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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쌤 May 16. 2023

라이딩, 누구를 위한 것?

일을 한다는 핑계로 아이가 학원을 가거나 학교를 갈 때 바래다준 적이 거의 없다.

그런 이유로 아이들은 좋게 말하면 독립적으로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할 수밖에 없도록 자랐다.

간혹 짠하다 느껴질 때가 있었지만 

날마다 해 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저 고생한다고 다독일 뿐이었다.

하나 더 핑계를 말하자면 아이의 학원 가는 길은  차로 가는 것 보다 버스가 훨씬 안 막히고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했

기 때문에 그저 스스로 잘 다님에 감사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학년 초 업무도 끝나고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 

"엄마가 바래다줄까?"라고 넌지시 이야기를 건네니 역시나

"아니야, 버스 타고 갈게"라고 이야기하더라. 아이처럼 응석부리며 데려달라고 해도 될텐데

항상 괜찮단다.

며칠 과제를 하느라 무척 피곤할 것 같아 내가 아이에게 졸라 학원을 바래다주었다.

고작 3km도 조금 넘는 길이 막히면 20분 넘게 걸리는데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며 가니

"엄마가 바래다 주니, 너무 좋다"를 몇 번이나 하는 것이다.

감정 표현을 잘 하는 편이긴 한데, 그 20분 동안 3-4번 말하는 이 말이 오히려 

'그 동안 말하지 못했지만... 부러웠어'는 아니었을까 혼자 마음 쓰여했다.

학원 앞에 내려서도 손을 한참 흔들다 가는 아이를 보며 마음 한 켠이 오히려 쓰라렸다.

오늘도, 아이의 학원을 바래다주고 오는 길.

가끔은 이 길에 수다를 떨기도, 학교 이야기를 하기도, 못다한 학원 숙제를 하기도 한다.

퇴근과 동시 옷도 벗지 않고 밥을 해 먹이고

바로 라이딩을 하겠다고 자처해 나가는 이 길은

사실  아이를 위한 길이 아닌 사실은 나의 마음 편하자고 가는 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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