있었고, 위고비도 꾸준히 맞고 있었고,
몸이 살짝 무거운 건 피곤해서겠지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쿡쿡거렸다.

마치 누가 자꾸 속삭이는 것 같았다.


혹시…?


서랍을 열어 임신테스트기를 꺼냈다.
기대도 긴장도 없이, 그냥… 느낌이 좀 이상해서.


옆에 앉아있던 남편이 말했다.


“왜? 설마 임신은 아닐텐데...”


반 확신에 찬 남편의 목소리를 뒤로 한채 화장실로 향했다.


“몰라. 그냥 해볼게.”


테스트기를 소변에 담그고

3분을 기다리는 동안,
우린 핸드폰만 들여다보며 말없이 앉아 있었다.


‘뭐, 안 나올 거야. 설마 되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들었는데.


두 줄.


선명하고, 분명한 두 줄.
눈을 비볐다. 한 줄은 잘못 본 줄 알았다.


“여보.. 이거 봐봐. 이거, 진짜 두 줄이지?”

남편이 테스트기를 들여다보며 말이 없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 뭐야 이거... 진짜야?”

“나도 몰라... 다시 해볼까?”


하나를 더 꺼냈다.
이번엔 정말 신중하게.
결과는,
또 두 줄.


실수도 아니고, 오해도 아니었다.
정말... 된 걸까?


우린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것도, 놀라는 것도 아닌
이상한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제일 비싼 테스트기 사 와줘.”
“별 차이 없다며?”
“지금은... 그걸로라도 마음을 붙잡고 싶어.”


남편이 바로 약국으로 뛰어갔다.
그 사이, 나는 혼자 침대에 앉아
어질어질한 머리를 붙잡고 있었다.


‘아니야... 이거 다 착각일 수도 있어.
아침 소변이 더 정확하다잖아. 내일 아침에 다시해보자 ’


그날 밤, 잠은 오지 않았다.
괜히 배를 쓰다듬었다가
‘아니지, 아직은 아니야’ 하고 손을 떼고,
다시 또 쓰다듬었다.


그리고, 아침.
해뜨기 전, 눈이 번쩍 떠졌다.
남편도 벌떡 일어났다.


“해보자. 이번엔 진짜 마지막.”


화장실로 함께 들어갔다.
아침 소변, 마지막 테스트.
기다리는 3분은 평생처럼 길었다.


그리고... 또 두 줄.


진하고, 또렷하고,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결과.

우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꺼내는 순간, 현실이 될까 봐.
그저, 조용히 서로를 바라봤다.


“병원 가자.”
“지금?"


아침 7시,

나는 다니던 난임병원으로 향했다.


며칠 전까진 위고비 맞으며 다이어트하던 사람.
그런 내가,
임신 확인을 받으러 병원에 간다.


이게 무슨 시트콤 같은 인생인지.


접수하고,
기다리고,
호명되어 검사실로 들어갔다.


초음파 검사.
조금은 낯설고 긴장되는 자세로
작은 모니터를 바라봤다.


“아직 아기집이 작긴 한데요,
지금 5주 차로 보이네요.”


의사 선생님의 말이 들렸지만
머릿속엔 웅웅 거리는 소리만 가득했다.
"... 아... 네..."
내 입에서 나온 대답이, 낯설었다.


피검사를 마치고

“일주일 후에 다시 오세요.”
라는 말을 들으며
임신확인서를 받았다.


화면 캡처 2025-08-25 115749.png


햇살이 따사로운 초여름 아침.
손에 들린 종이 한 장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남편에게 확인서를 보여주자
그는 확인도 안 해보고
“진짜야?” 하며 웃었다.


놀란 표정이었지만, 그 눈빛엔
살짝 뿌듯하고 기쁜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나만 너무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기다렸을 땐 오지 않던 아이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던 순간에
조용히, 기적처럼 찾아왔다.



나는 이제, 진짜 엄마가 되는 걸까?


다음 화: 2화. 위고비 맞고 임신이라니, 나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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