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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 가얏고 Sep 08. 2021

아픈 팔의 수난시대

오십견이 이렇게 고통스러울 줄이야.....

사고는 방심할 때 일어난다더니!
계단에서 넘어졌다.   


하루에도 몇 번을 오르내리는 계단이라 만만하게 봤었나 보다. 낮에도 계단을 내려올 땐 늘 불을 켜고 다녔는데, 오늘따라 계단 불도 안 켜고 그냥 내려왔다. 발을 헛디딘 건지 뭔지 이유도 모르겠다. 넘어지는 걸 인식조차 못 하고 전봇대처럼 그냥 쓰러져 버렸다.


100번을 잘해도 1번을 제대로 안 하면 사고가 나는 법!

이것도 일종의 나태함이 불러온 안전사고겠지!


바닥에 부딪혀 찢어진 입술보다, 까지고 멍든 무릎보다, 오른팔에서 오는 통증이 너무 괴로웠다. 온몸으로 번지는 고통의 전율 때문에 꼼짝할 수도 없었다.


으악~~~~!! 누가 내 팔 좀 어떻게 해줘~~~~


저절로 터져 나오는 비명에 놀란 식구들이 뛰어왔다. 너무 아프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식구들이 놀랄까 봐 눈물을 멈추려고 해도 멈출 수가 없었다. 달려온 식구들이 한참을 마사지해주고 나서야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이럴 땐 아픈 팔을 거의 피가 안 통할 정도로 꽉 눌러주면 고통도 함께 멈추는 거 같았다.


며칠 전에는 부엌에서 뭘 꺼내다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싱크대에 부딪혔다. 그때도 부딪힌 곳이 오른팔이었고 통증 때문에 한동안 꼼짝할 수가 없었다. 다친 곳을 또 다치고 나을만하면 또 다친다. 내 팔 좀 어떻게 해주면 좋겠다.


오른팔의 수난 시대인가?


내 오른팔의 수난 시대는 작년 12월 말부터 시작됐다. 그때 바로 치료했어야 했는데, 병원 가는 것도 귀찮고 좀 있으면 낫겠지 하는 마음에 그냥 뒀다가 상태가 더 악화했다.


7월부터는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어깨부터 손가락 끝까지 통증이 심해졌다. 오른팔은 배터리 빠진 로봇의 팔처럼 내 몸에 붙어만 있을 뿐 제 기능을 제대로 하질 못했다. 심지어 매달려 있는 팔이 무겁고 가만있어도 아팠다. 여행 중이라 병원을 갈 수도 없었다.


아픈 부위도 계속 이동을 했고 아픈 증상도 매번 달랐다. 어떤 날은 쑤셨고 어떤 날은 저렸고 어떤 날은 끊어질 듯 아팠고 어떤 날은 뼛속까지 시렸다. 팔을 들어 올리면 아프니 세수를 하거나 머리 손질하기조차 힘들었다. 샤워도 힘들고 옷을 벗기도 힘들었다. 그중에서 잠잘 때가 제일 아팠는데 어떤 자세로 누워도 불편했다.


오른쪽으로 돌아서 자면 아픈 팔이 눌려서 아팠고, 바로 누우면 등이 눌리고 오른팔은 곧게 펴질 못해서 아팠다. 왼쪽으로 누워도 오른팔이 불편해서 왼팔로 오른팔을 받쳐야만 해서 불편하고 아팠다. 오른팔에 약간의 무게감이 느껴져도 짓눌리는 듯 아팠다. 잠결에 뒤척이다가 통증에 놀라서 깬 적도 많고, 1~2시간 겨우 잠들었다 싶어도 통증 때문에  일어나서 마사지를 해야만 했었다. 잠은 쏟아지는데, 더 자고 싶은데, 편히 잘 수가 없으니 늘 피곤했다.  


오른팔을 못 움직이니 근육이  빠져서  뼈 위에 살가죽만 덮어씌운 거 같았다. 반면 왼팔은 오른팔의 몫까지 움직이고 물건을 들어야 하고 쉴 새 없이 오른팔을 마사지하다 보니 근육이 더 붙은 느낌이었다. 한 몸에 붙어 있는 똑같은 내 팔인데 두께가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일상생활만으로도 근육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됐다.  평상시의 움직임만으로도 큰 운동이 될 수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드디어 지난주에 정형외과에서 frozen shoulder라는 진단을 받고 주사를 맞았다.

어깨의 유착성 관절낭염으로, 어깨 관절을 감싸고 있는 관절낭에 염증과 유착이 생기면서 통증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흔히 오십견이라고 부르는 거다.


내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됐구나!
오십견이 이렇게 고통스러울 줄이야!!!


주사는 부은 염증을 가라앉혀서 움직임을 원활하게 해 줄 거라고 했다. 병원 가기가 쉽지 않은 독일에서 오십견이란 진단을 받기까지 3주나 걸렸다. 7월 한 달간 여행 중일 때 가정의(Hausarzt, family doctor) 예약을 했다.

(왜 병원 가기가 쉽지 않은지 적은 글,  '난 화끈한 게 필요해' https://brunch.co.kr/@jinseon/61 )


가정의로부터 신경내과를 가보라는 처방을 받았고, 1주일 후에 신경내과 예약이 잡혔다. 이것저것 검사를 해보더니 신경에는 아주 건강하다고 했다. 휴~~ 다행이다. 가정의가 디스크 운운하고, 어쩜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었다. 신경엔 문제가 없으니 정형외과로 가보라는 처방을 받았다.


다시 1주일 후에 만난 정형외과에서 오십견이라고 했다. 주사는 좀 아팠다. 8월 초에 맞은 백신 2차 접종보다 더 아팠다. 그동안 아픈 통증을 생각하면 이 정도쯤이야!! 주사 맞고 조금씩 나아졌고 1주일이 지난 어제는 물리치료까지 받았다. 좀 더 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고 이제 곧 낫겠지 하는 기대감이 컸었는데, 오늘 계단에서 넘어진 거다.  좀 견딜만하면 다쳐서 통증이 더 심해지니 언제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까 싶다.




오십견이란 게 안 겪어 본 사람은 그 고통을 모를 거다. 무의식중에 하는 행동에 놀랄 정도의 통증으로 오른팔에 마비가 온 듯 아프다.  기지개를 함부로 켤 수도 없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윗옷을 갈아입기도 힘들다. 게다가 난 손목에 팔꿈치까지 다 아팠다.


손목 아픈 건 오십견이랑은 별개라고 의사가 말했다. 손목은 최대한 안 움직이는 게 빨리 낫는 법이라고 했다. 손목을 사용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가정주부에겐. 설거지나 그릇 꺼내기 같은 등 식구들이 집안일을 도와준다고 해도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다. 간단한 요리조차 손목이 시려서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손목이 아파서 숟가락 들기조차 힘들고 젓가락 대신 포크를 사용해야 했다. 그것조차 힘들어서 왼손으로 어설프게 밥을 먹어야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계단에서 넘어져 찢어진 입술 때문에 아파서 음식도 제대로 못 먹었다. 팔도 아픈데 식욕도 같이 사라져 버렸다. 컨디션이 완전 엉망이었다.


아픈 통증보다  힘든  의욕 상실이다. 오른팔이 아플 뿐인데,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피곤하다. 잠도 제대로 못 자서 더 한 거 같았다. 행여 실수로 어디 부딪힐까 봐 조심조심하고,  무의식적으로 하는 습관적인 움직임 때문에 찢어지는 통증이 올까 봐 늘 노심초사했던 거 같다.


건강하다는 게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는 늘 아파지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장애를 딛고 자기의 꿈을 찾아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에게 존경의 갈채를 보내고 싶다.  


7월엔 여행 중이긴 했지만 브런치에 글을 자주 올리겠다 생각했었다.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에 아이패드까지 여행 가방에 넣었었다. 그땐 의욕이 넘쳤었다. 뭐든 하면  다 될 거 같다는 자신감도 생겼었다.


글을 쓸 거란 상상조차 못 했던 내가, 12월에 브런치 작가가 됐었다. 내가 쓴 몇 개의 글이 10만이 넘는 조회 수가 나오니 정말 기쁘고 글을 계속 쓰고 싶다는 용기도 얻었다.  6월엔 구독자도 늘었다. 얼떨결에 쓴 글이 호응을 얻으니 기분도 좋았다.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니 글쓰기에 대해 고민도 하게 됐었다.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면서 영감도 얻었다. 한 달간의 여행 중에 토막글을 적었고, 피곤해도 저녁에 호텔로 돌아오면 글을 쓰려고 노력했는데, 팔을 움직일 수가 없게 된 거다. 글을 못 쓰니 생각도 사라지고 생각이 사라지니 의욕도 점점 시들어갔다. 넘쳐났던 의욕이 사라지니 자신감도 사라졌다. 내게 가장 필요했던 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응원이었다.




계단에서 넘어진 지 2주일이 지났다. 이 글을 시작한 지도 2주일이 지났다. 오늘은 꼭 이 글을 마무리할 거라 다짐하면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한동안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었는데, 오늘은 개운하게 일어났다. 팔이 아프긴 전엔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썼었다. 모두가 잠든 그 시간에 집중이 가징 잘됐었는데, 잠도 제대로 못 자서 새벽엔 피곤했고, 일어나면 아픈 팔을 마사지하느라 아침 시간을 다 소비했었다.


팔은 여전히 조심히 움직여야 하지만 많이 좋아졌다. 손목도 많이 나아서 키보드를 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제부터 글쓰기 근육을 키우기 위해 다시 노력할 거다. 아직은 가야금 연습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다 나으면 연습도 열심히 할 거다.


할 수 있다! 아자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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