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후 14일
과배란주사를 매일 같은 시간에 내가 내 배에 열심히 놓고, 중간중간 초음파진료로 난자를 품고 있는 난포들이 잘 커가고 있는지, 몇 개나 자라고 있는지 등을 담당선생님과 함께 체크했다. 독일에서 두 차례 시험관시술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난포의 크기를 초음파를 통해 체크하고 일정 크기가 될 때까지 관찰하며 난포의 개수를 세어서 대략 몇 개의 난자를 채취할 수 있을지를 본다는 것이었다.
사실 과배란주사를 시작하면 대략의 난자채취일이 언제정도가 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자라고 있는 난포의 크기를 보면서 약 8~11일 사이로 과배란주사를 완료하여 적정 크기로 키운 후에 난자채취일을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난포 터트리는 주사가 난자채취 전 마지막 주사가 되는데 병원에서 정해주는 시간에 정확히 주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병원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보통 안내장에 빨간색 별표를 여러 번 해서 주시곤 한다. 선생님과 그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또 한 번의 돌발변수가 나타났다.
바로 난자채취일에 남편이 병원에 들어올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전 글에도 적었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격리면제서를 받아서 입국한 남편도 병원의 방침에 따라 입국 후 14일이 지나야만 병원에 들어올 수 있었다. 난자채취 예정일로부터 며칠이 지나야만 14일이 넘었다.
아...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선생님께 여쭈었다.
“선생님 혹시 병원 근처에서 정자를 받아서 오는 방법은 없을까요?”
병원에는 못 들어오지만 격리면제서를 받아서 입국했고 입국전에 PCR검사, 입국일에 또 검사를 하여 다음 날 음성이 나왔기 때문에 외출은 자유로운 상태였다.
“한 번 병원 연구실에 확인해봅시다.”
담당선생님과 상담할 때 항상 함께 계시는 간호사선생님이 바로 전화를 걸어주셨고 확인이 되었다. 드물긴하지만 병원 내에서 채취를 못하는 사람이 간혹 있기 때문에 '원외채취'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아,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방법이 있었구나.
그래서 나는 난자채취일에 병원에서 받은 용기에 원외채취로 받은 남편의 정자를 소중히 품고 와서 연구실에 잘 제출하였다. 연구실에서는 내 정보와 남편의 정보를 재확인하는 절차도 있었다. 매칭이 잘못되면 큰일!이 날 수 있으니까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되었다. 또 사전에 원외채취 동의서라는 양식을 받아서 남편과 내 이름을 적고 서명을 하여 제출하는 것도 있었다.
그렇게 나는 아침 일찍부터 분주히 움직였고, 일정시간 대기하다가 순서가 되어 안내를 받고 시술실로 들어갔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