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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 Opener Oct 17. 2020

순수한 기다림에 기적을!

기약 없는 기다림이 결실을 맺기까지


열 밤만 자면 되니까 기다려볼래?


빨리 되지 않는 무언가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어린아이에게 설명할 때 자주 쓰는 어른의 말이다. 왜 일곱 밤도 열다섯 밤도 아니고 꼭 열 밤이었을까? 아마 최대한 시간을 벌고 싶은 어른들이 아이가 인지하고 인내할 수 있는 최대치를 발견한 결과일 것이다. 자신이 손가락을 꼽아 최대로 셀 수 있는 숫자를 제시받은 아이는 뭔가 억울한 감정과 함께 그래도 손가락만 다 접으면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안도감으로 음흉한 어른의 협상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약속이 지켜지는 경험들을 통해 기다림을 배워나간다.  마치 "기다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 반려견들이 짧은 인내 뒤에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반복학습을 통해 기다림을 알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약속과 이행에 대한 경험으로 우리는 기다림을 배우고 익숙해져 간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아이보다 기다림의 시간을 더 길게 인지할 수 있는 능력과 나이만큼 수없이 반복한 학습의 수행한 결과로 기다림에 익숙해진다. 하지만 이 익숙함도 학습을 통해 보상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거나, 분명한 약속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일 뿐이다. 상황이 조금이라도 학습한 결과와 달라져도 쉽지 않다. 언제나 반가운 택배 아저씨도 조금이라도 늦으면 혹 문제가 있는지 불안하고 전화를 하지 않고는 참을 수 없게 되어 버리니 나이가 모든 경우의 기다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특히, 기약 없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것들을 위해 수많은 날들을 견뎌야 하는데, 인생이 만만하기 만한 녀석이 아니라 평범한 보통의 하루도 쉽게 생각할 수 없다.

아침만 되면 이불은 왜 이렇게 무거워지는지
밤새 퉁퉁 부은 얼굴은 왜 그리 보기 싫은지
어제 널어놓은 빨래는 왜 아직까지 마르지 않은 건지
잃어버리는 것이 일상인 나에겐 이젠 흔한 비닐우산 하나 없는데 마침 또 비가 내리길 시작하는지
휴일에 갑작스럽게 울리는 클라이언트의 벨소리 등...


보통의 하루도 이렇게 수많은 위기의 연속이다. 그러다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별것인 하루까지 감안하면 기약 없는 기다림은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어떤 기다림은 할 수 있는 것이 기다림 자체가 전부일 때도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도 오늘을 살아야 하는 일은 단순히 보통의 하루를 살아내는 것 이상이다.


기다려 봐도 그대는 안옵니다  
아마도 아직 내가 기다림의 시간  
다 채우지 못한 때문인가 합니다
- 이승환 <기다림> 중에서  -


그럼에도 기약 없는 기다림을 쉬지 않는 일은 멈추지 않는 사람은 위대하다. 욕심이 담긴 기다림은 쉽게 지치고 안달 나게 할 텐데 그것을 계속해간다는 것은 그 마음이 순수한 바람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다림이 언젠가 다가올 무언가를 믿으며 오늘을 살아내는 것이라면, 그렇게 묵묵히 당연함을 쌓아가면 언젠가 기적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런 기다림의 기적을 믿는 사람에겐 반드시 그 날이 온다!


순수한 기다림의 끝은 반드시 기적을 만나는 것이어야 한다.
언젠가 내가 온 만큼 훌쩍 그대
단숨에 올 거라 믿어야만 합니다
(그렇게 될 것이다.)
- 이승환 <기다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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