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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Jan 23. 2024

컵보다 콘이 인기가 많은 이유

그건 배려였다

“쓰레기도 안 나오잖아~”
"편하잖아~"


  어느 날 문득 주문한 콘 박스들을 뜯으며 사람들은 왜 컵보다 콘을 더 선호하는 것일까? 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다른 젤라또매장은 모르지만 우리 매장은 컵보다 콘을 찾는 비중이 훨씬 높다. 그 이유는 뜻밖이었다. ‘배려’였다. 하나는 환경에 대한 배려, 다른 하나는 나에 자신에 대한 배려였다. 우리는 남에게 더 배려를 잘할까? 나 자신에게 배려를 더 잘 할까? 나는 전자쪽이었다.


<젤라또 주문하는 법>

1. 젤라또 컵으로 드릴까요? 콘으로 드릴까요?

2. 젤라또 한 가지 맛으로 드릴까요? 두 가지 맛으로 드릴까요?

3. 젤라또 맛 고르셨나요?


  젤라또를 주문할 때 손님은 먼저 두 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 첫 번째 콘으로 먹을지 컵으로 먹을지 선택한다. 두 번째 한 가지 맛을 고를 것인지 두 가지 맛을 고를 것인지 선택한다. 그다음 열네 가지 맛의 젤라또 중에 가장 먹고 싶은 맛을 고르면 된다. 콘은 말 그대로 젤라또를 콘과자 위에 올려서 입으로 직접 먹는 것이다. 컵은 젤라또 글씨가 영문 필체로 멋들어지게 새겨진 노랗고 귀여운 컵에 젤라또를 담아 스푼으로 떠먹는 방법이다. 이쯤에서 누군가는 컵과 콘의 젤라또 양 차이가 궁금할 수도 있겠다. 사장입장으로 진실되게 이야기하자면 컵의 양이 조금 더 많다. 왜냐하면 수저를 꽂아 주기 전에 서비스 맛보기로 한 스푼을 떠서 올려주기 때문이다. 바쁘지 않을 때는 먼저 손님에게 물어본 후 선택한 맛 외의 다른 맛을 한 스푼 올려주기도 하는데 딱 보기에도 컵에 담긴 젤라또가 한층 귀엽고 먹음직스러워진다. 고작 한 스푼 더 올려줬을 뿐인데 손님의 말투가 상냥해지고 입꼬리가 중력을 거슬러 올라간다.(이 모습이 귀엽다...) 


만약 콘과 컵 중에 선택하라면 나는 당연히 컵을 선택하겠다. (꼭 양이 많기 때문은 아니다. 아무런 맛이 없는 과자를 별로 안 좋아하기때문이다.) 그러나 손님들은 컵보다 콘을 훨씬 좋아한다. 컵이 한 박스 나가면 콘은 거의 두 배인 두 박스나 나간다. 우리 매장의 콘 과자가 특별하냐고 물으신다면 전혀 특별함이 없다. 아니 블랙콘이라는 것이 조금 특별하다면 특별하다. 맛은 바삭함이 살아있을 뿐 정말 별 맛이 없다.(맛이 없다는 이야기는 무맛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이 훨씬 잘 나간다. 또 신기한 점은 콘이 아이들에게 더 인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어른들이 더 자주 찾는다는 사실이다. 중년부부도 콘, 할아버지도 콘, 혼자 오신 아저씨도 콘, 할머니도 콘, 어른이들이 콘 아이스크림을 이렇게 좋아하는지 젤라또가게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특별한 맛이 없지만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콘이 다 떨어진 날은 어른이 손님도 떨어졌다. 아이 손님은 콘이 없어도 젤라또를 먹는다. 하지만 어른이 손님은 콘이 없으면 다음에 온다고 하고 젤라또를 패스하기도 한다.


‘왜 콘으로 드시는 거예요?’ 손님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며칠 뒤 한 중년 아저씨에게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릭요거트 맛 젤라또 주세요. 한 가지 맛이요. 아참 콘으로 주세요.” 말을 마치자 옆에 있던 부부로 보이는 중년 여자 손님이 “무슨 콘이야~ 애도 아니고~”라고 말했다. 그러자 중년 아저씨는 “콘이 편해~ 수저 쓰기 귀찮아.”라고 대답했다. 이유는 심플했다. 수저 쓰기 귀찮으니까.


주말에 예상치 못하게 콘 한 박스가 떨어져서 품절이 된 날이 있었다. 저녁에 온 어른이 손님들에게 오후에 콘이 떨어져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콘이 없어서 그냥 간 어른이 손님도 있었지만 이 날 어른들이 콘을 찾는 이유들을 알 수 있었다. 그중 가장 많은 이유는 콘이 편하니까였다. 컵으로 먹으면 한 손에는 수저를 들고 나머지 한 손은 젤라또를 들어야한다. 두 손을 모두 써야하는 상황이 온다. 수저로 계속 먹는 일도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컵을 들고 수저로 떠먹기 귀찮은 ‘자신에 대한 배려’였다. 나에대한 배려로 내가 귀찮은 일은 하지 않는다는.(사실 꿈보다 해몽일 수도 있다.ㅎㅎ)

그리고 젤라또를 먹고 마지막으로 콘까지 먹어치 울 수 있어서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것은 조금이라도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는 ‘환경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어른이들은 젤라또를 먹으면서 환경을 생각하고 있었다. 컵에다 먹으면 마지막에 컵이 남고 수저가 남는다. 생각해 보면 작은 부피일지라도 꽤 많은 양의 쓰레기가 된다. 주말에 대용량 쓰레기봉지가 꽉 차는데 대부분의 쓰레기는 컵과 수저, 젤라도 박스다. 문득 지구에게 미안해졌다. 조금 더 귀찮다는 이유로 콘보다 컵을 선택하면 더 많이 준다고 대답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예상치 못했던 어른이들의 콘을 선택한 이유를 듣고 그 섬세한 배려심에 감동해서 이제는 콘을 더 추천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콘과 컵은 젤라또를 담는 수단이지만 어른이들에게는 그저 거들뿐이었다. 어른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편한 것이며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리고 젤라또를 좋아하는 어른이들은 수저 쓰는 일을 귀찮아한다. 그리고 쓰레기를 들고 다니는 일은 더 귀찮다.(주변에 다 먹은 어른이들이 보이면 쓰레기를 자체 수거해주기도 한다. 젤라또를 주문할 때보다 쓰레기 주라는 말에 더 환한 웃음을 보이며 고맙다고 말한다.)

아직은 수저 쓰는 일이 귀찮지는 않지만 왠지 더 어른이 되면 수저 쓰는 일이 귀찮아지겠지? 하지만 어른이들의 배려를 본받아 수저 쓰는 일이 귀찮아지기 전에  컵보다 콘에 젤라또를 먹어야겠다. 그리고 콘으로 환경을 지키려는 어른이들의 배려심을 지켜주기 위해서 이번 주말이 오기 전에 콘을  박스 더 주문해 놓아야겠다.


'배려'는 도와주거나 보살펴주려고 마음 쓰는 일을 말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우리는 남을 배려하라고 배운다. 형제, 자매, 친구, 이웃들에게 배려해야 한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인형은 친구에게 양보해 주자, 남을 배려하는 일은 중요하다. 배려라는 두 글자는 초등학교 시험문제 정답으로도 나올 만큼 중요한 미덕이다. 그래서인지 남에게 하는 배려는 낯설지가 않다. 반면 내게 베푸는 배려는 한없이 인색해지는 것은 왜일까? 불편해도 참고 힘들어도 또 참는다. 그런데 그 누구보다 먼저 정말 배려가 필요한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남을 도와주고 돌보는 것도 좋지만 내 자신을 먼저 돌아보자. 밥은 잘 챙겨 먹는지, 잠은 제때 잘 자고 있는지, 행복해지는 일은 무엇인지, 즐거운 일은 무엇인지, 아픈 곳은 없는지, 속상한 일은 왜 그런 건지, 뭐가 불안하고 힘든지 알아주면 된다. 나에 대한 배려는 이렇게 소소한 질문부터 시작한다. 나는 그동안 나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소소한 질문들에 자신있게 대답을 잘 못할 만큼.


이제부터라도 나는 나를 먼저 돌보는 일에 힘써야겠다. 나를 먼저 잘 보는 사람이 남도 더 잘 돕고 보살펴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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