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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직트레이너 Oct 22. 2023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아요”

내 아이를 위한 용기를 주는 그림책 테라피(그림책 에세이)

내겐 드레스 백 벌이 있어(엘레노어 에스테트 글/루이스 슬로보드킨 그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아요”



요즘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는 인물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공중파 방송에까지 진출해서 유명 연예인들과 협업도 하고 광고도 찍었는데요. 바로 여행 유튜버 곽튜브입니다. 곽튜브는 보통의 여행자들이 잘 가지 않는 장소, 예를 들어서 세계에서 가장 추운 나라 같은 곳을 여행하며 유튜브 영상을 올려서 인기 유튜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곽튜브가 유명해진 이유는 여행 유튜버로서의 인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서 과거 학창 시절에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고백했는데요. 그런데도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원하는 꿈을 이뤄낸 희망의 아이콘으로서 많은 사람의 응원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학교폭력 혹은 왕따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이런 자극적인 단어조차 없었던, 제가 학교에 다니던 과거에도 반에서 소외당하고 따돌림당하는 아이들은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도 심하지 않았고, 기간이 짧았을 뿐이지 친구들에게 소외당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의 기분을 떠올려 보면, 스스로가 참 작아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 존재가 가치 없고 쓸모없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지금 소개해 드릴 그림책 <내겐 드레스 백 벌이 있어>의 주인공 완다 페트론스키도 저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페트론스키는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서 늘 허름한 옷차림을 하고 학교에 왔습니다. 반면, 페기라는 아이는 공부도 잘하고 부자이며, 친구도 많았지요. 항상 페기와 함께 다니는 매디는 페기의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완다는 반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자신에게 드레스 백 벌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지요. 완다의 초라한 옷차림을 보고 그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아이들은 그때부터 노골적으로 완다를 놀리기 시작합니다. 드레스가 집 안 어디에 있는지, 모양은 어떤지를 물어보며 자기들끼리 키득거렸지요.


가장 앞장서서 놀린 것은 페기였고요, 매디는 놀리는 것이 잘못된 행동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방관자처럼 가만히 지켜보기만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완다가 학교에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완다의 아빠가 선생님께 편지를 써서 더 이상 완다가 학교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알립니다.


매디는 완다가 자신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학교를 옮겼다는 죄책감에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매디는 완다에게 꼭 사과하고 싶었지요. 하지만 완다네 가족이 먼 도시로 이사를 하는 바람에 더 이상 만날 수가 없게 됩니다.


결국 매디와 페기는 사과 편지를 써서 완다에게 전합니다. 그리고 매디는 완다의 특별한 답장 편지를 읽고 눈물을 흘립니다.


반 아이들의 따돌림 때문에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 완다를 떠올리면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나의 생각 없는 행동이 누군가에겐 아픈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이런 행동을 할 수 없겠지요.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가 이상하게 행동해서, 혹은 다른 친구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 하는 것뿐이라는 자신을 보호할 이유를 대면서 지금도 많은 아이가 따돌리는 행동을 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따돌리는 행동은 피해 당사자에게 깊은 상처를 주기 때문에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입니다.


왕따당한 이들이 사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집 밖을 나서지 못할 정도로 심한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또 따돌리는 아이 또한 정말 악한 마음을 가지고 괴롭히는 악질이 아닌 이상, 마음속에 괴로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내겐 백 벌의 드레스가 있어>의 매디가 그런 경우지요. 매디는 다른 아이들이 완다를 놀렸을 때, 방관자처럼 가만히 있었다는 죄책감에 매일 매일을 괴로워합니다. 완다에게 진심으로 미안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더 깊은 마음엔 스스로 죄책감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바람 때문일 수 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것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훨씬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요.


그림책 <내겐 백 벌의 드레스가 있어>은 따돌리는 아이와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 이 두 입장을 함께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작가는 두 입장 모두 마음이 힘들기는 매한가지라는 점을 강조하며 절대 따돌리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 역설합니다.


최근 뉴스에서 반 아이들 전체가 한 친구를 놀이에 끼워줄지 말지에 대해 카톡으로 투표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도를 넘는 못된 행동에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는데요. 한 번이라도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해 본다면 이런 행동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매디가 완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듯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 나 또한 힘든 고통의 시간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초등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모두에게 읽어주시길 강하게 추천합니다.


다행히 뒤늦게라도 완다에게 사과하겠다고 마음먹은 매디는 힘들게 완다의 집을 알아내고, 마음을 전하려고 찾아갑니다. 이렇게 자신이 따돌렸던 친구를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하는 일이 현실에서도 많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 모두 세상이 알아주는 훌륭한 일은 못하더라도, 적어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행동은 서로 조심하며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추천 연령대

초등 3학년~6학년


☘ 함께 보면 좋은 책

보이지 않는 아이 (트루디 루드위그 글/ 패트리스 바톤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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