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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지방분권 개헌이 살길

by 정중규 Mar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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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개헌, 지방분권 개헌이 살길


정국 불안 해소 위해 ‘87년 헌법’ 개정해야

제왕적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 분산할 필요

중앙정부 권한도 지방정부에 대폭 이양을

자치분권 확립이 수도권·지역 공멸 막는 길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다. 헌재의 탄핵 기각으로 윤 대통령이 복귀하길 바라는 국민의힘과 탄핵이 인용돼 대통령을 파면해야 마땅하다는 더불어민주당. 최근 거대 양당이 탄핵 찬반으로 나뉜 도심 집회에 편승해 ‘거리 정치’에 나서면서 여야 대립은 격화하고 있다.


정치권이 헌재를 압박할 의도로 여론몰이를 통한 지지세 결집에 몰두하는 탓에 국론 분열이 극심하고 사회는 갈수록 혼란스럽다. 이런 상태에서는 헌재의 탄핵 결정이 어떤 식으로 나오든 깨끗이 승복하기는커녕 보수·진보 진영 어느 한쪽의 거센 반발 등 후폭풍이 클 수밖에 없다. 정국 불안을 초래한 정치의 쇄신과 국가 안정을 위한 근본 해법으로 개헌이 꼽힌다. 게다가 이왕 개헌을 추진할 바엔 국가와 지방의 미래가 걸린 지역균형발전에 실질적 효과가 있는 지방분권형 개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헌법 개정 필요한 이유


윤 대통령의 독단적인 불법 계엄 선포가 개헌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1987년 9차 개헌으로 마련한 현행 6공화국 헌법을 38년 만에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초유의 이번 대통령 내란 사태로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폐단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제왕적 권한이 주어진 대통령제를 현실과 국민 눈높이에 맞게 수정·보완하자는 요구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막강한 권력과 역할을 분산하고 견제와 협력을 통해 민주적인 국가 공동체를 만들자는 게다.


이 같은 개헌 요구는 오래전부터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이슈가 될 때마다 여야가 정파적 이익이나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며 충분한 논의를 기피하는 바람에 좌초되기 일쑤였다. 38년 전 군부독재 종식을 위해 급하게 만들어진 5년 단임 대통령제의 임기 중간에 총선이 치러지면서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될 경우 여야 간 극심한 정쟁으로 국회가 마비되기 쉬운 점도 개헌의 당위성을 높인다. ‘87년 헌법’ 체제가 시효를 다했다는 것이다.


지난 5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헌법개정범국민결의대회 서명운동 발대식에 참석한 여야 정치권 원로들. 연합뉴스


■ 개헌에 대한 여야 입장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서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이 내부적으로 개헌을 위한 의견 개진에 적극적이다. 일단, 여론이 여권에 부정적인 위기를 모면하는 한편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대비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여당은 이달 4일 주호영 국회 부의장을 위원장으로 한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특위는 지난 13일 두 번째 회의를 갖고 이른 시일 내 개헌안을 내놓기 위해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앞서 윤 대통령도 지난달 25일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서 탄핵 기각에 따른 직무 복귀를 전제로 임기 단축 개헌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개헌 요구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당 차원으로는 개헌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윤 대통령 탄핵을 최우선 당면 과제로 보고 개헌 논의에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성급한 의견 제시가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지 싶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개헌 논의에 서둘러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주문이 곳곳에서 잇따른다.


지난달 12일 국회 도서관에서 마련된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 참석한 여권 인사들. 연합뉴스


■ 다양한 방안과 움직임


구체적인 개헌 내용과 실시 시점에 대해선 생각이 제각각이다. 지난 4일 김형오 정의화 정세균 박병석 김진표 등 전 국회의장 6명과 정운찬 이낙연 등 전 국무총리 4명이 한자리에 모여 개헌을 논의했다. 이날 서울대에서 열린 ‘국가 원로들, 개헌을 말하다’라는 대담회였다. 여야를 망라한 이들은 대화·타협에 의한 협치와 정치 개혁을 위해 권력 분산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 의원 내각제(의회제), 중대선거구제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리고 지금이 개헌의 적기이므로 때를 놓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주로 여야의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개헌 추진 의지가 강하다. 국민의힘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이 임기 단축을 통한 개헌을 주장했다. 만일 조기 대선이 실시돼 당선되면, 대통령을 3년만 하고 개헌을 통해 2028년 대선과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식이다. 안철수 의원은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개헌을 내놓았다.


민주당의 경우 김동연 경기지사가 분권형 4년 중임제와 책임 총리제를 포함한 개헌을 약속하며 대통령 임기 2년 단축 의사를 밝혔다. 김부겸 전 총리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야권 대선 주자 대부분도 분권형 개헌에 동의한다. 김두관 전 의원도 최근 <헌법개정 제안서>란 책을 펴내고 다음 달 4일 부산에서 북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권한과 임기를 조정하는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54%)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30%)의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의의 계엄 사태와 혼란스러운 탄핵 정국이 국가 위기와 경제 불안으로 이어지자 국민들이 고물가·고환율 등 직접적인 피해를 겪고 있어서 그럴 테다. 따라서 개헌 주장이 대선 등을 겨냥한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실행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국가적 불확실성과 탄핵 후폭풍을 해소하며 국가 시스템과 정치 체제를 민주적으로 재정비할 필요성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1일 부산시의회에서 지방분권전국회의 등 시민단체들이 지방분권 개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부산일보DB


■ 절실한 지방분권 개헌


우리나라는 민주화와 산업화를 통해 세계 굴지의 경제·문화 수준을 갖춘 선진국으로 성장했으나, 정치 분야는 여전히 낙후돼 있다. 여야 간 극심한 정쟁과 극단적인 진영 갈등으로 국가 존망의 위기감마저 감도는 요즘이다. 일상화한 정치 퇴행과 국정 공백 상황을 바로잡고 국가·사회적 안정을 꾀하기 위한 대책으로 개헌론이 대두되는 이유다. 시민·사회단체와 학계도 최근의 개헌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전국 시민단체들은 지방분권형 개헌 실시를 강력히 촉구한다. 나라를 살리고 진정한 지역균형발전을 이루는 데 지방분권 개헌이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이어서다. 수도권 일극체제와 지역 소멸에 따른 인구 절벽 현상으로 수도권과 지방이 공멸할 위기에 처한 현실에서 지방분권 개헌의 실행은 절실하다. 지난 4일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양원제, 중대선거구제, 4년 중임 정·부통령제 등을 뼈대로 발표한 ‘분권형 헌법 개정안’은 지방분권 강화를 위해 참고할 만하다.


지방분권 개헌은 대통령 권력의 분산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권한을 지방정부로 대폭 이양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 부처가 예산과 인력을 좌우하는 현행 중앙집권적·수직적인 행정제도 아래에선 지자체의 자율성 발현과 지역 활성화는 요원할 뿐이다. 올해 민선 지방자치 30주년을 계기로 지방분권 개헌 추진이 급선무다. 자치 재정권을 비롯해 지방정부의 자치 권한을 강화해야 비수도권이 되살아나며 국가 발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겠다. 이를 위해 헌법에 실질적 지방자치와 재정분권 보장을 명문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헌법을 근거로 국가적으로, 범국민적으로 지방분권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 개헌 그리고 과감한 지방분권 개헌 추진은 더는 미뤄선 안 되는, 국민이 바라는, 시대가 요청하는 과제다. 여야는 부디 당리당략보다 국익을 앞세워 조속한 합의와 추진에 방점을 두고 비수도권 국민이 함께 잘 살기 위한 개헌 논의에 집중할 일이다.


강병균 부산일보 대기자(大記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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