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중1 첫째 아이의 수학 과외를 구하기 위해 몇 명의 선생님들과 시범 과외를 진행해 보았어요.
과외 앱을 뒤적이고
선생님들의 프로필과 자신에 찬 자기소개를 읽으며
또 이제 막 21살, 22살 어린 대학생 선생님들의 시범 수업을 받으며
저는 엉뚱하게도 20여 년 전 제가 떠올랐어요.
20살, 21살, 그리고 22살 대학 3학년까지 수업 끝나고 나면 주 3-4회는 과외를 가던 저의 모습이.
교대생이었고
심화가 수학이었기에
학과로, 선배들에게 과외는 자주 부탁받았고 7살 아이부터 중 3 아이까지 다양하게 만나보았지요.
한 교수님께서는
"과외 가지 말고 그 시간에 대학생으로서의 낭만을 누려라"라고 이야기하셨지만
현실적인 제게는 교대에서의 대학생으로서의 낭만이라는 것이 뭘까 싶더라고요. ㅋ
덕분에
그 시절,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 현대 백화점 셔틀 타고 들어가 보기도 하고( 아... 옛날 사람)
도곡동 어느 고오급 빌라, 일원동 국제 학교 다니는 학생 집에서 한글 가르치기부터
봉천동 어느 높은 골목에서 형편이 어려운 교회 아이들을 위한 교육 봉사도 해보고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지만 매주 갈 때마다 우리 아이 잘 부탁한다는 인상이 선한 학부모님의 사랑을 느끼기도 했지요.
사회 경험 1도 없고, 학교에서 공부만 하던 제가 과외를 하면서
어렴풋이 '격차' 같은 것을 느낀 계기였어요.
아.... 한글을 과외로 배울 수도 있는 거구나
아... 한 방이 전체 공부방이 될 수도 있구나
아.... 빌라 보안이 생각보다 철저하구나
아.... 부모님이 거의 돌보지 않는, 돌볼 수 없는 아이들도 제법 많구나.
그때의 저는 잘 가르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던 것 같아요.
어느 집에 누구를 만나도 쉽게 친해지고 나름대로의 열심을 다했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20년 뒤의 저는
그렇게 자신감에 차 있지도 않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아이들을 머릿속에 담고 살 때가 많아요.
참, 아이러니죠.
가끔은 돌아보며
그때 과외를 하지 말고 대학생의 낭만을 누리라던 교수님의 한 마디가 떠올라요.
지하철을 타고 과외할 곳을 돌아다니는 것 말고
그때의 내가 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일들을 더 고민해 볼걸.
괜히, 시범 과외를 하러 온 선생님들을 보며 추억 한 사발 마셨네요.
성실이 큰 아들에게 잘 맞는 선생님이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