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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나나 Mar 17. 2022

드디어 내 차례인가. 코로나 확진

밥을 먹었다. 코로나 오미크론에 걸렸다가 완치한 친구랑.

지난 금요일, 정확시 6일 전에 오랜만에 친구와 밥을 먹었다. 금요일 저녁이라서 그런지 오미크론 난리에도 식당에는 사람들이 많아 붐볐다. 뉴질랜드에 새로 생긴 한국 식당이라고 하기에 간 것인데 생각보다 맛이 있어서 놀랐다. 보통 뉴질랜드에 있는 한인식당은 제 고향의 맛을 내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난 후, 코인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밤늦게 집에 돌아왔다.




다음날 토요일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 안에서 쉬었다.

요즘에 뉴질랜드 코로나 확진자가 2만 명이 넘어서면서 한국처럼 난리가 났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는 한국 인구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일요일에는 일주일에 한 번 일하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왔고 월요일은 약국 창고에 가서 일당 알바를 했다. 문제는 월요일에 시작됐다.




약국 창고에서 내가 했던 일은 온라인 주문으로 들어온 고객들의 물건을 바코드 스캔하여 박스에 담아 포장하고 택배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전부다. 이미 지난 락다운 동안 자주 해 봤던 일이었기 때문에 일을 하는 것에 있어 문제는 없었지만 점심을 지나 오후 시간이 되면서 목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마도 얼굴도 점점 달아오르더니 목에 열이 올라와 이상한 기운은 감지했다. 일이 끝나기 1시간 전이었기 때문에, 일단 일을 마치고 집에 빨리 가서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검사를 따로 해 본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코로나라고 확신할 수 없었고 단순 감기 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먼저 했다. 밤이 되자 열이 점점 더 심해졌고 아무래도 이상하다 생각되어 내일 아침 일찍 코로나 테스트를 받으려고 뉴질랜드 헬스라인에 전화를 걸어 자가 키트를 주문했다.




화요일 아침, 아침잠 많은 내가 알람 소리에 맞춰 7시 45분에 일어났다.

8시부터 테스트하는 곳이 문을 연다고 하기에 가장 먼저 가서 검사를 하고 만약 코로나가 아니면 원래대로 출근을 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목도 아프고 열도 있었기에, 어느 정도 코로나에 걸렸다고 예상하고 있었다. 테스트하는 곳에 가 보니 내가 누군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가 키트 3개를 내 차에 던지다시피 하면서 잘 가라고 인사했다. 응? 이렇게 빨리 자가 키트를 받는다고? 내가 전화로 주문할 때 내 차 번호는 말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오는 길 중간에 차를 세워 검사를 했다. 설명서를 읽어보니 콧구멍에 면봉을 집어넣으라는 것 같은데 처음이라 어느 정도 깊이 넣어야 하는지 몰라서 거의 뭐 그냥 면봉 머리 정도만 들어갈 깊이로 콧구멍 겉에서 맴돌아 검사를 진행했다. 당연히 음성.



이상하다. 증상이 뚜렷한데 왜 음성이지?

두 번째 키트를 꺼내 이번에는 조금 더 깊숙이 면봉을 넣어서 검사를 했다. 그래도 음성. 아니!? 도대체 이게 왜 음성으로 계속 나오는 건지 이상해서 다시 테스트 장소로 돌아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키트를 나눠주던 사람들이 음성으로 나온 거면 음성이라며 나보고 집에 돌아가라고 했다. 창문을 올려 닫으려던 순간 무전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주고받더니 나 보고 잠시 옆으로 차를 주차해 놓으라고 했다. 그러더니 다른 키 작은 언니가 대침 같이 기다란 면봉을 들고 나타나더니 나 보고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히라고 하더니 대침을 그대로 내 콧구멍을 넘어 폐까지 들어갈 정도로 깊숙이 쑤셔 넣었다. 순간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이물질에 꼼짝 못 하고 5초간 얼어있었다. '잘하고 있어요 조금만, 조금만, 다 했어요' 말과 함께 면봉을 빼낸 여자는 나보고 검사가 끝났으니 집에 가도 된다고 말했다. 거의 다 왔다는 멘트는 전 세계 공통인가 보다. 결과는 최대 이틀까지도 걸린다고 하길래 집에 돌아온 나는 이렇게 이틀을 음성인지 양성 인지도 모르고 자가격리를 할 순 없었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던 마지막 자가 키트로 그 언니가 했던 것처럼 나름 깊숙이 넣어 혼자 검사를 다시 해 보았다.

그랬더니 나온 결과는 양성.




그렇게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다.

이틀 걸린다던 대침 결과는 반나절만에 나왔다. 양성이니까 집에서 자가격리를 해야 하며, 보통 경미하게 끝나니까 아프면 111에 전화하고, 약 필요하면 담당 의사한테 연락하고, 집안에서 마스크 쓰고 다니라를 일반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한 문자였다. 나는 외국인이라서 담당 의사 따위는 없었고, 평소에 약을 사서 먹는 타입이 아니었기 때문에 3년 전 한국에서 가져온 타이레놀 몇 개가 전부였다. 이미 자가격리가 시작되었기에 친구에게 약들을 사서 달라고 부탁하기 전에 일단 약 없이 버텨보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마트 장을 얼마 전에 봐 놓았기 때문에 음식은 큰 문제가 없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1일 차. 3번째 결과만에 양성임을 알게 되었지만 이 시국에 목이 아프고 열이 나고, 기침이 나거나 콧물이 난다면 100% 코로나라고 봐야 한다. 요즘에는 그냥 감기를 걸릴 확률보다 코로나에 걸릴 확률이 너무나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상이 약하거나 종종 증상이 없는 사람들이 있어서 온 동네방네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다녀서 문제지, 막상 걸려도 사람에 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조금 독한 감기에 걸린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앞으로 증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기록해야겠다. 내가 살아 숨 쉬는 동안 발생한 가장 끔찍한 인류 재앙이기에.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 하루 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및 증상 발현 0일 차)

-미열

-목에 불편한 느낌




코로나 바이러스 오미크론 1일 차

-고열이 동반

-인후통

-목감기 형태의 통증으로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움

-코막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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