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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아이유~)과 미라클 모닝.

by 하니오웰


나의 삶으로 살아가다 보면 가끔 나의 장애를 고마워할 수 밖에 없다.

병원을 가게 되거나 재활 치료를 받다 보면 다른 뇌성마비우들에 비해 나는 양반임을 느낀다.

사지가 뒤틀려 있고 말이 어눌한 분들이 많다. 나 정도면 참 감사해야 하는 수준이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항상 자주하시던 말씀이다.

"이 정도인걸 하늘에 깊이 감사해라." 어릴 땐 수긍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수긍하는 편이다.

금요일마다의 재활 치료.

로봇 치료실의 담당 선생님은 선량하다.

로봇 치료실에는 보조 장치 없이는 보행이 힘든 분들이 많이 온다.

여러 선생님이 있지만, 담당 선생님만을 접할 수 밖에 없지만 나의 선생님은 환우 분들한테 던지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따뜻한 착한 사람이다.

비명을 지를 정도의 통증을 겪으며 힘들게 치료를 받는 환우들을 웃게 해주려 계속 농담도 던져 주며 심지어 재미가 있다.

그냥 느껴지는 진심들이 있다. 오래 벼리고 쌓아 올린 학습된 가식이 아닌 진심 덩어리.

Balance cdp 운동을 마치고 위핏 운동도 기분 좋게 마쳤다.

선생님은 닌텐도가 집에 있다는 나의 말에 당근에서 꼭 위핏 프로그램과 발판을 사서 꾸준히 하라고 당부하셨다. 목소리마저 부드러워 호소력이 더 있다. 다음 주에는 장가는 갔는지 물어봐야겠다.

서대문 아구찜에 가서 과장님을 모시고 팀회식도 잘 마쳤다.

오후 시작 느낌도 괜찮았다. 주변인들에게 농담들을 던지며 어영한 시간들을 부영하고 있었다.

3시쯤 법무사가 와서 상속 취득세 30여 건을 던져 주고 갔다. 주말에 해서 준다고 보냈다.

오후 4시쯤 그가 왔다.

후줄근한 등산복 차림에 덜 채워진 백발. 몸에선 악취 페로몬이 제 기세를 뽐낼 줄 아는 전형적인 진상 각이었다.

상속 취득세를 법정 지분으로 모친을 대표상속인으로 1가구 1주택 감면으로 신고해 놓고 신고 기한 내에 모친을 뺀 상속인들로 유증을 원인으로 차액분을 수정 신고한 건이었다.

요는 같이 사는 자기 엄마가 전액을 납부한 것이니 납부 금액 전체를 환급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초 신고와 수정 신고의 납세의무자가 상이한 복잡한 경우인데 법정 지분으로 신고한 부분 중 모친 지분만큼만 환급 해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전액 환급을 받으려면 다른 상속인들의 인감 도장과 신분증 사본을 첨부해 지방세 환급금 양도신청서를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종일관 당찼고 기가 찼다. 그런 추가 요식들은 형제들과 사이가 안 좋아 절대 받아올 수 없고 '전액만이 내 세상'이라고 고집을 부렸다.

구청장 불러 오라고 강짜를 부렸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재산세과와 징수과 직원 모두 그 민원인의 고성에 고초를 겪었다. 나도 맞대응을 했고 일부러 혼자도 두었다. 2시간을 싸웠다.

전액을 환급 받게 되면 33년생 노모의 환급액을 자기가 꿀꺽하려는 심보가 선연히 보였다.

법정 업무를 해야 하는 이 일을 하다 보면 욕 박고 싶을 때가 정말 많다.

나는 욕을 엄청 잘 한다. 그것도 참 찰지게.

어릴 때부터 아버지 어머니의 참된 욕설의 순간들을 많이 봐왔고 사회적 접착제로서의 '욕'을 좋아한다.

어무니 아부지는 감정과 표현에 솔직하신 분이고 가식은 찾아볼 수 없는 분들이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나는 11살 하니가 8살 무렵부터 어디선가 보고 배워온 욕을 표현하는 순간 거부감 없이 정확한 워딩과 뜻을 가르쳐 주는 아빠였고 새로운 욕이 있으면 공유하여 나누는 위인이다. 마늘은 그런 부녀의 순간들을 싫어하긴 한다.

참았다. 퇴근 무렵이 되어 경정청구서를 일단 접수하고 집으로 보냈다.

소모의 시간이었다.

야근을 좀 하려다가 방전 되어서 그냥 집에 왔고 마늘이 해준 족발을 먹고 그 풍미에 감탄했다.

블로그에 답글을 좀 달고 활자를 접하고 나니 마음이 잘 풀렸다. 딸이 샤인머스켓 포도를 먹고 싶다하여 체리와 블루베리를 사다주었다.

'박보검의 칸타빌레' 하는 시간이 되어 틀었다. 보검의 유머에 부녀는 아직 용서의 칼을 내어줄 수 없었다.

둘이 동시에 '폭삭 속았수다'나 보자고 외쳤고 언제나 그랬듯이 아이유는 진리였다.

치유의 시간이었다.

숙면했다.


새벽이 좋게 열렸다.

3월에 나는 글벗 '사랑주니'님이 리드하는 미라클 모닝 6기에 틈입하였고 숙면의 빈도가 급증했다.

이것은 평생 처음 있는 '연속의 불연속'이다.

평생을 불면증으로 인한 가벼운 편두통과 만성 피로와 싸워 온 나는 이런 숙면의 순간이 1년에 서너 번 뿐이었는데 3월에만 어림 잡아 다섯 번이다.

'나는 잘 잠들 수 있다.', '나는 푹 자게 될 것이고 불면증은 숙면에 부드럽게 자리를 내 줄 것이다.' 라는 식의 '사랑주니' 리더님이 말씀하신 최면들을 던지며 잠들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온갖 장치와 시도들로 벗겨지지 않던 불면의 새벽 등정들이 치유되고 있는가? 49년 간의 무거운 밤과 새벽들이, 몽유암의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나?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인 것 같다. 나는 숙면이 거듭되니 숙면에 좀 자신감이 붙고 있다. 다짐보다 내재화된 마음이 힘을 쓰고 있는 것 같다.

나의 그 동안의 새벽은 데시벨상 고요했지만 내면은 고요하지 않았다.

그 시간에 나는 주로 유튜브와 티비로(탄핵 국면 이후 더욱) 더러운 새벽 공기들을 태웠었는데 이제는 독서와 글쓰기, 홍삼꿀차와 클래식 음악과 함께 하고 있다.

물론 이 변화의 루틴들은 미라클 모닝 시도(3월부터 시작) 전부터 하던 금주 후의 91일 된 루틴인데 숙면의 빈도가 늘어나니 그 질적인 충만감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숙면의 확보는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신비로운 '임모 체험'이다.

나의 3월, 이 정도 빈도면 이미 '폭삭 잘잤수다'이고 그 폭주 숙면차는 이제 엔진 오일을 갈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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