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스타필드를 다녀왔다. 그곳만 가면 아직도 내 눈은 두배로 휘둥그레지고 가끔은 돌아가기도 한다. 1분 1초 발걸음이 가볍고 기분 좋은 분주함이다. 쇼핑몰 안에서는 만보를 넘게 걸어도 언제나 전혀 힘들지가 않다.
여기저기서 나를 유혹한다. 한 번만 입어보라고, 세일한다고, 지금이 기회라고.
나는 옷을 좋아한다. 옷을 정말 좋아한다. 입어보는 것도 구경하는 것도. (사는 것도 물론 좋지만 미니멀리스트로서 살아가는 게 옷보다 조금 더 좋기 때문에 사지 않는다.)
특히 광장시장, 동묘, 고속터미널 지하는 아직도 이름만 들어도설렌다.
구제 옷 구경은 보물 찾기처럼 재밌고 하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유니크하다. 나만의 개성을 펼칠 수 있달까?
밥값을 아껴서 옷을 사고, 세일하면 사고, 같은 옷도 마음에 들면 두벌씩 사고, 색깔별로 사들였다. 옷장엔 택도 안 뗀 옷들도 꽤 있었다. 한 계절에 한두 번밖에 입지 않은 옷들이 태반이었다.
그랬던 내가변했다!
이제 옷을 살 때 이것만큼은 피하고 있다.
첫 번째는 충동구매
두 번째는 차선택의 구매
충동구매는 말 그대로 충동적으로 예뻐 보여서 사는 옷인데 열에 여덟은 후회한다.
계획적인 소비가 아니라면 항상 후회를 낳는다.
'안 살걸... 에잇 참아 볼 걸.'
여러 번의 후회를 반복한 끝에 더 이상 충동적으로 옷을 사지 않는다. 딱 그 순간만 참으면 집에 돌아와서 잘했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을 것이다.
만약 그 옷이 너무 생각난다면 계획한 후에 사러 간다.단 그날 당장 사는 일은 없다.
(사진을 찍어놓고 며칠만 기다려본다. 3일 동안 앨범에 넣어두고 혹은 장바구니에 두고 계속 생각나고 사고 싶다면 계획해 본다. 그런데 대부분 그 당시에 충동적인 생각이었던지라 잊어버리거나 안 사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쿨하게 지워준다.)
두 번째는 차선택이다. 옷을 사러 갔는데 백 퍼센트 마음에 드는 옷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럴 땐 계획적인 소비일지라도 소비를 미룬다. 그 이유는 차선택의 옷을 사면 입긴 입을 테지만 훗날 마음에 쏙 드는 최선의 옷이 나타났을 때 미련이 없이 버려지더라. 나에게 최선의 옷이 아니라면 사는 것을 미룬다. 그리고 마음에 꼭 드는 옷이 나타났을 때 사는 기쁨은 말할 수없이 행복하다. 차선의 옷은 약간의 찝찝함이 있다. 입을 때마다 만족스럽지도 않다. 최선의 옷은 입을 때마다 기쁘며 매일 입어도 만족스럽다. 차선의 많은 옷들보다 몇 개의 마음에 꼭 드는 옷이 걸려있는 옷장은 보기에도 좋고 옷을 선택하는 일에 소중한 나의 에너지와 마음을 쓰지 않아도 된다.
입어만 본건데... 이 옷 좀 저한테 찰떡이지 않나요?
내 마음속에도 욕심과 욕구는 항상 있다.
예쁜 그릇과 옷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가지고 싶다, 사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