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멀리스트 귀선 Jan 16. 2024

젤라또 가게의 낭만이란

바라보는 관점

낭만적이란,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것.


젤라또가게라고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참 귀엽고 왠지 모르게 그 곳엔 낭만이 있어 보인다.

맞다. 젤라또가게는 귀엽고 낭만이 존재한다. 매장에서 일을 할 때 입는 젤라또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도 젤라또가 그려진 귀여운 노란 모자도 낭만적이다. 쇼케이스 안에는 알록달록한 누가 보아도 먹음직스러운 젤라또와 콘과자가 쌓여있는 모습은 또 어떠한가. 유일하게 팝업매장을 꾸며주는 외국 감성의 젤라또 액자들도 참 감성있다. 그 옆에 도미빵들과 기계는 젤라또가게의 낭만을 더 업그레이드해준다. 하지만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사실 젤라또가게도 어느 정도 그렇다. 매일 귀엽고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젤라또 가게는 멀리서 보면 낭만 있어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까지는 아니더라도 희극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젤라또 가게에서 하는 일은 쇼케이스 안의 젤라또를 담아 팔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젤라또를 담는 일 이외의 일들을 설명해주려고 한다.


  첫 번째, 손님의 니즈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손님을 어떻게 대하고 만족을 줄 수 있을까? 끊임없이 생각한다. 젤라또 맛을 고르기 어려워하는 손님의 마음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눈치 있는 적절한 질문을 통해 손님들이 원하는 맛을 딱 알아맞혀야 한다. 눈빛만 보고도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초코맛을 좋아하지만 새로운 맛을 도전해보고싶은 손님의 눈동자를 가만히 보고있으면 초코맛을 볼 때 그 아련한 눈빛과 함께 동공은 커진다.) 단골 손님이라면 어떤 맛을 먹고 싶어 했는지 기억해내야 한다. 서비스업은 손님을 대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어느 날은 내 기분을 숨기기도 해야 하며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은 잠시 접어두어야 할 때도 있다. 어느 정도 연기도 독심술 공부도 필요하다.

‘저 손님이 올까, 안 올까?’

‘지나가는 손님이랑 눈이라도 한 번 마주쳐볼까, 그냥 눈을 피할까?’

‘인사를 먼저 건네볼까, 말까?’

‘이 손님은 어떤 맛을 좋아할까, 맛을 추천해 볼까, 말까?’

‘저 손님은 서비스를 좋아할까, 아닐까?’(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손님에게 젤라또 어필을 어떻게 해볼까?’

‘말 거는 걸 싫어하실까, 좋아하실까?’

‘안부를 물어볼까, 말까?’

‘친한 척을 해볼까, 말까?’

‘저번에 오셨던 거 같은데 아는 척해볼까, 말까?’

‘손님 센스가 넘치는데 칭찬 한마디 해볼까, 말까’

손님들과 티키타카가 잘 될 때 젤라또 매장은 굉장히 낭만적이다.

(그리고  매일 만나는 직장동료인 푸드코트 여사님들과의 낭만을 위한 관계도 노력이 필요하다. 매일 보는 사이인데 불편하다면 낭만과는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침묵을 지키되 마주치면 인사하고 직접 찾아가서 인사하고 점심식사 후에는 후식으로 젤라또 드시러 오세요라고 인사한다. 혹은 센스있게 한 컵씩 돌리기도 한다. 젤라또를 한 컵 드린  뿐인데 돌아오는 건 마라탕, 돈까스, 파스타, 순두부찌개, 튀김과 떡볶, 그리고 누룽지, 떡,  빵이다. 굉장히 낭만적인 일이다.)


두 번째, 끊임없이 마케팅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젤라또를 팔지만 젤라또와 어울리는 디저트와 메뉴 구상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젤라또 외의 메뉴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도 연구해야 한다. 쇼핑몰 4층 푸드코트에서는 생수를 팔지 않았다. 그 이유는 푸드코트 한가운데 정수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젤라또매장에서 생수를 팔자 그 어떤 음료보다 잘 나갔다. 일주일 뒤 다른 매장에서도 너도나도 생수를 팔기 시작했다.

“어떤 음료를 팔아야 푸드코트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젤라또 위에 도미빵을 올려볼까?”

“젤라또와 마카롱 세트는?”

“단골 할인은 마지막 할인은?”

“어떤 서비스를 해야 할까?”  

손님에게 새로운 메뉴는 늘 자극적이다. 마카롱을 꽂은 마카롱 젤라또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세 번째, 메뉴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 젤라또를 팔면서 젤라또가 어떤 아이스크림이며 어떻게 만들어지고 성분을 모른다면 손님이 물어보는 질문에 우물쭈물하다가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젤라또 공부를 하고 쇼케이스 안의 젤라또가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보일까? 연구를 한다. 젤라또 색깔을 최대한 겹치지 않게 전시하고 쇼케이스 안에 과자도 꽂아본다. 초콜릿을 부셔 넣어도 보고 젤라또를 최대한 부드럽게 보이도록 펴놓는다.

‘다음 주는 어떤 새로운 맛을 추가해 볼까?‘

‘도미빵 안에 어떤 속재료를 넣어볼까?’


  네 번째, 3평 남짓 작은 공간이지만 어떻게 하면 젤라또 팝업매장이 깔끔하고 단정해 보일지 생각해야한다. 쇼케이스는 아이들 손님이 다녀가면 침자국, 손자국, 아이스크림이 묻어 있다. 틈틈이 닦아줘야 하고 오후 3시쯤 되면 햇빛이 젤라또 매장에 정통으로 비추기 때문에 먼지가 많이 쌓여있는 것이 눈에 띄게 보인다. 시간 날 때마다 닦고 털어내야 한다. 택배가 온 날이면 물건들의 배치와 정리정돈은 필수다. 모든 택배는 4층 매장으로 바로 오지 않고 2층 야외 하역장에 도착하기 때문에 빠르게 가져와야 한다. 이또한 너무 귀찮은 일이지만 하루에 세 번씩 가는 일도 생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정리정돈을 할 수 있을까? 고작 2평 매장 안이지만 그 안에서 조금 더 넓게 사용하려면 어떤 배치를 해야 할까? 매일 고민하고 옮기고 닦고 정리 정돈한다.


  다섯 번째, 매일 재고 파악을 한다. 젤라또가게에서 설마 젤라또만 잘 퍼서 판다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늘 재고들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혼자 운영하는 것이 아니기에 아르바이트생들과 연락하며 남은 재고들을 파악해야 한다. 떨어지지 않게 주문해 놓아야 갑자기 품절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팝업매장에서 품절은 손님과의 신뢰가 깨질 수도 있다. 작은 수저 하나부터 빨대, 테이크아웃컵과 뚜껑, 스티커들, 젤라또 박스, 콘, 컵, 열네 가지의 젤라또 맛은 무슨 맛이 몇 개가 남아있는지 이번주에 팔 양을 예측해서 미리 발주를 넣어야 하고 붕어빵 반죽과 속재료들, 포장용기등은 항상 떨어지기 전에 미리 시켜놓아야 한다. 물, 5가지의 음료들, 4가지 맛의 마카롱은 미리 진열해 놓고 개수를 기억해놓아야 한다. 첫 번째 주 주말에는 젤라또가 떨어져서 못 팔았다.


*젤라또 팝업 매장 개별발주 목록

-도미반죽

-팥, 슈크림, 고구마필링, 누텔라

-도미빵 낱개 봉투

-도미빵 포장 봉투

-맛별 스티커 주문

-젤라또 14 가지맛 재고

-콘

-싱글컵

-젤라또 박스

-포장 스티커

-포장 비닐

-스푼

-빨대 2종(스무디용, 일반용)

-에이드 3종 세트

-생레몬

-테이크아웃컵과 홀더와 뚜껑과 캐리어

-음료들(물, 뽀로로, 보리차, 우유, 탄산수, 사이다, 모구모구)

-마카롱 4가지 맛(딸기, 초코, 바닐라, 피스타치오)

-마카롱 포장용지

-화장지

-물티슈

-젤라또 토핑과자들


일반매장이라면 재고를 쌓아두고 팔 수 있겠지만 시한부 팝업매장이다 보니 소량씩 주문해야 한다. 매일 품목을 확인하고 떨어지기 전에 발주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한 세 번 정도 없어서 못 판 적도 있다. 재고파악을 하면서 잘 안 팔리는 메뉴는 빼고 새로운 메뉴를 넣는 시도도 필요하다.  

이번 주말은 크리스마스가 껴있으니 콘 2박스, 가장 잘 나가는 젤라또 초코맛과 딸기, 바닐라를 7바트를 주문하고 도미빵 반죽 3통을 해동해 놓아야겠다. 과연 이번엔 잘 예측했을까?


신중히 예측해서 발주를 해도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실수를 하기도 한다. 손님과의 작은 트러블이 생길 수도 있고 체력적으로 지칠 때도 있다. 그럴 땐 낭만을 찾기 힘든 젤라또 가게지만 낭만 없는 작고 귀여운 젤라또 매장도 참 소중하다.


젤라또 발주 품목들
택배 가져오기


마감직 전 산발된 머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