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또한 이에 실을 매고 잠깐 한눈 판 사이에 이마를 탁 쳐서 이를 빼던 옛날 사람이라서
Tooth Fairy라는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자랐다.
이빨 요정을 알게 된 것은 아이의 영어 동화책을 보다가..
아, 외국에서는 이 요정이 가져간다고 하는구나 정도로 알고 넘어갔다.
첫 째는 그렇게 이를 빼고 별 반응 없었는데 둘째 아이가 어디서 듣고 왔는지
빠진 이를 곱게 베개맡에 두고 자야 한다는 것이다. 1달러가 뭔지도 모르면서 이의 요정이 나타나서 이를 가져가야 새 이가 난다고 굳게 믿고 있길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의 믿음이 너무나 굳건해 보여 아이와 함께 잠에 들며 그 날 늦게 퇴근하는 남편에게
'베개 아래서 이 가져가고 1달러 둬'라고 미션을 카톡으로 남겼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베개 아래 두었던 이는 없어지고 5달러가 있었다.
신이 나서 아이가 '이게 1달러야?' '이빨 요정 왔다 간 거야?' '엄마 봤어?'라고 질문을 퍼부었지만
대충 '응..'이라고 대답하고 성급하게 아침 준비를 해서 출근했다.
며칠 뒤,
서재 방에서 놀던 두 형제가 큰 소리로 불러 가보니
서재 방 위쪽 손이 안 닿을 만한 높이의 책장에 아이의 빠진 이를 그대로 둔 것이 아이들에게 들킨 것이다.
아.... 남편아... 쫌.....
'이빨 요정이 이걸 안 가져갔으면 나는 이제 새 이가 안 난다' 고 걱정하는 귀여운 둘째와 다르게
'이빨 요정은 없는 거네, 엄마나 아빠가 둔 거군.'이라며 매우 날카롭게 추리하는 첫째.
둘 사이에서 얼버무리며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넘겼지만 며칠 동안 나와 남편은 이빨 요정의 정체에 대해 추궁당했다.
엊그제 첫째의 이가 또 빠졌다.
그런 건 관심도 없더니, 엄마 아빠가 아니냐고 계속 묻더니 자기도 베개 아래에 이를 두고 잔다는 것이다.
아이고, 또 시작이구나. 싶었는데 나와 남편 모두 깜빡 잊고 잠들어 버렸다.
다음 날, 아침 아이가 일어나서 이가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왜 이빨 요정이 안 왔지?'라고 계속 고민하길래
이빨 요정도 코로나라서 함부로 이 집 저 집 다니면 안 되나 봐..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댔고
아이는 계속 '왜 나의 이빨 요정은 안 오냐'고 마치 엄마 아빠 들으라는 듯이 이야기했다.
나와 남편의 고민은 '저 아이가 이미 알고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인가'
'정말 아직도 믿고 있는 것인가'
이가 빠지고 두 번째 날, 그래도 아이의 동심을 지켜주자며 이를 찾았는데 베개 아래에 이가 없다.
밤중에 둘이 베개 밑, 이불 밑을 계속 찾는데 없었다. 아, 오늘도 실패다.
아이가 일어나서 또 실망하자 '이가 안 보여서 못 바꿔준 거 아니야? 잘 보이는데 둬야지'라고 이야기해주었다.
마지막, 세 번째 날, 갑작스러운 온라인 수업 전환에 급히 수업 만들고 새벽에 잠들려고 하는데
아이의 간절한 '이빨 요정 찾기'가 생각나서 이를 수거하고 천 원짜리 하나를 두었다.
지난번 남편처럼 실수하지 않기 위해 빠진 이를 잘 처리하고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그 천원이 무어라고 뛸 듯이 기뻐한다.
"이빨 요정이 왔네, 엄마 이빨 요정이 왔어!!"
그 모습을 본 둘째가
" 형아, 이번 이빨 요정은 한국 사람인가 봐!"
속으로 ㅋㅋ거리며 웃음을 참느라 애썼다.
첫째가 이빨 요정의 정체를 알고 일부러 그러는 건지 아닌지 아직도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