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잠을 깨우는 엄마의 외침을 아쉬워하며 새하얀 치약을 짜서 칫솔에 가지런히 올리는 순간 나의아침은 시작되었다. 그시절 내가 살던 한옥은 주택의 기능성만 보자면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았다. 우선 겨울에 너무 추웠다. 하기야 당시 한옥은 일반적인 주택의 개념이었고 신식 2층 단독주택은 부자의 상징이었다. 더군다나 아파트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던 시절이므로 매우 적은부류만 서구식 아파트 생활을 하곤 했다.
내 어릴 적 불친들은 대부분 한옥 아니면 2층 주택에 살았고 아파트에 살던 친구들은 없었던 것 같다.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아파트라는 주거형태를 구경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오밀조밀한 구조가 신기하게 보였다.
우리 집 한옥은 작은 비에는 무탈한데 장마가 오래되면 천정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장난친다고 지붕에 올라가서 놀다가 잘 배열된 기왓장들의 조합을 흩트린 결과가 아닐런지.
위성중계 방송이 있는 날이면 테레비가 여지없이 지직거리며 잘 잡히지 않았고 누군가는 밖에 나가서안테나를 이리저리 돌리며 안방에서 화질조정 중인 다른 가족들과 외침으로 교신을 해야 했었다.
“(처마 끝 밖에서 안테나를 좌우로 돌리며 안방을 향해 외친다) 지금은? 어때? 더 잘 나와?”
“잘 나온다. 아니다. 아까가 더 잘 나왔다. 왼쪽으로 돌려봐. 와! 잘 나온다.”
4전5기 신화를 만든 홍수환 선수의 권투경기가 있는 날에도 평소보다 화면이 더욱 지지직거렸다.
위생 중계를 녹화 방영하면서 기술적인 한계가있었을것이다.
그래도 찬란한 승리 앞에서 전 국민들은 흥분하며 열광할 수 있었다.
"엄마! 나 챔피온 먹었어."
"수환아! 대한국민 만세다."
먹거리
지금은 고기를 골라 먹는 재미와 여유가 있다.
한 번은 돼지고기, 물리면 닭고기나 오리, 여유 있으면 소고기 등등.
맥주 마실 때는 치킨이 당연하게 연상되고 닭가슴살, 윙봉 등 돼지로 말하면 삼겹살, 가브리살, 갈매기살, 항정살, 등갈비 등 소고기는 등심, 안심, 살치살, 치맛살 등 대충 내가 아는 이름만 해도 부지기수인데 어릴 적 고기는 그냥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로 불리던 광범위한 호칭이었다.
아마도 먹고 살만 하니까 부위별로 세분화되어 미식가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셈이다.
일산에 맛집을 소개한다.
처가에서 의기투합하여 개업한지는 약 3년 정도 되는 정통 생삼겹 전문점이며 동네 맛집으로 자리를 잡았다.
상호명이 <3.3 생삼겹>인데 3.3mm로 준비되는 두께의 생고기가 가장 맛있다는 주인장의 경험과 철학이 반영된 결과이며 내 기준으로 판단하자면 내 인생 최상의 생고기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시원한 국물을 좋아하는데 여기 콩나물국은 내 고향 전주 콩나물국 보다 더 입맛에 맞는 신기한 내공이 들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