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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눅히 Sep 21. 2024

독일 비전공 개발자의 이력서 제출기(험난한 해외취업)

03. 이력서 80통은 다 어디로 갔을까?

비전공 개발자로서 그것도 독일에 사는 외국인으로 내가 과연 취업이 될까? 하는 의문의 꼬리표를 항상 달고 살았다. 있는 힘껏 공부하고 노력하지만 세상은 열심히, 성실히 한다고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쯤은 알만한 나이였고 사실 객관적으로 나를 봤을 때 암담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만약 CEO라면 나를 채용할까? 아니. 

슬프게도 아니라는 답이 먼저 나왔다.


내가 채용 시장에서 경쟁성이 없는 이유를 몇 가지 뽑아 보자면,

첫 번째. 아무런 경력이 없는 나의 개발자 커리어

신규 개발자를 뽑는다는 채용 공고를 보면 기본 2-3년은 업무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서술해 놓는다. 경력이 전무한 나는 그림의 떡을 보는 기분이다.


두 번째. 비자발급

독일은 EU 국가 중 하나이다. EU 국가 출신들은 국경 없이 거주지를 정하고 일자리를 찾는다. 다시 말해 나는 비자가 필요 없는 수많은  EU 출신 개발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이미 공급은 충분한데 굳이 비자발급이란 정성을 한 번 더 들여야 하는 나를 채용해줄까? 내가 정말 특별한 개발자가 아니고서야 그렇게 해 줄 것 같지 않다.


세 번째. 언어

사실 영어를 할 줄 알면 독일어는 크게 상관없다. 대부분 베를린 IT업계 기업 및 회사들은 영어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채용공고에 독일어는 필수는 아니지만 할 수 있으면 좋고 영어는 필수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내가 경쟁하는 상대가 독일어 영어 모두 할 수 있다면? 그 자리는 상대의 것이 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생각해도 큰 승산이 없는 게임 같지만 그래도 도전했다. 사실 도전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력서만 10번을 넘게 고치고 처음 공략한 분야는 Health & Medical 회사들이었다.

스타트업 보험 가입 회사부터 의료기, 제약회사, 의학 리서치 회사, 의료 마케팅 회사 등등 눈에 보이는 이 분야 회사들에 닥치는 대로 이력서를 들이밀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노답. 

정말 답이 없거나 3개월이 지난 뒤에 미안, 넌 우리가 뽑는 인재가 아니야. 굿럭과 같은 답이 다였다. 


지인들의 도움도 정말 많이 받았다. 현재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친구들이 내 이력서를 이곳저곳으로 옮겨주고 추천해주는 등의 노력을 불살라 주었지만 결과는? 암담했다.


그리고 너무 늦게 깨달았다. 주제넘게 내가 이력서 넣을 곳을 고르고 있었다는 것을.

내 전공이 간호니까 난 의료 쪽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회사는 베를린이 었으면 좋겠어, 너무 작은 회사는 싫어, 등등 뭘 골라서 이력서를 넣을 처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이런 조건들을 내걸고 있었던 건지.


그때부턴 가리지 않고 정말 이력서를 막 정말 막 제출했다. 처음엔 내 수준에 여긴 아니야, 하면서 고사하던 곳도 밑져야 본전이지 하면서 두려움을 떨쳐내고, 시답잖은 나의 조건은 모조리 없애고 일단 지원했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 세 번째 이력서부턴 어렵지 않게 제출했다. 그렇게 약 80여 개의 회사에 지원 했다.  

과연 결과는?




독일에서 취업을 위해 활용한 사이트들


1. Linkedin :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2. StepStone

3. AngelListTalent tech전문 구직사이트

4. Honeypot tech전문 구직사이트

5. EnglishJobGermany

6. Glassdoor

7. Indeed

8. GermanTechJob : tech전문 구직사이트


나는 위의 모든 사이트에 가입 후 내 이력서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주니어 레벨, 지역 정도에만 필터를 맞추고 새로운 공고가 뜨면 이메일이 오게끔 설정했다. 

매일같이 구직시장을 들여다본 결과 거의 다 내가 본 공고였기 때문에 새로운 공고가 떴을 때 바로 확인하고 놓치지 않기 위해선 알림 설정이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


그리고 Linkedin을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사실  나는 SNS을 즐겨하지 않는다. 하나 있는 SNS 계정도 비공개 계정에 모르는 사람과 연결되는 걸 싫어했다. 이런 내게  Linkedin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커넥팅 요청을 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사람이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까  하게 되더라.

엄청난 커넥팅 요청을 날렸고, 개발자를 뽑는다는 CEO와 CTO에게 먼저 메시지를 보내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Linkedin의 좋은 점은 '나 일 구해요'라고 나를 광고할 수 있고 그걸 보고 사람들이 내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커넥팅 요청을 수락 후 내가 일을 구한다는 걸 알고서 먼저 연락이 와서   인터뷰를 한 것도 두 건이나 되니 이쯤 되면 왜 이름이 Linkedin인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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