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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무송 주 Oct 22. 2021

기후변화(위기)에 관심 없는 사람들




“비건이래요? 그거 참 귀찮게 되었네요.” 네덜란드인 외빈이 채식주의자라는 소식을 들었다. 하필 구내식당의 특식 메뉴로 돈가스가 나오는 날이다. 돈가스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순간 나 자신이 2년 차 채식주의자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까다로운 손님의 ‘유난스러운 식성’에 대해 푸념했다. 다행히도 회사에서 비건 떡갈비를 급히 준비해 준 덕분에 별일 아닌 듯 지나갔지만, 그날 밤 나는 1.5페이지 분량의 일기를 썼다. 유별나고 불편한 나 자신과 정면으로 부딪친 하루였다.


나의 눈을 직시하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오늘은 채식주의자인 네가 귀찮게 느껴졌어. 혹시 이런 불편한 감정이 너에게 그대로 전달되었을까?" 직설적인 질문에 나는 이내 솔직한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맞다. 항상 느끼고 있다. 기후 위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면서 느끼는 낯선 기분과 감정들이 어수선하게 쌓여 간다.




<신경이 쓰여>


 맞다. 깜박했어. 그냥 실내에서 마시자.” 커피를 픽업하던 친한 언니가 갑자기 뒤를  돌아본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면서 플라스틱 컵을 황급히 받아 든다. “괜찮아라는 답변은 민폐가 되어버린  자신을 위로하는 말이다.  입장에서는 플라스틱 컵과 빨대를 쓰는 당신의 모습이 그저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반대로 당신은 나를 만날 때마다 어색한 표정으로 엉뚱한 선택을 한다. 함께 점심 메뉴를 고를 때, 커피잔을 택할 때마다 나는 모두의 선택지를 빼앗아 버린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  배려의 저울은 항상 반대편으로 기울어진다. 미안한 마음에 신경이 쓰인다.


<부정당한 느낌이랄까>


“고기부터 많이 먹어.” 가장 친한 친구가 선한 눈웃음을 지으며 내 앞접시에 샤부샤부 고기를 올려놓았다.  포근한 대화 속에서도 접시에 쌓이는 고기를 보며 까끌까끌한 감정이 계속 일었다. 순간 누군가의 냉장고 테러 장면도  떠올랐다. 엄마는 집에 오실 때마다 일회용 지퍼백, 비닐봉지와 페트병을 잔뜩 남기고 가신다. 내 입에서 '환경'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소녀같이 까르르 웃으시며 등을 보이신다.


그러고 보니 친한 친구와 가족에게조차 새로운 취미 생활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해 본 적이 없기는 하다. 나를 오랜 시간 지켜본 사람들일수록 내 삶의 큰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더 어려워 보인다. 그만큼 내가 겪는 서운한 감정도 복잡하고 무겁다.


<눈치를 보게 돼>


“비건 아니었어요?” 소가죽으로 만든 여권지갑을 선물하고 화답으로 받은 똑똑한 질문이었다. 동그란 물음표에 긁히고 베였다.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나지만, 매번 처음 겪는 일인 양 크게 당황한다. 주변 사람을 위해 에어컨이나 난방기를 세게 켤 때,  겹겹이 포장된 물건을 선물할 때, 테이크아웃 커피컵을 건넬 때마다 나 자신 스스로를 향한 묘한 시선을 느끼곤 한다.


분명 타인을 위한 배려인데도 남의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이 된다. 하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이 글을 읽게 될 사람들의 눈치까지 보고 있는 걸 보니... 뭔가 좀 이상하기는 하다.



     

내 주변 사람들은 기후 위기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속마음은 알 수 없지만, 환경운동에 아예 관심이 없거나 관심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내가 이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방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2년 전의 나를 기억해 내는 거다.


나 또한 드넓은 세상에 차고 넘치는 자원을 최대치로 활용하며 편리한 방식으로 살아왔다. TV 속 환경운동가나 환경단체는 극히 정치적이라고 생각했고, 고기를 먹지 못하는 채식주의자들을 마냥 안쓰럽게 여겼다. ‘우리’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당시에 느꼈던 이질감과 불편한 감정을 여전히 생생하고 선명하게 기억한다.


회상과 공감, 이러한 이유로 나는 환경운동에 거리를 둔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는 게 조금도 불편하지 않다. 그저 당신도 나를 특별하게(불편하게) 대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주변 사람들만 괜찮다면, 신경 쓰기, 눈치 보기, 부정당하기 등등 일상의 작은 자극들까지 모두 충분히 느끼고 받아들이며 더욱더 풍부한 감정으로 취미생활을 즐겨볼 생각이다.


기후 위기에 관심 없는 사람들과 함께 길을 거닐다가 갑자기 차디찬 겨울을 맞았다.

“올해는 겨울이 너무 빨리 왔어. 날씨가 점점 더 이상해 지네.....”라며 말끝을 흐리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줄임표 속에 깊이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내 취미와 취향은 환경운동] 주제별 정보와 취미생활 팁을 정리 중입니다. 잘 준비해서 공유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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